• 그린벨트 보존 약속했지만···
    태릉골프장, 3기 신도시 등 갈등 여전
    "홍남기, 김현미, 김상조 등 정책 담당자 문책하라”
        2020년 07월 21일 03: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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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 보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릉 골프장 부지 활용, 3기 신도시 개발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는 그대로 강행 추진될 예정이라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서울시 집값 안정화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 목적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사회계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이어, 그린벨트 해제 논란까지 불러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정부 부처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환경운동연합 등 29개 시민사회단체들은 2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판교, 위례 등 투기 조장, 집값 상승 공급확대 정책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하게 미래세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공급확대를 핑계로 단 한 평의 그린벨트도 훼손하지 말라”며 “국토와 도시의 지속가능성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 참석자들은 ‘미래세대의 자산인 그린벨트는 개발 보유지가 아니다’, ‘환경파괴·집값 상승 그린벨트 해제 즉각 중단하라’, ‘도심의 허파 그린벨트 관리업무 환경부로 이관하라’, ‘도시생태 철학 없는 국토부를 규탄한다’, ‘근본적인 집값 안정 정책을 제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환경을 희생해 개발 추진을 검토한 정부와 청와대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유하라

    전날 총리실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개발제한구역은 미래세대를 위해 계속 보존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대신 공급물량 확대를 위한 대안으로 국·공립 시설 부지를 최대한 발굴·확보하기로 결정했다며 국가 소유 태릉 골프장 부지 활용에 대해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는 서울시 강남 쪽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공급 물량을 확보하기로 잠정합의했으나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지난 2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7일 하루 동안 그린벨트 해제 필요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녹지 축소와 투기 조장의 위험이 커 불필요하다’는 답변이 60.4%에 달했다. (1,000명 응답완료, 응답률 4.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문 대통령이 그린벨트를 보존하기로 것도 이러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반대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그린벨트 해제는 없던 일이 됐지만 여전히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태릉 골프장 부지와 3기 신도시 계획이 추진 중인 부천 대장지구와 고양 창릉지구 등 역시 그린벨트이기 때문이다.

    최진우 대장들녘지키기 시민행동 정책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여론에 밀려 그린벨트를 보존하기로 했으나, 정부는 지난해부터 부천, 인천, 남양주 등에 30만 가구를 공급하는 3기 신도시 계획을 추진 중이다. 개발 예정지는 서울 경계선 인근으로 이 땅도 대부분 그린벨트다. (개발이 예정되대로 진행되면) 여의도 면적의 11.8배에 달하는 녹지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서울의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하고, 경기·인천 그린벨트는 막 개발해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강남은 물론 타 지역에서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개발 정책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요구가 나온다. 그린벨트 해제의 주 목적인 주택공급을 통한 집값 안정화에도 큰 효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그린벨트를 풀어서 공급할 주택 수는 한정적이다. 시세보다 낮게 분양한다 해도 분양받은 사람에게 시세차익을 안겨주는 로또다. 이후엔 주변 시세를 따라잡게 되고 주택가격에 도움 안 된다. 이는 역사적 경험”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도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허물어 판교, 위례, 마곡, 광교 등 2기 신도시를 개발해 수십만 채를 공급했으나,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런 식으로 정부가 공급 확대를 위해 훼손한 그린벨트 규모는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1,560제곱킬로미터나 되고, 수도권은 이미 지난해에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을 초과했다.

    전세계적으로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잡은 만큼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환경파괴를 통한 난개발 추진은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회 위원은 “개발제한구역은 1999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시 면접의 2.5배에 해당되는 막대한 양이 해제됐고, 최근 100년 간 서울시 기온은 2.4도나 상승했다. 세계 평균 3배가 높은 기후변화”라며 “개발제한구역은 도시의 과밀과 확산을 막는 방법이며 도시 환경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임에도 한국은 신도시를 마구잡이로 개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시민사회계는 정부가 무주택 서민의 주거불안 해소와 집값 안정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다주택자들이 사재기한 주택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대사업자 세제 특혜 폐지, 재벌법인 토지보유세 강화, 분양가상한제 의무화 등 강도 높은 투기근절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환경 파괴식 대규모 신축공급이 아닌 공영개발을 통한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에 무게를 두고 부동산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공급확대 외에도 집값 안정화를 위한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음에도, 20여차례의 부동산 정책 발표에 이어 그린벨트 해제까지 추진한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에 대한 문책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정부의 무분별한 땜질식 정책 남발로 서울 아파트값은 3년 사이 한 채당 3억 원 가까이 폭등했다. 스무 번 넘게 땜질식 부동산 대책을 남발하는 것도 모자라 그린벨트를 두고 오락가락한 홍남기 기재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정책 담당자를 즉각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그린벨트 정책의 기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국토부의 그린벨트 업무 권한을 환경부로 이관하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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