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급쟁이 죄'와 '복지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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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9월 28일 10: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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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간신문 디벼보기] 최장집 "노무현 대통령, 남은 임기 동안 개혁 추진 말라"

    사안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려면 신문을 집어들어야 하고, 여러 가지 주장 속에서 진실을 찾으려면 역시 여러 가지 신문을 봐야 한다.

    한 신문은 ‘유리지갑’ 때문에 월급쟁이가 ‘봉’을 넘어 이제 ‘죄’라는 주장까지 하지만, 다른 신문은 쓸 곳은 많은데 세금을 늘리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다룬 28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의 보도 양태다. ‘월급쟁이가 죄’라는 주장은 물론 일부 불량한 자영업자들의 탈세를 적극적으로 추적하지 않는 정부 태도와, 월급쟁이들이 내는 근로소득세가 자영업자들이 내는 종합소득세보다 많이 걷히는 현상이 내년에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경향신문 60돌 기념인터뷰에서 "국민의사에 순응하지 않으면 노대통령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독재자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은 백두산에서 인민해방군 군사훈련을 하면서, 백두산입구에 한국인이 투자한 호텔 5곳을 연내에 철거하겠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다음은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28일자 1면 머리기사.

    경향신문 <"노대통령은 개혁리더 아니다 민주세력 현 정권과 결별해야">
    국민일보 <이번엔 신분등록제 갈등>
    동아일보 <백두산입구 한국인이 투자한 호텔 5곳에 중 "연내 철거하겠다" 공고문>
    서울신문 <내년 근로소득세 평균 18만원↑>
    세계일보 <내년 1인세부담 383만원>
    조선일보 <미 "FTA시한 맞추는데 연연안해">
    중앙일보 <경제 어려워지는데 예산은 팽창>
    한겨레 <복지예산 비중 25% 넘어서>
    한국일보 <빚내서 나라살림 한다>

    "봉급쟁이라는 죄" – "성장론자 생각 바꿔야"

    조선일보는 1면 기사 <봉급쟁이라는 죄>에서 "정부가 내년에도 복지·국방 지출을 큰 폭으로 늘리기로 함에 따라 내년도 나라살림(예산)이 올해(224조1000억원)보다 6.4% 증가한 238조5000억원 규모로 짜여졌다"며 "정부는 이 같은 내년 나라살림을 위해 근로소득세를 올해보다 13.0% 더 걷겠다고 밝혔다. 이는 주로 자영업자가 내는 종합소득세 증가폭(11.9%)보다 높은 것이어서 ‘유리알 지갑’이라고 불리는 근로자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9월28일자 1면.  
     

    조선일보는 사설 <경제성장과는 담을 쌓은 내년 예산>에서 "국민복지란 복지예산만 늘린다고 자동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어느 나라나 복지예산만큼 누수가 많은 분야도 없다"며 "갈 곳으로는 안 가고 갈 필요가 없는 곳으로 자꾸 새, 국민 세금부담만 늘릴 뿐 실질적 복지는 향상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그런데도 이 정부는 양극화란 명분을 만들어 무턱대고 돈부터 쏟아 붓는 구시대의 복지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 정권은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 행사가 마치 잃었던 주권을 되찾는 것인 양하더니 그 뒷감당을 하려고 국방비만 늘려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9월28일자 사설.  
     

    반면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복지예산 비중 25% 넘어서>에서 "돈을 많이 쓰지 않는데도 주머니는 비어간다. 내년 정부 예산안이 이런 모양새"라며 "쓸 곳은 많은데 세금을 늘리지 않고 나라살림을 짜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 한겨레 9월28일자 1면  
     

    한겨레는 사설 <재정 건전성 확보 의지가 보이지 않는 내년 예산안>에서 "성장과 분배를 이분법적으로 보는 성장론자들은 복지·보건지출확대를 성장정책 희생으로 연결 지으며 비판하나, 국가가 경제 성장을 이끄는 건 개발시대에나 성행하던 논리"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또, "동남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은 한발씩 나아가고 있는 한국의 복지정책을 부러워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배워야 할 모델로 삼고 있다. 성장론자들도 이젠 생각을 좀 바꿔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내년도 예산이 잘 짜였다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9.7%로 전체 예산 증가율을 웃도는) 국방비에 대해서도 더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듯 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도 조선일보처럼 성장에 방점을 찍지 않은 것엔 실망스러워했지만, 세수확보를 고민하지 않은 것을 우려한 점은 한겨레와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 <빚내서 나라살림 한다>에서 "성장과 복지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야 탓할 이유가 없지만 정부의 곳간이 자꾸만 쪼그라들면서 건전재정기조가 위협받고,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9월28일자 1면.  
     

    한국일보는 사설 <나라 살림, 언제까지 빚내서 할 셈인가>에서 "재정건전성과 경기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취약계층 지원과 인적자원 개발을 배려하고, 미래 성장동력까지 설계하겠다는 정부의 ‘세마리 토끼 몰이’ 자체를 시비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책목표에 대한 국민의 신뢰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의지만 갖고 능력을 뛰어넘는 일을 추진하면 사정이 달라진다"고 역설했다.

    한국일보는 "무엇보다 문제는 세수 확보의 고민없이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해 빚을 끌어대겠다는 발상이 줄곧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새해 예산안이 동반성장을 앞세울 뿐, 성장에 실질적 방점을 찍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 …복지가 투자라는 낯선 표현으로 비켜갈 일이 아니다. 이런 점 등을 유념해서 국회가 예산안을 꼼꼼하게 심의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 <경제 어려워지는데 예산은 팽창>에서 "내년 경상수지가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물건을 수출해 벌어들인 돈은 줄어들고 있는데 해외여행 등으로 밖에서 쓰는 돈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올해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더라도 소폭에 그치고 내년에는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경상수지가 45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고, LG경제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KDI).JP모건 등 대부분의 경제예측기관이 외환위기 이후 첫 경상수지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장집 "노 대통령, 개혁리더 아니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경향신문 60돌 기념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사실상 정치적 탄핵을 받았다"면서 "따라서 남은 임기 동안 갈등적인 이슈에 더 이상 손대지 말고 비갈등적인 이슈, 합의가 충분히 되어 있는 일상적인 관리 수준의 것만 다뤄야 하며 그것이 국민의 의사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경향신문 9월28일자 1면  
     

    최 교수는 "노대통령이 개혁을 한다며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거나 시도하면 안 된다"며 "노대통령이 그럴수록, 그 내용이 좋든 안 좋든 관계없이 국민들은 단지 노대통령이 했다는 사실만으로 부정하려 들고, 결국 갈등만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노정부는 보수파가 집권했을 때보다 더 과격하게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권위주의에 반대하는 민주화 세력은 다 모이라는 민주세력 대동단결이 핵심 담론이 되었지만 이제는 권위주의에 반대하느냐, 민주주의에 찬성하느냐는 정치적인 경쟁축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보수 재집권에 대한 우려에 대응하는 게 민주세력의 전략이라면 그것은 공포의 동원"이라며 "특정 정당이 항상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다시 집권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선 "정신감정이 필요한 국정홍보처"

    조선일보가 28일자 사설을 통해 국정홍보처에 ‘독설’을 뿜었다. 

    조선일보는 사설 <정신감정이 필요한 국정홍보처>에서 "국정홍보처가 정부 홍보사이트 ‘굴정브리핑’의 ‘언론보도종합’ 코너에 모아 올려놓는 그 날의 언론 기사들에 공무원들이 댓글을 달도록 강요하면서 댓글 쓰기 요령을 시시콜콜하게 가르치는 공문까지 각 부처에 보냈다"며 "공무원들이 그 많은 신문기사와 방송보도에 대해 이렇게 신속하게 보고하고 반대 논리까지 궁리해 서둘러 댓글을 달려면 업무는 때려치우고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9월28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이런 엽기적 공직사회 분위기의 출발은 ‘국정브리핑을 적극 활용하고 애용하라’는 대통령 지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쯤 되면 홍보처가 제정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국정홍보처 책임자는 잠시 댓글 달기와 댓글 독려의 손을 놓고 정신감정부터 받아 보기를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경향 "여당은 시체, 한나라당은 노는 게 일하는 것"

    경향신문 이대근 국제에디터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일과 놀이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 에디터는 26면 칼럼 <‘호모루덴스’ 한나라당>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해서 그동안 속시원하게 쏟아낸 말 그대로 실행한다면 나라가 망하지는 않더라도 꽤 망가질 것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나라 망할까 걱정하는 이들이 있는데 바로 이런 상상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걱정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노무현 정부가 자기 지지자를 배신한 것처럼 한나라당 정권도 그렇게 해야 할 운명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경향신문 9월28일자 사설  
     

    이 에디터는 "여당이 못할 때 야당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야 하는데 그럴 야당이 없다.…의원들이 더 한다. 술, 여자, 골프 스캔들이 줄줄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은 국정감사 준비를 한다면서 대낮에 피감기관의 골프장에 가서 놀다가 들켰다"며 "한나라당 의원이 바로 호모루덴스이다. 그들에게는 일과 놀이의 구분이 없다. 노는 게 일하는 것이고 일하는 게 노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에디터는 "정권을 맡을 정당이라면 무거운 책임감과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긴장감을 놓지 않아야 한다. 여당은 매우 짧은 결정적인 시기에 사람들을 깜빡 속이는 천재적 재능이 있다. 한나라당은 그런 것도 없지 않은가"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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