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내 정책 갈등 본격화
        2006년 09월 27일 04: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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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하나. 27일 오전 여의도 기계회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한미FTA협상 관련 토론회.

    협상 반대파측 토론자로 참석한 이상민 의원은 "(주최측은) 찬반론보다는 어떻게 하면 국익에 부합하는 FTA가 될 것이냐 하는 것에 (토론의) 초점을 맞춰달라고 했지만 아무리 맞춰보려고 해도 (협상) 반대로 돌아선다"며 "현재 진행상황으로 볼 때 (협상을) 중단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한 주최측의 말씀에 억지로라도 맞추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발제를 시작했다.

    "’한미FTA, 이것만은 지키자’, 제목이 이상하다"

    이날 토론회의 제목은 ‘한미FTA, 이것만은 지키자’. 역시 협상 반대파인 임종인 의원은 이날 토론회의 공동주관자인 천정배 의원에게 "’한미FTA, 이것만은 지키자’, 제목을 왜 이렇게 정했는지 모르겠다"며 "나한테 물어봤으면 ‘한미FTA 이것이 문제다’, ‘한미FTA 이것이 쟁점이다’로 제목을 바꾸라고 했을 것"이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그에 앞서 천 의원은 "당과 국회는 국민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정부가 국익우선 협상 성공적으로 이뤄내도록 감시하고 뒷받침해야 한다"며 "지금은 총론적인 찬반 토론을 넘어서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논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한 터였다.

    김근태 의장도 인사말에서 "지금까지 토론과정에서 한미FTA는 성선설처럼 주장되거나 성악설처럼 주장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왜 성선인지, 왜 성악인지 이 부분이 잘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생산적인 토론을 강조했었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찬반양론 사이에 접점을 놓기 위해 마련된 이날 토론회는 결국 아무런 접점도 찾지 못한 채 양측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끝났다.

    이미경 "후분양제 조기 도입" vs 강봉균 "단계적으로 해야"

    장면 둘. 27일 오전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이미경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진상조사단’ 단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은평뉴타운 후분양제 도입 및 분양원가 공개 방침에 대해 "다소 만시지탄이 있지만 일정하게는 받아들이고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당 뉴타운 대책위원회에서는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더 세밀하게 검토하고,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후분양가 일정에 대해서도 앞당길 것이 있는가에 대해 국민들에게 납득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분양원가의 민간부문 확대 및 후분양제 조기 도입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정부는 2011년까지 순차적으로 후분양제도를 도입한다는 시간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후분양제가 첫 번째 목표인 가격을 완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효과가 의문시된다"고 오 시장의 후분양제 도입 방침을 깎아내린 뒤 "우리당도 후분양제가 되도록 빨리 정착되기를 바라지만 무리하게 하는 것 보다는 점점 부작용이 예방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는데 (오 시장의 방침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후분양제의 조기 도입 방침을 시사한 이미경 의원의 발언을 에둘러 반박한 것이다. 

    이상민 "한미FTA 협상 중단", 우제창 "차기 정권으로 넘겨라"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여당 내 이견이 표면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미FTA에 대한 찬반 양론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한층 완강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일부 협상 비판론자들은 ‘협상 중단’을 공공연히 주장하기 시작했다. 지금껏 여당의 한미FTA 비판론은 ‘졸속반대론’이나 ‘속도조절론’의 외양을 띠었다.

    이날 토론에서 이상민 의원은 "지금은 집권 후반기다. 대통령 지지도도 낮다. 예상되는 갈등과 마찰을 조정하고 끌고나갈 수 있는 힘이 있느냐는 점에 대해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협상중단론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여당 내 협상 찬성파도 점차 분화되는 양상이다. 일부 찬성파 의원들은 노 대통령 임기 내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제창 의원은 "오는 12월까지 협상을 끝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 내년 대선도 있는데 어려울 것이다. 시기적으로 너무 안 좋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며 "다음 정권 때 (협상을) 잘 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내 개혁파와 실용파의 오랜 논쟁거리인 부동산 분양원가 공개도 최근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문제를 계기로 재점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미FTA 5차 협상 끝나는 12월, 정계개편 시기와 맞물려

    김근태 의장 등 개혁파는 부동산 분양원가 공개의 민간부문 확대 및 후분양제의 조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 정책위를 주축으로 하는 실용파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채수찬 당 정책위 부의장은 2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동산 분양원가 공개 확대는) 비능률적이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여당 내의 정책 갈등이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특히 한미FTA 5차 협상 결과가 나오는 12월은 정계개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이다.

    강기정 의원은 "차기 대선 후보들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며 "오는 12월 5차 협상이 끝나면 바로 조기당론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이 당론 결정 시점으로 제시한 12월은 얼마 전 김근태 의장이 ‘민주개혁세력 대연합’을 이뤄내겠다고 밝힌 시기와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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