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위기 극복 위해
    노동이 집중해야 할 것은?
    하나의 전선 속 다섯 개의 고지를
        2020년 06월 30일 05: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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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운동의 활동가조직 ‘노동자가 여는 평등의길’ 소식지(6월 26일 발행)에 실린 글을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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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가 결론을 향하고 있다. 6월 26일 부대표급 협의, 6월 28일 대표급 협의를 거치면 합의가 가능할지 윤곽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지난 6월 18일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올해 임금인상분의 일부로 연대기금을 조성해 비정규직, 취약계층 지원에 쓰자고 제안한 것이 알려지며 현장에서는 ‘임금동결선언’, ‘선제적 양보론’이라는 비난이 일어났다. 정부와 자본이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눈에 보이는 조치 하나 없는 상태에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방안”에 대해 조직적 토론과정을 거치지 않고 세부적인 안을 발표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노사정 대화의 의제인 △취약계층 정부지원 확대, △고용보험 적용범위 확대, △사회방역에 필요한 재정을 조달하려면 적절한 수준의 고용보험료 인상과 소득에 따른 증세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에 앞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한 세부방안이 조직의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나와서는 안 되며, 조직 내 충분한 토론을 통해 민주노총의 조합원들이 어떠한 사회적 책임을 질 것인지 대중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노사정 대화는 민주노총과 자본 측의 입장차가 커서 의미 있는 합의문이 나올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교섭의 당사자로서 총노동의 목표가 무엇인지, 한계선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목표선이 명확해야 합의가 나오지 않더라도 이후 민주노총이 어떤 요구를 중심으로 투쟁을 전개할지 기준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1 간접고용노동자 등 비정규직 고용보장

    ‘간접고용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5인 미만 영세사업장 노동자’가 먼저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줄고 있다. 고용유지 및 소득지원을 위한 모든 대책의 초점은 이들 취약계층 노동자의 일자리와 소득 상실을 막거나 최소로 줄이는 데 맞춰져야 한다. 특히 민주노총은 “간접고용노동자 등 비정규직 고용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배치하고, 간접고용노동자 고용보장 문제를 이번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서 핵심 요구로 관철해야 한다. 재난 시기에 원청 사용자성을 일부라도 인정하도록 강제하지 못한다면, 향후 일상적 시기로 돌아갔을 때 원청 사용자성 관련 논의와 법 개정은 더욱 난망한 상황이 될 것이다.

    세부 요구로는 △ 재난 시기 한시적 하청계약 해지 금지, △ 원청(사용사업주)이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시 간접고용까지 포함하여 신청 의무화, △ 기간산업안정기금 사용 기업의 경우 고용유지 의무 대상에 간접고용 노동자를 포함 등이다.

    2 ‘업종별 고용안정협약 체결’ 의무화

    이번 위기는 단기간에 풀리지 않고 장기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업 수준의 대응으로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고, 적어도 산업별 나아가 총노동 차원과 거시경제 차원에서 해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원포인트 노사정 협의에서 선언적 합의문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노동자들이 입는 실질적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업종별/지역별 노사(노사정) 후속 협의틀을 만들어 대책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당장의 협의틀을 만들 수 없다면 우선 정부 자금지원을 받는 특별고용지원업종과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업종은 필수적으로 「업종별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의무화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업종별 고용안정협약」을 의무화하거나, 해당 협약을 체결한 업종에 대해 우선 지원하는 대책은 초기업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재난 시기 각종 대책이 시행되는 경로가 ‘업종별 노사협약’을 경유하여 진행되도록 요구하고, 이런 경유지가 초기업적 노조운동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가 형성되는 계기점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또한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지역 단위에서 고용안정을 위한 지역단위 노사협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해 지역별 협의구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3. 모든 특수고용노동자 고용보험 전면적용

    정부는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단계적으로 고용보험을 적용하겠다며 특수고용 노동자 중 현재 산재보험법 특례규정이 적용되는 9개 직종에 대해서만 고용보험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현행 산재보험법은 하나의 사업주에게만 ‘전속’하는 특수고용 노동자 중에서도 시행령으로 정한 직종에 속하는 이에게만 적용된다. 예를 들어 대리운전기사의 경우 하나의 회사로부터 일감을 받는 기사만 산재법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대리운전기사는 일감을 얻기 위해 복수의 연결회사를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정부통계로 산재보험 적용 대상 대리운전사가 전국 14명이고 그중 10명이 산재보험 적용을 받아 대리운전기사의 산재보험적용률이 71%라는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

    2018년 고용보험위원회에서는 ‘타인의 사업을 위해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모든 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라는 사회적합의를 만들었다. 그 당시 의결 그대로, 전속성 여부 등 조건을 따지지 말고 모든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

    4. 전태일법 – 5인 미만 사업장 휴업수당 보장

    민주노총은 올해 전태일법이라는 명칭으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연내 법 개정을 통해 모든 노동자에게 근기법이 적용되도록 투쟁을 전개하면서도, 당장은 근기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도 휴업수당을 보장하고 긴급고용안정자금 지원 대상을 고용보험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실직했거나 소득이 감소한 모든 실업급여 미수급자에게 지원하는 것으로 요구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5인 미만 사업장, 초단시간 노동자 등 고용보험 미가입 노동자와 소득이 감소한 영세자영업자에게 한시적으로나마 보편적인 소득지원을 할 수 있다. 가장 취약한 노동자의 대명사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사회적 대화의 의미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5. 공공의료체계 강화와 생활방역체계를 위한 제도정비

    장기화 가능성이 높은 감염병 국면에서 제대로 된 생활방역체계로 전환을 위해서는 실제로 아프면 쉴 수 있고 아픈 가족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대다수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생계 걱정으로 인해 아파도 쉴 수 없는 현실이다. 이를 위해 ‘유급병가, 상병수당, 유급 가족돌봄휴가, 공공돌봄서비스 강화, 감염병 사각지대 사업장 노동안전 대책, 지역별 공공의료 확대, 보건의료인력 확충, 공공의대 설립, 사회서비스원법 제정’ 등의 공공의료체계 강화와 생활방역체계를 위한 제도정비를 요구해야 한다.

    끝으로 정부는 노사정 협의가 한창이던 6월 24일 ‘ILO 핵심협약 비준을 빌미로 한 노동개악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국회로 발송했다. 교섭 기간에 상대방의 뒤통수를 노리는 파렴치한 행위이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협상 과정에서 요구했던 의제를 투쟁으로 쟁취하기 위한 구체적인 총력투쟁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무기로 7월 4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노동개악을 막는 출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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