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재법 개정 논의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By tathata
        2006년 09월 26일 05: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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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을 논의하는 노사정위원회 산재보험발전위원회는 최근 논의시한을 애초 9월말에서 10월말로 한달 더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노사는 현재 급여기간 조정 등 핵심쟁점에 대한 접근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 불참입장을 천명함에 따라 산재법 개정 논의에서 제외돼 있다.

    이호근 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은 “90개에 이르는 방만한 산재법 개정안을 4개월간 논의했으나 시일이 여전히 촉박하다”며 “10월 말까지 논의를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10월 말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노사 · 공익위원의 입장을 최종 정리하여 정부로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치료 도입, 노사 모두 긍정 검토

    노사정은 현재 진행중인 산재법 개정 논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오가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며, 협상의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에 섣불리 회의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호근 위원도 “일부 사안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노총 다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노사는 일부 쟁점사항에 대해서는 의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노총과 경총은 현행 휴업급여제도에서 부분취업 또는 취업치료가 가능하도록 개정하는 방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휴업급여제도는 노동자가 산재요양 기간동안 임금의 70%에 해당되는 금액을 지급 받는 것을 말한다. 한국노총은 주치의의 소견서와 노동자의 동의가 있으면 치료와 노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휴업급여를 개정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임성호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 연구위원은 “반드시 입원을 요하지 않는 산재요양의 경우에는 치료를 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취업치료의 요건과 임금 지급 기준 등에 대해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재요양환자가 취업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임금(50%)과 휴업급여(50%)를 동시에 지급받게 돼 이전보다 받는 급여액수는 높아지게 된다. 취업치료에 대한 기준 마련은 노사간의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취업치료를 도입하자는 취지는 서로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총 일부 안에 노동건강단체 반발

    그러나 노사는 급여 기간의 조정, 산재불승인 심사 절차, 선치료 후보상 등 핵심쟁점은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휴업급여 지급 현행 유지 △선치료 · 후보장을 위한 근로복지공단의 대부제 도입 △산재보험의 본인 부담금 단계적 해소 △원직 복직 보장 △재활급여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

    세부적인 사항으로는 산재승인 신청서에서 사업주의 날인을 폐지하되, 근로복지공단이 노동자로부터 산재승인 신청을 받은 후 사업주에게 사후 통보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방안이 제출됐다. 또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불승인을 내린 사건에 대해 심사하는 기구를 근로복지공단 각 지사 산하에 산재보상보험심사위원회를 설치, 노사 · 공익위원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 민주노총과 노동건강관련 단체들은 지난 5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산재보험 공공성 강화, 산재법 개악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에 대해 노동건강단체들은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임준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가천의대 교수)는 “산재승인 신청은 노동자의 고유한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이 신청사실을 사업주에게 통보하고 의견을 청취하도록 하는 것은 사업주의 권한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임 교수는 또 근로복지공단의 지사 산하에 산재보상보험심사위원회를 두는 것도 ‘심사의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산재보험금을 주는 당사자인 근로복지공단이 심사위원회를 산하기구로 두는 것은 원칙적으로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산재법 개정에서 사업주의 대항권을 강화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경총은 △휴업급여의 지급기간을 1년 6개월로 제한 △산재승인에 대한 사업주의 이의신청권 인정 △산재 시 민사배상제도의 폐지 △건강보험과 산재보험 진료비의 일원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11월 국회 상정되면 민노당안과 치열하게 부딪힐 것

    이번 산재법 개정은 40년만에 이뤄지는만큼 논의 의제 또한 방대한 것은 물론 매우 복잡하다. 일각에서는 ‘9.11 합의’ 이후 한국노총이 또다시 무리하게 노사정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산재법은 양노총의 사업장 규모의 차이에 따른 이해관계가 엇갈리지 않고, 오로지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의 관점에서만 접근하기 때문에 큰 이견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노총의 핵심 관계자도 “9.11 합의에 대한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노총이 노사정 합의를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한편, 정부가 오는 11월 국회 입법안을 상정하게 되면 지난해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제출한 산재법 개정안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단 의원은 △산재 평가 기관의 독립성 확보 △선보장 후평가 △재활급여 신설 등을 뼈대로 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단 의원실의 신언직 보좌관은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민주노동당안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부터 산재법 개정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 노동자들의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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