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선물도 차별받는 서러운 비정규직
        2006년 09월 28일 12: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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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게 밥이나 선물 가지고 차별대우하는 일이다. 똑같은 라인에서 똑같은 밥 먹고 똑같이 일하는데 정규직은 비싼 선물을 주고, 비정규직은 비누나 치약세트를 지급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를 더욱 서럽게 만들고 있다.

    반도체를 만드는 매그나칩 청주공장은 지난 4일부터 3일간 회사 식당에 네비게이션, MP3, DVD플레이어, 행남도자기 등 20여만원 안팎의 추석선물을 진열해놓고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르게 했다.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11만원을 지원하고, 11만원이 넘는 선물은 그 차액을 개인이 부담해 선물을 선택하게 했다. 선물은 29일까지 택배로 발송됐다.

    그러나 똑같은 식당에서 똑같은 밥을 먹는 비정규직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서러움을 안고 전시된 선물을 지나쳐 밥을 먹으러 가야 했다. 10여개의 사내하청업체는 26~27일 치약 칫솔 샴프 등이 담긴 선물세트를 지급했다. 이 선물은 명절 때마다 똑같이 나온 것이었다.

    선물 뿐이 아니다. 정규직은 29일 상여금 100%가 지급된다. 그러나 비정규직에게 추석상여금은 땡전 한푼 없다. 이 회사 하청노동자인 A씨는 “이런 차별대우에 분통이 터지는데 가슴에만 묻어두고 아무 말도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정규직 10만원 비정규직 5만원

       
     
     

    냉장고를 만드는 대우일렉트로닉스(구 대우전자) 인천공장은 이번 추석에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한다. 이 상품권은 대우전자 제품을 사도록 했다. 그나마 비정규직은 5만원짜리 상품권이 지급될 예정이다.

    이 공장에서 해고돼 회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윤경애 씨는 “올 설에는 정규직은 20만원짜리 선물을 줬고 비정규직은 10만원짜리 상품권을 준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큰 상자에 새우, 멸치, 김 같은 걸 담아서 줬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정규직이 900여명이고 비정규직이 500여명 정도 된다.

    부산 한진중공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근 심한 상처를 받았다. 회사는 사내복지기금의 이자로 매년 20만원을 지급하는데 3년치를 모아 올 추석에 6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회사가 추석선물비로 5만원을 더해 65만원 상당의 선물을 선택하도록 했다. 회사는 2천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5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비참한 한진중공업 비정규직 노동자들

    회사는 피디피(PDP) 노트북컴퓨터 드럼세탁기 김치냉장고 등 고가의 선물과 함께 비누세트, 참치세트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5만원 상당의 선물도 전시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참했다.

    한진중공업의 한 정규직 노동자는 “똑같이 일하고 어떤 놈은 백만원짜리 가져가고 우린 뭐냐, 우리 팔아서 지들꺼 챙기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터져나왔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규직은 40%의 상여금을 받는데 비해 비정규직은 상여금이 거의 없거나 10~20만원에 불과했다. 또 올해 교섭에서 정규직은 타결성과금 360만원과 연말성과급 200%를 따냈으나 비정규직은 한푼도 없었다.

    한진중공업의 비정규직 노동자 B씨는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차이가 많이 나서 아주 험한 일만 하고, 숨도 못 쉴 정도”라며 “불만이 많지만 누가 앞장서서 얘기하는 사람도 없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고 젊은 사람들은 더 입을 다물고 있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재벌회사들 선물 동일적용하지만 2차 하청은 제외

    현대, 기아, 대우 등 자동차회사들은 이번 추석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에게 똑같은 선물을 지급한다. 현대와 기아는 15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에게 동일하게 지급해 인터넷쇼핑몰에서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도록 했다. 정규직 노동조합의 요구도 있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명절 선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를 촉발시키면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2차 하청업체 노동자는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 GM대우차 부평공장은 1차 하청노동자가 1,400명이고 이 하청업체에 납품하는 2차 하청노동자가 500여명이다. 명절 선물은 지난 해부터 상품권이 지급되고 있는데 올해도 15만원 가량의 상품권이 정규직과 1차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똑같이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500여명에 달하는 2차 하청노동자는 ‘국물’도 없다. 또 1차 하청노동자도 하청회사 사장 맘대로다. 1년이 안됐다고 10만원만 지급하기도 하고, 심지어 안 주는 일도 있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C씨는 “2차 하청업체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그래도 당신들은 받아서 좋겠다고 그러면 정말 미안하고 찜찜하다”고 전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을 없앤 회사

    비인간적인 차별대우를 없애는 방법은 간단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나서는 일이다. 경남 창원의 한국산연지회는 비정규직을 하루 아침에 정규직화하기가 어렵다면 차별을 없애는 일부터 시작하자고 판단해 지난 3~4년간 임금과 단체협상에서 차별해소를 요구했다.

    이를 통해 휴가나 노동시간은 물론 상여금 720%까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똑같이 받도록 했다. 올해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인상이 69,990원으로 똑같이 올랐다. 현재 정규직 300여명과 비정규직 60여명이 기본급 차이를 빼고는 거의 차별이 없는 상태다.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올해 추석에는 상여금 30%가 지급된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아서 차별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 하이닉스 청주공장 하청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해 투쟁하자 하이닉스는 올해 설날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똑같이 현금 15만원을 지급했다. 또 하청노동자에게 120만원 정도의 성과급까지 지급했다.

    비정규직 스스로 차별 없애고 권리 찾아야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오병웅 부지회장은 “예전에 비정규직에게 참기름이나 비누세트 나눠주면 이게 뭐냐고 집어던지고 그랬다”며 “심지어 정규직에게 우월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비정규직과 선물을 똑같이 주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24개 하청업체와 단협을 체결해 설과 추석 10만원, 여름휴가 15만원을 확보했다.

    금속노조 이상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스스로 권리를 찾아나가고 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해나가야 이런 차별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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