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시장의 죽음,
    여론은 다시 둘로 나뉘어
    성추행 의혹 질문에 이해찬은 ‘욕설’…김종인은 보궐선거 ‘계산’
        2020년 07월 10일 06: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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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망으로 애도의 말들이 쏟아지면서 부하 직원 성추행 의혹은 모습을 감춘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도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등의 표현으로 박 시장의 지난 삶을 되짚는 추모 논평이 쏟아졌지만, 정작 성폭력 피해를 호소한 이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여당 지도부는 성폭력 의혹 거론 자체를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고,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 중엔 박 시장의 죽음을 고소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에서 나아가, 미투 운동 자체에 대한 원색적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각 정당들은 일제히 박 시장에 대한 추모 논평을 냈다. 그러나 박 시장의 죽음으로 성추행 피해를 고소한 이가 받았을 정신적 충격에 대한 염려를 표한 정당은 없다.

    하윤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0일 국회 브리핑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명복을 빈다. 고인은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 민주화에 앞장섰던 분”이라며 “황망한 심정이다. 유족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삼가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북악산 인근에서 생을 마감한 채 발견됐다. 참으로 당혹스럽고 황망한 일”이라며 “고인이 걸어온 민주화운동, 시민운동, 그리고 행정가로서의 삶을 반추하며 비통한 마음뿐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성추행 의혹 질문에 이해찬은 ‘욕설’…김종인은 보궐선거 ‘계산’
    류호정, 성폭력 피해 호소한 직원에 연대의 메시지 “당신이 외롭지 않길”
    심상정 “가장 고통스러운 이는 피해 호소인”

    정치인들의 발언 속에서도 성폭력 피해 고소인에 대한 언급은 드물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박 시장의 성추행에 대한 당의 대응을 물은 기자에게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이야기라고 하나”라며 “그건 예의가 아니다. 최소한 가릴 게 있다”며 질문한 기자에게 욕설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벌써부터 보궐선거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열린 당 정강정책 개정특위 세미나에서 “갑작스러운 사태가 나서 말씀드리지만, 내년 4월이 되면 큰 선거를 두세 군데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부산시장 보궐선거나 경우에 따라서 또 다른 선거를 전제한다면 대통령 선거에 버금가는 선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를 호소한 전직 직원에 대해선 언급한 정치인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류호정 의원 정도밖에 없다.

    심상정 대표는 박 시장 조문 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사안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진 못하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 중 한 분이 피해 호소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상황이 본인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 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호소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류호정 의원은 피해 고소인에 대한 연대의 뜻을 밝히며 박 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비는 사람들의 애도 메시지를 보고 읽다. 고인께서 얼마나 훌륭히 살아오셨는지 다시금 확인한다”면서 “그러나 저는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당신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류 의원은 “어제 오늘의 충격에서 ‘나의 경험’을 떠올릴 ‘당신들’의 트라우마도 걱정이다. 우리 공동체가 수많은 당신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여 2차 피해를 막을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썼다.

    그러면서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그러나 모든 죽음은 애석하고, 슬프다.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둘로 쪼개진 여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서울특별시장(葬) 반대글 올라와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온라인상 여론도 둘로 쪼개진 모습이다. 여권 지지자들이 활동하는 일부 커뮤니티엔 박 시장 사망 등 현 상황을 고소인의 탓으로 돌리는 게시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고소인을 염려한 심상정·류호정 의원과 이들을 지지하는 여론, 2차 가해를 우려하는 언론 보도 등을 싸잡아 비난하며 적으로 돌리고 있다. 미투운동 자체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글도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다른 한편에선 자신이 당한 성폭력 가해에 대해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없게 된 고소인에 대한 연대 확산 움직임도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박 시장의 장례식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선 안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박원순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 5일장으로 하는 것을 취소해주세요’라는 청원글엔 3만 명이 넘는 이들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자는 “박원순 시장은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당한 사람이다.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은 되었지만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국민들은 왜 박원순 시장이 자살했는지 알 것”이라며 “피해여성은 2차 피해를 받게 된다. 얼마나 큰 상처를 받겠나. 본인을 가리키는 수많은 사람에 의해 벌써 2차 3차 피해를 받고 있다. 당장 서울특별시장(葬) 5일장으로 장례하는 것을 취소해달라”고 적었다.

    일각에선 고소에 대한 사실 여부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박 시장이 죽음을 택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도 있다. 서울특별시장을 반대한다는 글을 올린 또 다른 청원자는 “피해자의 억울함이 풀리기도 전에 죄를 지은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 면죄부가 주어지는 듯한 양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는 또 한 번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송사에 휘말릴 경우 죄가 없다면 당당히 맞서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죄가 있다면 응당한 벌을 받는 것이 공직자, 정치인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도리이자 의무”라고 밝혔다. 이 글은 2만 명이 넘는 시민의 동의를 얻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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