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고금지 선언보다
    고용유지 구체 대책 필요”
    김명환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 구호나 레토릭 아닌 책임과 역할"
        2020년 07월 16일 01: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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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중앙집행위원회의 반대에도 임시대의원대회를 강행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을 표결에 부치고 부결되면 집행부 총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직을 걸고’ 노사정 합의안에 대한 대의원들의 의사를 묻겠다는 것인데, 김 위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반면 노사정 합의안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과 활동가들은 노동자의 고통분담만 강조되고 기업의 책임은 ‘공문구’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가 먼 ‘노동개악안’이라는 주장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16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민주노총은 창립 이후 25년 동안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 ‘한국사회 개혁’을 말해왔다. 그것이 단순히 구호나 레토릭이 아니라 어려운 시기에 실현해내는 것이 민주노총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기에 자신들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아니라, 불평등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법과 제도를 사회적 대화를 통해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외쳐왔던 것과 걸맞은 민주노총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신뢰를 쌓는 것이고, 그 신뢰는 가장 중요한 민주노총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거듭 ‘민주노총 밖 노동자’라는 표현을 강조해 사용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민주노총을 포함한 취약계층,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는 것에 대책을 세우고 이후 불평등이 더 강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가장 우선적”이라고 말했다.

    노사정 합의에 반대하는 이들은 해고 금지 선언이 없는 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막대한 지원을 했음에도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를 중심으로 정리해고가 이뤄지면서 ‘해고 금지’ 명문화는 대정부 요구안 중 핵심사항이 됐다.

    노사정 합의안에 반대하는 ‘비정규직 이제 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비정규직 이제그만)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영계는 … 고용이 유지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구는 해고 금지 선언이 아니다. 최대한 노력한다는 강제력 없는 말로는 아무것도 보장하지 못한다. 최소한 해고하는 기업에는 정부 금융·재정 지원을 중단한다는 제도적 조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면 (인건비의) 10%만 부담해도 되지만 그것조차 하기 싫어서 비정규직을 집단 정리해고한 아시아나케이오와 같은 사례를 이 합의문으로 막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해고 금지’ 강조와 ‘고용 유지’ 강조

    김 위원장은 해고 금지 선언보단, 고용유지를 위한 구체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추상적인 해고 금지 선언보다는 구체적인 고용 유지 대책이 필요한 때”라며 “무엇보다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노동조합에 소속돼 있지 않은 압도적 다수의 노동자들에겐 중요하다. 가계부채가 많은 한국사회에서는 고용이 신용도이고, 사회안전망의 기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용 유지를 위한 정부가 어떻게 예산을 쓸 것인지, 경영계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노동자들은 그것을 위해서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이런 것이 이번 노사정 합의문에 들어가 있다”며 “이번 합의안에 ‘고용 유지가 전제되는’, ‘고용 유지에 따르는’이라는 문구가 28번 언급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고용 유지’ 표현이 합의문에 몇 차례 언급됐는지 보단, 그 문구에 강제성이 실려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게 노사정 합의안에 반대하는 이들의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해고 금지 선언과 이에 대한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해고 금지를 대통령이 선언하는 게 가장 확실하지만 이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는 경우 아무것도 못한다면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처음부터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해고 금지는) 사실상 대통령에게 선언하라고 요구하더라도 (실제로는) 선언과 구호만으로 그칠 수 있기 때문에 고용유지를 위한 구체적 대안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반박했다. 또한 “경영계가 고용유지를 지킬 수 있도록 정부가 감시하고 법과 제도를 통해 규제하겠다는 내용 또한 이번 합의안에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고 금지 명문화 외에 노동계의 또 다른 요구들이 노사정 합의안에 충분히 담겨 있다고 판단했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적극적으로 요구했던 법과 제도에 대한 내용이 일정하게 수용이 됐다”는 것이다. 전국민 고용보험과 상병수당 도입을 가장 큰 성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노사정 합의안으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임금이 인상되거나, 근로조건이 바뀌는 건 없다. 하지만 민주노총으로 조직돼 있지 못한 노동자들, 중소 자영업자들의 재난시기 지원이 확대되고, 정부의 예산집행 방향이 취약계층이나 사각지대 노동자를 위한 방향으로 가게 된다”며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를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아프면 쉴 수 있는 사회를 앞장기는 제도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당초 추진했던 전국민 고용보험제 외에 상병수당은 노사정 합의안에 명시돼있진 않다. 다만 김 위원장은 “상병수당을 풀어쓴 내용이 그 안에 들어가 있다”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지난 10년간 논의만 됐지 1조가 넘는 예산 때문에 도입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노사정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정부가 정책의지를 갖게 됐고 사용자 측에서는 이것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될 부분들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 단계적 도입 합의 내용에 대해 “합의문은 금년 말까지 로드맵을 수립하고, 특수고용의 특성을 고려해 노사 및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다. ‘특성’을 고려한다는 얘기는 직종별로 차이를 두겠다는 정부와 민주당의 입법안과 다르지 않다”며 “경총 등 사용자단체는 특수고용의 고용보험 적용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는데, 노사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은 안 되면 그만 식이다. 이 합의문은 고용보험 밖 771만 명을 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병수당 도입에 대해서도 “코로나19 생활방역 5대 행동수칙 1번이 ‘아프면 집에서 쉬기’이지만 쿠팡, 콜센터 집담감염 사태를 통해 확인됐듯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계걱정 때문에 아파도 쉴 수 없다. 그래서 건강보험의 상병수당 도입이 필요하고 이는 대통령령으로 시행 가능하다”며 “그러나 합의문에는 ‘사회적 논의를 추진한다’는 말 뿐이다. 하나마나한 공문구”라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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