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실업대책 발표…“낡은 모델 실효없어"
        2006년 09월 27일 12: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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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높은 실업률과 고용불안, 비정규직 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며 ‘좋은 일자리 빨리 만들기’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기업에 대한 대폭적인 규제완화와 지자체에 대한 폭넓은 권한 부여 등이 핵심이다. 또한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노조 운영에 대한 투명성 제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대책은 ‘낡은 이론’에 기반하고 있어 정작 일자리 창출의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27일 당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창출 특별위원회(위원장 이한구)에서 마련한 ‘좋은 일자리 빨리 만들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8월부터 5차례의 토론회와 지난 25일 종합 토론회를 거친 최종안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인준했다.

       
    ▲ 한나라당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창출 특위 위원들이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좋은 일자리 빨리 만들기’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야당으로서 오늘 일자리 창출 해법을 정부여당에 제안하고 국민 앞에 내놓는다”며 종합대책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한구 일자리특위 위원장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이 정치권 최초로 좋은 일자리 빨리 만들기 종합대책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한구 위원장은 “심각한 고용율을 급상승시키기 위해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과감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하겠다는 것이 제1원칙”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과감한 정책은 “기업주도와 지역주도의 일자리 창출”라는 원칙에 따라 대기업에 대한 대폭적인 규제완화와 지자체에 대한 폭넓은 권한 부여로 확인됐다.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라는 이유에서다.

    우선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외국인투자기업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요하게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하고 수도권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자는 내용이다. 또한 한나라당이 기업경영권을 위협한다며 ‘반기업 3대 악법’이라고 꼽은 금산법, 공정거래법,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등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설립과 신·증설 규제 완화와 올해 일몰되는 투자지원 세재의 연장 및 준조세 부담 경감 등도 포함됐다.

    특히 한나라당은 지방투자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에 기업유치와 규제완화에 대한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고 지자체에 대한 예산 심의 방식의 대폭 변화를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글로컬Glocal(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현상) 21 시스템’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지자체의 기업유치 인센티브를 현행 외국인기업투자유치제도의 세제, 보조금 등 혜택 수준으로 높이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그린벨트 해제와 환경·노동·교통관련 규제권을 위임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앙정부의 지자체 예산 배정 심의 방식을 개별 건별, 프로젝트별, 부처별 심의에서 패키지 종합 심의 방식으로 대폭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비스업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는 항공, 물류, 관광 산업 등에 대해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의료, 교육, 보육 분야에 대한 개방과 개혁을 통해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한나라당은 대형노조의 집단 이기주의 형태를 시정해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 투자, 나아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과 처우개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형노조 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근로자 복지수준, 회사운영개입정도, 회사 지원 실태, 노조 전임자 대우, 별도의 운영사업 등을 노조 스스로 공개하거나 외부감사제도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정작 이러한 기업 규제완화 등을 통해 실제 창출되는 일자리 규모에 대한 예상치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할 경우, 국내 6개 대기업에서 2년 내 14조원을, 수도권 자연보전지역 규제 완화 시 하이닉스와 KCC에서 13조 7천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예측 정도가 나왔을 뿐이다.

    이한구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직접 그런 투자 약속을 확인받은 것은 아니다”며 “전경련 회장단의 비공개 회의에서 출자총액제도를 폐지할 경우 6개 기업이 14조원의 투자 의사를 밝혔던 내용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각종 규제를 완화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0.5~1% 성장한다”며 “한나라당의 일자리 대책이 모든 규제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0.5% 정도만 오른다면 3조 이상의 GDP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끝내 새롭게 창출될 일자리 규모에 대해서는 예상치를 내놓지 못했다.

    이 위원장은 “어떤 기업과 업종이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지는데 일자리 창출 규모를 계산할 수는 없다”며 “정부가 100만 일자리 창출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거짓말이고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연구소나 한국경제연구원 등에 의뢰하면 GDP와 일자리 창출 상관 관계를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되레 기자에게 확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기업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과거 이론’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떡고물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대기업이 선도적으로 하면 중소기업이 살고 노동자도 그 떡고물을 받아먹을 수 있다는, 과거 성장 위주 개발연대식의 논리”라며 “지난 30년간 이러한 떡고물 논리가 효과를 발휘해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소장은 한나라당의 기업 규제완화 주장과 관련 사전적 규제를 사후적 규제 시스템으로 만들어가자는 규제 체계의 재설계는 학자들이 기본적으로 하는 이야기”라며 “하지만 한나라당은 사전적 규제 완화의 위험성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사후적 규제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결국 “한나라당의 규제 완화 정책은 소수자의 권익을 침해하고 국민경제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코스트를 치르더라도 기득권층의 이익을 제고할 가능성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도 “대기업은 이미 투자를 많이 하고 있고 중소기업은 여력이 모자란다”고 지적하고 특히 “출자총액제도는 시장의 공정경쟁을 위한 정책으로 기업 투자와 별개”라며 폐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교수는 또한 “과거 추세로 봐서는 안된다”며 한나라당의 성장을 통한 고용 창출 정책을 비판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기도 한 이 교수는 이날 <경향신문> 대담에서도 “IMF 사태로 낡은 모델이 무너진 이후 새로운 질적 성장모델로 전환하지 못한 게 현재 위기의 바탕”이라며 “이 전 시장, 박 전 대표에 대한 기대로 (박정희 시대 개발담론이) 나타났지만 낡은 모델”이고 지적했다. 그는 “보수가 우리를 먹여 살릴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고 일시적으로는 몰라도 보수가 새로운 경제모델을 찾을 능력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한나라당이 국회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창출 특위에 이번 종합대책을 한나라당으로 제시하고 여당에도 관련 안의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입법활동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우리 경제의 발전 모델을 둘러싼 공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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