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 특혜 챙기고
    이스타항공 인수는 거부?
    진기영 "두 회사는 1600명 노동자들 목숨 담보로 핑퐁게임 말라"
        2020년 07월 07일 05: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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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인수합병이 무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제주항공 측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거부하고 파산으로 내몬다면 제주항공에 그 책임을 묻기 위해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정의당,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민생문제연구소, 공공교통네트워크는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과정에서 특혜를 받으며 이스타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난도질하고, 이제 와서 체불임금 해결 등을 이유로 사실상 인수 거부를 선언한 제주항공의 악질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제주공항은 이스타항공에 “3월 이후 발생한 모든 채무에 대해 영업일 기준 10일 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계약은 파기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구체적으로 체불임금, 각종 미지급금 등 800억 원 가량의 부채를 오는 15일까지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250억에 가까운 임금체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제주항공의 불가능한 요구안은 사실상 계약해지를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는 “불가능한 조건을 내건 제주공항의 최후통첩 공문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 인수매각을 파탄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라며 “전면적인 구조조정과 인력감축, 전면 운항중단, 임금체불에 제주공항이 깊이 관여한 증거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의 1,600명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스타항공의 부채 급증은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선 운항 중단이 주 원인이지만 일부 제주항공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있다. 노조는 “(제주항공의 지휘 등 경영 개입으로 이스타항공이) 구조조정에 몰두하면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고, 이유 없는 전면 운항중단이 이어졌다”며 “제주항공 측이 인수 후 이익을 위해 이스타항공을 희생시킨 것이고, 자력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아예 박탈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제주항공 측 직원 4명은 매일 이스타항공 본사에 상주하며 모든 경영활동을 감독했다. 그 과정에서 70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임금체불 등으로 부채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사진=유하라

    노조가 입수해 공개한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사장과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의 통화 녹취록(3월 20일)을 보면, 이석주 당시 사장은 “국내선은 가능한 운항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최종구 사장의 말에 “셧다운을 하고 희망퇴직에 들어가야 한다. 그게 관(官)으로 가도 유리하다”고 말한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경영진 간담회 회의록 자료(3월 10일)을 봐도 제주항공 측은 기재 축소에 따른 직원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구체적인 구조조정 수치까지 지시했다.

    체불임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두 회사는 이미 구두로 결론을 낸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사장은 “희망퇴직자에겐 체불임금을 주지만 나머지 직원은 제주항공이 줘야 하지 않겠나. 직원들이 걱정이 많다”고 말하자, 이석주 사장은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자. 그러면 그거는 저희가 하겠다”고 답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과정에서 정부 지원의 일환으로 노선 배분에 대한 특혜를 받았다. 지난 5월 15일 항공교통심의위원회는 25개 노선 운수권 중 제주항공에 11개 노선을 몰아줬다. 특히 애회거점에서 타국으로 승계 유치가 가능한 이원5자유·중간5자유 운수권을 제주항공에 독점 배분했다. 만약 인수매각까지 불발돼 이스타항공이 파산하게 되면, 제주항공은 LCC 시장에서 독점적 지휘를 얻게 된다.

    노조는 “가령 인천에서 마카오까지 운항 후 마카오에서 현지 승객을 제3국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엄청난 특혜를 몰아준 것“이라며 ”이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스타항공 인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항공 대한 정책적 특혜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주항공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 이스타 측에서 계약의 내용 및 이후 진행 경과를 왜곡하여 발표하여, 제주항공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셧다운(운항 중단)을 요구하거나 강제한 사실이 없고, 구조조정을 지시했다는 이스타 측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이 인수합병 공방을 벌이면서 피해를 보는 쪽은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다. 5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한 이들은 각종 아르바이트와 대출에 의존하며 삶을 꾸려가고 있다. 노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대답한 노동자들도 있었다. 노조는 극단적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상대로 심리상담과 치유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인수자와 인수 받을 자들이 노동자들의 삶을 좌우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 두 회사는 1600명 노동자의 목숨 담보로 핑퐁게임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회사의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갈등에 대해선 정부 책임론도 나왔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국회와 여당은 35조3천억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3차 추경안을 처리했다”며 “하지만 추경과 함께 마련된 기간산업안정기금은 대기업 살리기에 바빴고 경쟁력이라는 이유로 1,600여명의 노동자들을 거리에 내몰며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노동자들에게 고용은 생존이고, 해고는 이들의 모든 것을 잃게 만들 것”이라며 “ 아무런 해결책이 없는 추경은 코로나19 추경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 의원은 “정부는 이런 심각성을 인지하고 나서서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오히려 제주항공의 기득권을 옹호하는 꼴”이라며 “제주항공은 당초 약속대로 이스타항공 인수와 고용보장에 나서야 하며, 정부는 손 놓고 바라볼 것이 아니라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제주항공의 못된 행태에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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