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군인이 왜 와있는지 모르겠다"
        2006년 09월 27일 03: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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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군이 왜 와있는지 모르겠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 하기 위해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와있을 뿐 자이툰 부대는 역할이 없다.”

    지난주 이라크 아르빌 현지 실태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이 전한 이라크인들의 목소리다. 이 의원은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 전체의 평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했다”며 “전쟁은 날이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고 한국군은 파병 2년 지났지만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2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가진 이라크 현지 실태조사 활동보고회에서 “자이툰 부대를 방문하고 현지 이라크인, 교민 등을 만나본 결과 미국의 이익을 위한 전쟁에 다국적군으로 참여해 미국의 명분만 살려주고 있을 뿐 자이툰 부대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2월 국회를 통과한 이라크 파병동의안은 자이툰 부대의 파병목적을 “평화애호 국가로서 전후 이라크의 신속한 평화정착 재건지원을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적 연대에 동참함으로써 세계평화와 안정에 기여함을 물론, 한미 동맹관계의 공고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밝혔다.

    하지만 이라크에서는 지금껏 전쟁이 끝나지 않고 있어 ‘전후’ 평화정착과 재건지원이라는 파병목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자이툰 부대는 의료봉사, 직업교육, 그리고 ‘민사작전’이라고 불리는 아르빌 주민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 등 세 가지 축으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굳이 군이 담당할 필요가 없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쿠르드 자치정부도 전투병력 파병보다 경제적 지원과 투자를 절실히 바라고 있으며 현지 교민들도 “자이툰부대는 아르빌에서 충분한 역할을 했다”며 “이제 군대는 철수하고 민간에서 사업을 통해 국익을 실현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더구나 이라크에서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한쪽 편인 쿠르드족을 지원하고 있어 내전이 치열해질수록 우리 군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이 의원은 “이라크 파병이 당초 얘기된 것과는 달리 한미동맹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음은 북핵문제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며 “이라크 재건 복구공사는 백악관과 연줄이 있는 핼리버튼, 벡텔 등 미국 대기업들이 독차지 하고 있어 정부가 얘기한 경제적 이익조차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김선동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자이툰 부대 철수는 한반도 평화와 우리 생존의 문제”라며 “국회에서 완전철수를 위한 결의안 통과에 힘쓰고 국회 밖에서도 광범위한 국민들의 투쟁으로 철수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어느 이라크인의 목소리
    – 살람 이스마엘(바그다드 청년의사회 대표)

    이날 보고회에서는 바그다드 청년의사회 대표 살람 이스마엘(28세) 씨의 편지가 공개됐다. 이스마엘은 지난해 4월 미군이 팔루자를 공습했을 때 전 세계에 팔루자 학살의 진상을 폭로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현재 런던에 있는 이스마엘은 자이툰 부대 철수운동을 당부하며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한국의 시민사회에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이라크인들은 매일 고통받고 있습니다. 미군은 여전히 불법으로 사람을 체포하고 가택을 수색하고 파괴하고 있으며, 꼭두각시 정부도 여기에 가세했습니다. 그리고 이 정부의 부패는 정말 엄청납니다. 현재 이라크는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관료들이 통치하는 나라입니다.

    또한 단지 이라크 정부뿐 아니라 더 심각하게는 미국의 도급업체들도 부패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런 부패 때문에 이라크의 재건은 엄청나게 지연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보건의료 시설들이 파괴됐으며, 사유화도 진행됐습니다.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은 전쟁 전 경제제재 하에서 5.4%였는데, 지금은 7.2%로 늘었습니다.

    점령군은 제네바 협정을 매일 어기고 있습니다. 점령군은 의료시설과 의사와 간호사와 구급차를 공격했습니다. 저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적신월사에 이 사실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저는 한국군이 당장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오랜 점령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고통을 겪었을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점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당시에도 일본군은 한국인들을 해방하러 왔다고 거짓말을 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과연 일본 점령의 고통을 잊었을까요? 잊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라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라크인들은 결코 점령의 치욕과 고통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이라크 노인은 자기 집을 수색하러 온 미군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네가 그 총이 아니라 사복을 입고 온다면 이라크인만의 호의를 베풀겠네. 하지만 자네가 군복을 입고 총을 들고 온다면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저항할 것이네. 우리는 자유 이라크를 원하기 때문이네.”

    저는 한국인들에게 호소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점령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들이 점령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한국군은 일본 점령군이 과거에 한 일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안은 있습니다. 자이툰 부대를 철군시켜 주십시오. 미래의 친구로 이라크를 방문해 주십시오. 우리는 1980년대에 이미 한국인 건설 노동자들을 환영한 바 있습니다. 제 집 앞에 있는 다리도 1980년대 한국인 노동자들이 지은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협력의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점령에 동참함으로써 이런 협력의 역사가 무효가 될 상황에 처했습니다.

    한국의 시민들이 이라크에 있는 한국군이 철수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군 철수 운동을 벌여 해방을 향한 이라크인들의 바람과 몸부림에 지지를 보내 주십시오.

    그리고 저는 민주노동당이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진보정당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꼭 자유 이라크, 평화 이라크를 위해서 자이툰 부대를 고국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도록 앞장 서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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