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정책 실패 후폭풍
    청와대와 여당, 전전긍긍
    참여연대·경실련 “국회·정부 고위직 실거주 주택 외 모두 처분하라”
        2020년 07월 08일 04: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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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정치권 안팎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선 연일 국회와 청와대, 정부 등 다주택자 고위공직자를 압박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청와대 참모진에게 실거주 주택을 제외한 모든 주택을 처분하라고 지시했던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작 자신의 강남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는 한편, 미래통합당은 주택 처분 강요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정의당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다주택 매각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경실련 “국회의원·정부 고위직 실거주 주택 외 모두 처분하라”

    참여연대는 8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거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다주택자 고위공무원과 국회의원들에게 거주 목적 1주택을 제외한 주택을 매각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 전체 56명 중 16명이 다주택자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부동산 세제와 주거부동산 입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만큼은 이해충돌 방지와 입법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제고하고, 공정한 의정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거주 목적 외에 보유한 주택을 매각해야 한다”며 “매각하지 않을 경우 주거부동산 정책을 담당하지 않는 타 상임위로 이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거, 부동산 정책을 담하는 국토부와 기재부 3급 이상 고위공무원들에 대해서도 거주용 1주택 외 주택을 매각하고, 매각하지 않는 고위공무원은 주거 부동산 정책 결정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박용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 주택시장 문제의 핵심은 다주택 보유”라고 강조했다. 2018년 기준 주택보급률은 104.2%로 전체 가구 수보다 83만 9천 채가 더 많지만 전체 가구의 43.77%인 875만 가구가 집을 갖고 있지 않다. 박 소장은 “전체 가구의 15%가 우리나라 전체 주택의 61%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도시 중심의 공급정책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가져올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박 소장은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와 보유세 강화만이 해결책”이라며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들의 솔선수범 없이는 주택시장을 안정화 시킬 수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다주택 문제를 스스로 해소하는 실천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도 연일 국토교통부,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고위공직자의 주택 처분을 압박하고 있다.

    경실련은 전날인 7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실제 거주 목적 외 주택처분 서약서’를 공개하지 않고 미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당선자에 한해 2년 안에 실거주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매각하도록 하는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한 바 있다. 총선 당시 신고 재산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의원 1인당 평균 부동산 재산은 9.8억, 다주택자 비중이 23%에 이른다.

    경실련은 “부동산 정책을 결정하는 청와대 고위공직자와 여당 등 국회의원들이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공직자들이 부동산가격 상승의 불로소득과 특혜를 누리는 현실에서는 국민을 위한 주택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3년 동안 지속된 집값 폭등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8일 기자회견. 왼쪽 위는 7일 경실련 기자회견 모습

    고위직 다주택 처분 미루던 당정청…여론 악화되자 “빨리 팔아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문제의 강남 아파트를 이달 내에 처분하겠다고 밝히고 다주택 청와대 참모진에게도 재차 매각을 지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최근 부동산 문제로 여론이 매우 좋지 않아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고위공직자가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으면 어떤 정책을 내놔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달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다주택 매각 권고를 따르지 않은 고위공직자들을 겨냥해 “시간이 흐른다고 금방 지나갈 상황이 아니다”며 “고위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한 시기인데, 사실 그 시기가 이미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후보자들에게 실거주 외 주택을 2년 안에 매각하도록 서약서를 제출받았다. 이에 따라 많은 의원들이 처분했거나 처분 절차를 밟고 있거나 처분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회의원의 다주택 소유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총선 당시 2년 내 처분을 약속했지만 부동산 안정화를 솔선수범한다는 취지에서 이른 시일 안에 약속을 이행해 줄 것을 당 차원에서 촉구한다”고 말했다.

    야당들의 엇갈린 반응
    미래통합당 “다주택 매각 강요는 반헌법적 발상”…정의당 “늦었지만 환영”

    미래통합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비판하며 김현미 국토부 장관 해임을 요구하면서도,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국회의원이 실거주 주택을 제외한 주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와 정치권 전반의 흐름엔 저항하는 분위기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 후 “사유재산 처분은 헌법에 보장된 것으로 시장 원리에 따라 작동해야 한다. (주택을 처분하라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종합적 제도를 통해 집값 안정과 다주택 처분을 유도하는 것이 유능한 정부지,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집만 팔라고 다그치는 것은 무능함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통합당 의원들도 다주택을 처분하는 게 좋겠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도 8일 논평에서 “미래통합당도 다주택자가 많다며 물타기를 하고 있으니 번지수가 틀렸다”며 “시장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부동산정책의 기조전환 없이는 백약이 무효하다. 투기세력을 막을 수 있는 정확한 핀셋정책과 재건축, 재개발 완화를 통해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정의당은 적극 환영을 표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당정청이 일시에 다주택 처분을 지시하고 나선 것에 대해 “만시지탄이긴 하나 이제라도 정부여당이 국민들의 뜻을 받들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선임대변인은 “연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와중에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들이 부동산을 끌어안고 축재를 하는 것을 달갑게 받아들일 국민이 있을 리 없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으름장을 놓아도 정작 실행하는 당사자들이 정책 기조에 따르지 않는다면 설득력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번 정부여당 인사들의 다주택 매각을 시작으로 1가구 1주택, 집은 돈벌이의 대상이 아니라 주거의 공간이라는 것이 대한민국 모두에게 보편적인 상식으로 안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래통합당의 반발에 대해선 “일반 국민에게도 다주택을 강제로 처분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그런 일반론에서 자유로운 위치이냐”며 “부동산이 폭등하는 가운데 조그마한 보금자리조차 마련할 수 없는 국민들에게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미안함조차 찾아볼 수 없는 발언이자 권력과 사익 모두를 갖겠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통당 의원들은 솔선수범해서 다주택 팔기 싫으면 국회의원 사퇴하고 ‘갭투자’나 하러 다니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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