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직 남성 중심 노조에 '여파' 일으키겠다"
    By tathata
        2006년 09월 25일 01: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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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직 남성 중심의 노동운동에 여성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가 실은 새바람을 일으키겠다.”

    노동계에서 처음으로 여성 조합원을 위한 계간지 <여파>가 최는 창간됐다.<여파>는 ‘여성’과 ‘정의파’에서 각 한 자씩 따왔다. ‘여파’의 본디 뜻은 ‘큰 물결이 지나간 뒤에 일어나는 잔물결’이지만, <여파>로 ‘큰 물결’을 일으켜보겠다는 야심 찬 포부가 담겨있다.

    민주노총 증권산업노조가 발행하는 <여파>는 창간되자마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직장 내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이 더 이상 여성 노동자들의 ‘수다’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햇빛을 보고 나와 세상에 톡톡한 ‘신고식’을 올렸다.

    눈치 보면서 쓸까 말까를 고민해야 하는 생리휴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교복도 아닌 유니폼, ‘여직원’에 고스란히 돌아오는 책상닦이와 커피심부름, 남성 직원에게는 “0대리, 0주임” 여성직원은 “00씨”

    직장생활 곳곳에 깊숙이 베여 있어서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만으로도 ‘따’를 당할 정도다. 그야말로 숨이 꽉꽉 막힐 지경이다. <여파>가 창문을 열고 일단 환기부터 시키겠단다. 김은아 편집장과 <여파>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 김은아 <여파> 편집장.
     

    -<여파>라는 이름이 재밌다. 어디서 따왔나.
    =여성 노동자를 겨냥했기 때문에 ‘여(女)’는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인권영화제에서 동일방직 노조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들은 정의파다”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동일방직은 남성중심의 어용노조를 무너뜨리고 여성들을 집행부로 선출하여 민주노조를 만들었죠. 하지만 남성노동자들은 사측의 지원을 받고 기득권을 되찾기 위해 술기운을 빌어 여성노동자에게 똥물을 퍼붓는 등 갖은 폭력을 저지릅니다.

    여성노동자들은 사력을 다해 싸웠지만 해고됩니다. 30년이 다 되어 동일방직을 찾았을 때 노조는 여전히 어용인 남성들이, 그들이 일한 자리는 이주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성노동자들은 “우리들은 정의파다 훌라! 훌라!”라고 외치죠.

    이은숙 부위원장님이 이 영화에 크게 ‘필’을 받아 “여파다”하고 외쳤죠. ‘여’는 여성 여성주의를, ‘파’는 파장 파란 파도 파고 등을 일컫습니다. 여성들이 노동운동에 여파를 미친다는 뜻이죠.

    -<여파>를 만들게 된 동기는.

    =노조의 활동방식은 주장만을 강조하는 선전이 대부분입니다. 구체적인 노동자의 현실은 빠지고, 추상적인 노동자만 있는거죠. 증권산업노조에서 여성 조합원은 37%를 차지하지만, 증권노동자는 정규직 영업노동자만 대변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생산성에 도움이 되는 정규직 남성 노동자만 대변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얘기를 해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노조를 신뢰하지 않는데, 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또 다른 구체적인 방식이 필요합니다.

    -<여파>가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가.

    = 내부적으로 보면 증권여성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차별을 드러내 우리 안의 동질감을 확인하여 여성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여파>가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매개체가 되기를 희망하고요. 인터넷 홈페이지에 커뮤니티도 만들 생각입니다. 정규직 남성 중심의 노조 문화에 문제를 제기하는 데는 거의 없는데요. 우리가 이 문제를 여성의 시각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제기해서 노조가 우물 안에 갇혀 썩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1호 때는 생리휴가, 유니폼, 명칭 등을 다뤄서 좋은 반은을 얻었다. 2호의 주제를 살짝 공개한다면.

    =2호는 콜센터 노동자입니다. 증권산업에서 가장 차별받고, 정규직 전환률도 가장 낮은 곳이죠. 같은 산업에 종사하면서도 이들이 구체적으로 무슨 업무를 담당하는지 모를 정도로 이들은 격리노동을 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지점의 창구에서 고객을 직접 대면하며 하던 일을 이제는 전화로 처리하게끔 회사는 바꾸어 놓았습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외부에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하면서, 비정규직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기획특집으로 콜센터를 다뤄 올 11월에 발행할 것입니다. <여파>를 계기로 우리 안의 문제를 속시원하게 폭로하는 데에서 나아가 개선이 되도록 해야죠.

    -증권산업에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은 얼마나 되고, 그들이 처한 노동조건은 어떠한가.
    =증권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대략 2만8천여명으로 추산됩니다. 이 가운데 30%가 여성노동자이며, 이들의 절반은 비정규직이죠. 비정규 여성 노동자는 주로 창구업무, 본사 사무보조, 콜센터 업무를 담당합니다. 남성 비정규 노동자들은 영업을 하며, 주식을 사고 팔 것을 권유하는 업무를 하죠.

    아이엠에프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증하고, 공채 된 사람들 가운데 여성 노동자는 5%가 되지 않습니다. 여성 정규직 노동자로 들어오더라도 “너희들은 (남성과) 다르다”며 업무상 격리를 시켜놓아요. 정규직 여성 노동자가 대리 승진하는데 15년이 걸릴 정도입니다.

    -<여파>를 만들면서 겪게 되는 힘든 점은.
    =노조 예산은 성인지적 관점으로 배정되지 않죠. 계간지라서 내년부터 네 번 발행되는데, 예산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을지가 걱정입니다. 노조 내에서도 다른 사업을 해야 한다며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고…또 노조를 비판하는 것을 좋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죠. 노조가 닫혀 있어서 드러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죠.

    -<여파>를 받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로선 무가지입니다. 내년에 예산이 모자라면 유료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사이트 (snojo.or.kr/yeopa/)에 들어가서 신청하면 됩니다. 증권사의 각 지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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