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별금지법 국회 토론회
    최영애 “더 미룰 수 없어”
    정의당, 민주당과 미통당에 공동주최 제안했으나 사실상 두 당 거부
        2020년 07월 20일 03: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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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이 20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당초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하자고 제안했으나 두 당이 사실상 거부하면서 정의당 단독으로 토론회를 열게 됐다.

    정의당 차별금지법제정추진운동본부 주최로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 직접 참석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라며 각 정당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인권위가 14년 만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들고 나왔을 때 모든 분들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며 “제가 만난 국회의원들도 ‘가야하는 길이라면 가자’고 말하고 있다. 원불교, 불교, 천주교에선 이미 찬성의 입장을 이미 갖고 있고 주로 반대 목소리만 들렸던 기독교계에서도 지금은 ‘성서적으로도 새롭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함께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관장의 말로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의당을 비롯해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까지 아울러 12월이 가기 전에 이 법을 함께 만들어내는 기적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후, 인권위도 지난달 30일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시안을 발표하고 국회와 정부에 제정을 촉구했다. 인권위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한 것은 2006년이 마지막이었다.

    최 위원장은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렇듯 평등의 원칙은 기본권 보장에 관한 우리 헌법의 핵심 원리”라며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평등이념 실현을 위한 법적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차별금지법은 인권위 권고 이후 여러 차례 법안이 발의됐으나 번번이 일부 기독교계의 반대로 제정이 무산됐다. 특히 보수 기독교계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엔 찬성하지만 성적 지향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을 의식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하고 있다.

    박스 안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사진=유하라)

    최영애 인권위원장 “포괄적 차별금지법, 사회적 공감대 무르익었다”
    심상정, 민주당 인권문제 후퇴 지적 “일부 기독계 반대와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문재인 정부과 민주당은 그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인권위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8명 이상이 성적지향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 위원장도 ‘사회적 합의’를 명분 삼아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루는 정부여당을 겨냥한 듯 “사회적 공감대는 무르익었다”고 강조해 말했다.

    그는 “국민 상당수가 나와 나의 가족도 언제든 차별받을 수 있기에 차별을 해소하려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 통과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종교계 일부의 반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평등의 실현이 누군가의 몫을 뺏거나 줄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향유할 권리의 총량을 넓히는 과정이라는 점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평등권 보장이 종교의 자유와 배척 관계에 있지 않음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만큼 민주당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참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정의당은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게 진지하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토론회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대 양당이 반응이 없었다”며 “정의당이 단독으로 오늘 토론회를 개최하게 된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개신교 측에서 강한 반대가 있다. 지역구인 고양시에서 총선 전후로 여러 차례 목회자와 간담회를 했는데, 목사님들이 ‘심상정 의원이 뒷줄에 서면 안되냐’고 했다. 그래서 제가 ‘원래 국가인권위원회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만드시고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 입법 발의로 2007년에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됐고 민주당이 앞장섰었다. 그런데 일부 기독교계의 반대 때문에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이분들이 다 뒤로 빠져나가다 보니까 저는 제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는데 제가 맨 앞 줄에 서게 됐다. 저마저 이 자리에 비킨다면 모두가 태어날 때부터 존엄하고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기본 가치가 바로서지 못할 것 아니냐’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비롯한 인권문제에 있어서 민주당이 후퇴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에 더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

    최 위원장은 개별적 차별금지법과 함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를 거듭해 강조했다. 그는 “개별법만으로는 다양한 차별 현실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모든 사유마다 개별법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또 다양한 차별 문제를 일관되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필요하다”며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법이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구제를 규정하고 있지만, 차별 개념과 유형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지 않아 무엇이 차별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모든 차별을 망라하는포괄적인 법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국제사회의 주된 흐름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차별금지법 제정은 국제인권기준의 국내 이행”이라며 “우리나라는 여러 국제인권조약의 당사국으로서, 국제적으로 합의된 인권규범을 국내에 실현할 책무가 있다. 2019년 기준 36개 OECD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 이미 차별금지법이 존재한다. 이제는 국제사회의 요청에 응답할 때”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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