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노사정 잠정합의 논란
    중집 다수는 ‘반대’···위원장, 대대 소집
    사회적 합의 이전 민주노총 합의도 안돼...균열 심각
        2020년 07월 03일 01: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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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1차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에 대한 동의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중집에서 합의안 추인이 어렵다는 점을 확인하고 위원장 직권으로 대대를 소집해 안건을 상정하겠다는 것이다. 다수 중집 위원들은 합의안 폐기와 대대 소집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중집 회의는 2일 오후 5시경부터 다음날 새벽 1시 40분까지 이어졌다. 중집은 세 번째 안건인 ‘노사정대표자회의 진행 경과보고 및 이후 과제 건’에 대해 긴 시간 논의했으나 다수의 중집 위원의 반대로 합의안이 중집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임시 대대를 소집해 합의안 승인을 얻고자 제출된 안건 역시 다수 중집 위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다수 중집 위원들은 민주노총 3대 핵심 의제인 해고금지와 생계소득보장, 전국민고용보험제, 상병수당 등이 포함되지 않은 합의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한다.

    “고용이 유지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경영계 책임 사항에 관한 문구는 지나치게 추상적인 반면, “근로시간 단축, 휴업 등 고용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 적극 협력한다”는 노동계 고통분담 내용은 미조직 노동자를 고려했을 때 수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기업의 고통분담은 선언적 문구에 그치지만, 노동계가 내놓은 내용들은 실질적으로 노동자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에 관해서도 2018년 고용보험위원회 합의사항보다 후퇴한 내용이라며 반대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휴업수당 감액 승인을 신청하는 경우 법적 범위 내에서 기업 상황, 노사 의견 등을 고려해 신속히 심사하도록 노동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한다”는 합의 내용 역시 중집 위원들은 물론 현장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반발을 불러온 것으로 전해진다.

    어제 저녁 중집 회의 시작 전의 모습(사진=유하라)

    금속노조 관계자는 “현장에선 휴업수당 감액 때문에 3개월간 투쟁해서 철회시켰는데 휴업수당 감액을 합의안에 포함시켜 왔다.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고금지 역시 대통령이 선언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고 사회안전망에 관한 합의도 추상적인 문구만 들어가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의 관계자도 “합의안엔 ‘노사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데, 고용보장도 되지 않는데 노사 화합이라고 한다면 사실상 노조의 자제만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현장 저항을 하지 못하게 하는 합의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행점검 및 후속 논의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한다는 내용의 합의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민주노총은 지난 대대를 통해 경사노위 불참을 결정한 바 있다. 대대의 결정사항을 위배한다는 비판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중집 위원들의 거센 반대 속에서도 김명환 위원장은 오는 20일 임시 대대를 소집하겠다고 결론 내고 폐회를 선언했다. 규약 상 임시대대 소집은 위원장의 직권으로 가능하지만, 단 한 번도 중집의 동의 없이 대대 소집이 이뤄진 적은 없다.

    일부 중집 위원들은 회의가 끝난 후 “김명환 위원장의 독단적, 비민주적 조직운영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노사정 합의안 폐기와 임시 대대 소집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집 위원들은 “김명환 위원장은 노사정 잠정합의문에 대한 다수 중앙집행위원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끝내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강행하여 조직적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왜곡된 언론보도를 뿌리고 조직을 분열하게 만든 김명환 위원장의 독단적, 비민주적 조직운영은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가치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말 직전까지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는 보고를 하고도, 막판 교섭에서 민주노총의 입장을 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이행점검 및 후속 논의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불참하기로 결정한 경사노위 중심으로 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합의안을 만들었다. 이러한 교섭 내용이 신속히 조직에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며, 내용과 별개의 절차 또한 문제 삼았다.

    이들은 “김명환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핵심 요구가 빠진 재벌과 자본의 책임이 빠진 노사정 잠정합의안을 폐기해야 한다. 조직을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가는 독단적, 일방적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서엔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 등 민주노총 부위원장 6명, 7개 산별조직 위원장과 16개 지역본부 본부장이 참여했다. 보건의료노조 등은 미흡하지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노총이 활용할 만한 전술이 없는 상황에서 원포인트 노사정 합의 테이블에 참여해 노정 간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이번 중집 무산의 경위에 정파 논리가 강하게 작동했다는 것에도 강한 문제를 제기했다.

    대대 결과는 불투명하다. 민주노총 내부엔 중집의 동의를 얻지 못한 안건이 대대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도 있지만, 산별과 지역본부 간부들로 이뤄진 중집과 달리 대대에선 다른 의견이 나올 수도 있어 통과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다는 지적도 있다. 대대는 온라인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숱한 반대를 뚫고 직권으로 소집한 대대에서도 합의안 추인이 무산될 경우, 자연스럽게 위원장 거취 문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경사노위 참여 건이 무산된 대대 이후부터 거취 문제를 고민해왔다”고 전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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