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권고대로 했는데,
    대학만 책임져야 하나요?
    [기고] 등록금 반환 해법의 쟁점들
        2020년 07월 01일 11: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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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정부 지원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9일 저녁, 3차 추경을 심의하면서 2천 718억원을 증액했습니다. 간접지원입니다. 정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과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에 재정지원을 늘리고, 대학은 등록금 반환 자구노력을 하는 모양새입니다.

    결론은 아직입니다. 예결위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상임위 증액 예산이 예결위에서 없었던 일 되는 것은 흔합니다.

    예결위는 교육위 2천 718억원, 정의당 9천 97억원, 증액 불가 등 여러 의견들을 주고 받을 겁니다. 어떻게 될지는 며칠 기다려야 합니다.

    관련해서 세 가지를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증액 불가는 등록금 반환 정부지원을 반대하는 의견입니다. “대학이 반환해야지, 왜 세금을 쓰느냐”로 대표됩니다. 타당한 지적입니다. 등록금 받은 쪽이 환불해야 합니다. 다만,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등록금 반환은 원격수업 때문에 빚어졌습니다. 사이버강의로 운영되면서 강의의 질은 떨어지고 학교시설은 이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학습권이 침해되면서 등록금 반환 요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원격수업 때문입니다.

    그런데 원격수업은 대학이 독자적으로 한 게 아닙니다. 정부 권고입니다. 올해 2월 5일, 정부는 대학에 개강 연기를 권고합니다. 코로나19로 안정적인 학사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3월 신학기 개강 시기를 4주 이내에서 대학이 조정할 것을 권고”합니다. 그리고 “개학 연기로 인한 학사일정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격수업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2월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한 대학 지원 대책 중에서

    일주일 지난 12일에는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이 나왔습니다. 각 대학에 안내되었는데, “원격수업 적극 활용”하라고 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관련 규정도 고쳤습니다.

    그러니까 원격수업은 대학이 독자적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대학이 등록금 반환이나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사이버강의는 정부가 권고했고, 대학이 응한 것입니다. 대학에만 책임 있는 게 아닙니다. 어쩌면 정부의 책임도 상당할지 모릅니다.

    둘째, “대학이 적립금 등을 활용하여 반환해야 한다” 지적 있습니다. 역시 맞는 말씀입니다.

    다만, 적립금이나 재정여건은 양극화되어 있습니다. 수천억원을 쌓아둔 사립대가 있는 반면, 거의 없는 학교도 있습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8 회계연도 기준으로 1천억원 넘는 대학은 20교입니다. 반대로 50억 안 되는 곳은 51교입니다. 대체로 적립금 많은 곳은 서울이나 수도권입니다. 지방으로 갈수록 재정여건이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대학의 재정만으로 반환하면 수도권 일부 대학에 국한될 수 있습니다. 타당한 모습인지 의문입니다. 정부 정책에 협조하다가 전국의 대학에서 학습권 침해가 벌어졌다면 고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대학도 책임 다하고, 정부도 책임 다하는 모습이 더 나을지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의무교육 아닌데 왜 지원하느냐” 견해 있습니다. 적절한 지적입니다.

    다만, 의무교육 아니지만 정부지원을 매개로 학비 반환한 사례가 있습니다. 사립유치원입니다. 먼 일도 아닙니다. 정부는 3월 말부터 <유치원 운영 한시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개학 연기로 유치원을 가지 못해도 수업료 내야 하는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하고, 사립유치원 경영난을 해소하며, 교원의 고용 안정을 도모하는 사업입니다. 사립유치원이 원비를 학부모에게 반환하면, 교육부와 교육청이 50%를 지원합니다. 유치원 절반, 교육당국 절반 분담이지요.

    여기에 교육부는 320억원, 교육청은 440억원 부담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인지라, 더 부담하는 시도교육청이 나올 겁니다.

    그러니까 사립유치원 원비 반환에 정부 돈이 쓰였습니다. 의무교육 아니지만, 정부지원을 매개로 원비 반환을 합니다. 지난 3월의 1차 추경 결과입니다. 이번 3차 추경에서는 대학 등록금을 논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될까요. 만약 유치원은 되는데 대학은 안된다고 하면, 납득이 될까요.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등록금 반환에 정부지원 반대하는 말씀은 일리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그 점까지 고려하면 좋겠습니다. 서로 상의하면서 학습권 침해에 대한 해법을 찾았으면 합니다.

    필자소개
    정의당 교육 담당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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