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값 그리고 김근태와 오세훈
    2006년 09월 26일 06: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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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에게 부동산 분양원가 공개는 각별하다. 김 의장은 지난 2004년 공공주택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신중론을 편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 "계급장을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 이후 부동산 분양원가 공개는 정치인 김근태의 의제로 비춰졌다. 김 의장에겐 정치적 자산이었다.

그러나 김 의장의 이후 행동은 그의 발언만큼 호쾌하지 못했다. ‘계급장을 뗀’ 논쟁은 여전히 벌어지지 않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는 2년 전 그랬듯 지금도 김 의장 개인의 소신으로만 남아 있다.

김 의장은 당 의장 취임 후 가진 여러 인터뷰에서 분양원가 공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장의 이런 발언이 나오면 당 정책위에 포진된 실용파 의원들은 "김 의장 개인의 생각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간혹은 당 실용파 의원들이 ‘분양원가 공개 불가’라는 자신들의 정책적 소신을 공격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 이번에는 김 의장측에서 "그들의 사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연합뉴스)  

부동산 분양원가 공개에 관한 한 당론은 없고 고위 당직자들의 ‘의견’은 난무했다. 그러나 이들의 ‘의견’은 공론의 장에서 충돌하지 않았다. 이견은 명백한데, 토론은 회피됐다. 당 내부의 분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래서 이들 각자의 ‘당론’같은 ‘의견’들은 지금도 안전하게 병렬해 있다. 김 의장의 한 측은은 26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분양원가 공개에 관한 당론이 무엇인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김 의장의 정치적 자산은 이렇게 말라죽어 가고 있다.

그런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은평 뉴타운에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발표의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아파트 거품빼기’ 정책의 정치적 소유권이 김 의장에서 오 시장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단박에 부동산 관련 정책의 이슈메이커가 됐다. 게다가 오 시장은 김 의장처럼 ‘문제제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심사숙고를 거듭하는 김 의장과 달리 오 시장은 여론의 목소리에 즉각 반응하는 결단력도 보였다. 이 문제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불붙을수록 오 시장이 선점한 이미지는 더욱 뚜렷해지고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이 후분양제 계획을 발표한 지 이틀 후 여당 의원들은 사족같은 비판적 논평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김 의장의 한 측근은 기자에게 "이제라도 서둘러서 분양원가 문제에 대한 당론을 마련해야겠다"고 했다. ‘오 시장이 김 의장의 의제를 가로채 버렸다’는 지적에 대한 답이었다. 김 의장은 항상 ‘반 박자 늦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그 가혹한 평가가 이번에도 김 의장에게 돌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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