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한 세상 만들고자
    힘쓰는 참된 신앙공동체
    [그림 한국교회] 김해교회과 배성두
        2020년 06월 29일 09: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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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혁지향적 신앙은 기독교 복음전통에 절대적 가치를 두면서 민족전통을 변혁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민족전통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분리지향적 신앙과 차이가 있으며 기독교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통합지향적 신앙과 다르다. 한국의 민족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치현장에 참여하지만 복음 구현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통합지향적 신앙의 경우처럼, 민족운동의 방편으로 기독교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기독교 복음이 목적하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봉건적 사회질서를 혁파하고 근대적 시민사회를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이 관점에서 교회는 남녀평등과 축첩 폐지, 노비해방 등을 통해 수평적 평등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여기서 ‘기독교 민족운동’ 내지는 ‘기독교 사회운동’이 가능하다.”(이덕주, 『한국 토착교회 형성사 연구』,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2001, 368쪽)

    이덕주 교수가 말하는 “변혁지향적 신앙”의 전형을 김해교회 설립자인 배성두 장로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김해 동상동에서 한약방을 하던 배성두는 1893년 부산에서 미국 선교사 윌리엄 베어드((William M. Baird, 한국명 배위량, 1862-1931)를 만나 하나님을 믿고, 가난한 이들이 많이 살던 김해 북문의 자기 한약방에서 신앙공동체를 이루어갔습니다. 이듬해 1894년에 교회가 되었으니, 1884년의 소래교회에 이어 한국인 스스로 세운 귀한 교회입니다. 그는 복음전도 뿐만 아니라 인재육성에 열정을 쏟아 1907년에 합성초등학교를 세웠습니다. 지금도 김해교회와 붙어 있는 이 학교 출신으로 한글학자 이윤재 선생이 있으니, 이 한 분만으로도 인재 육성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배 장로의 애국신앙을 이어받은 맏아들 배동석은 배일 혐의로 대구 계성학교에서 퇴학당한 후 만주와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돕다가 늦게 세브란스의전에 입학합니다. 1919년 3·1 독립만세운동에서 학생대표로 앞장섰고, 김해로 내려와 독립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5년간 수감생활 중 받은 극심한 고문후유증으로 병보석 출감 2개월만에 순국합니다.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고, 대전 국립현충원 애국지사묘로 이장되었습니다. 배 장로를 시작으로 6대에 걸친 신앙여정은 2007년 재미 작가 박경숙씨에 의해 소설 ‘약방집 예배당’(홍성사)으로 부활했습니다.

    2018년 3월 김해교회는 청동으로 제작한 교회 표지비를 세웁니다. 독특한 문양이어서 ‘사진으로 보는 김해교회 역사 이야기’에 나온 비문을 자세히 읽었습니다.

    “김해는 가야의 중심도시이며 가야문명은 일찍이 철기문화와 토기문화에서 탁월한 조형성을 보였으며 그 중심에 서 있는 김해교회의 표지판을 마구류와 갑옷에서 조형된 문양을 그 바탕으로 사용하였으며 특히 분청사기의 주가마가 있었던 김해지방의 탁월한 토기문화를 상징화하여 김해교회명을 작품화하여 표지판에 새겼다. 특히 3.1운동과 민족정기의 기치를 높이 세운 김해교회에 민족문화의 자부심을 상징화한 것은 이 땅에 기독교가 전파되어 그 복음이 김해교회에서 꽃피운 것을 1894년에 설립한 연호와 더불어 영원히 하나님의 영광이 함께하기를 소망하여 작품화하였다.”

    항일독립운동에 참여한 변혁지향적 신앙전통을 자부하는 동시에 김해지방의 민족문화를 사랑하는 정신이 잘 담겨 있습니다.

    1994년에 부임하여 26년째 김해교회에서 행복하게 사역하는 조의환 목사님과 저는 1980년 장신대 신대원 1학년 때 만났습니다. 저는 제대하여 복학하였고 성경공부에 대한 관심으로 입학했다는 조 목사님은 몇 달 후 입대하여 교제가 별로 없었지만, 인상 좋고 편안한 모습이었습니다. 요즘은 가끔 만나는데, 코로나19로 김해교회를 방문하지 못하는 저의 사정을 이해하고 이번에 교회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림=이근복

    김해교회를 알기 위해서 2019년 6월에 방영한 CBS ‘새롭게 하소서’의 <변함없는 종갓집 교회 – 김해교회 조의환 목사>를 유튜브로 시청하였습니다. 오래전에 조 목사님이 대학가요제에서 상을 받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1978년 제2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의 음악써클 ‘썰물’이 “밀려오는 파도소리에”란 노래로 대상을 받았더군요. 또 성령사역을 하게 된 경위를 들었고, 목회에서 교인들의 영혼을 위한 갈급함이 있어야 한다는 지론에 동감입니다. 지역사회에서 미자립 교회와 작은 교회를 정성껏 섬기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교회 홈페이지에는 ‘코로나19로 재난당한 필리핀 한마음교회, 파라과이 베데스다교회, 지역사회를 돕기 위한 헌금’이라는 설명이 붙은 “이웃사랑 긍휼헌금”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긍휼은 타인의 고통을 받아들여 함께 아파하는 공감으로서 복음의 핵심가치인데, 김해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구체적으로 재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근래 김해가 특별해진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 김해의 봉하마을로 귀향하여 살다가 안타깝게 서거하였고, 고인의 묘역에 많은 이들이 참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 혁신적이었고,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었던 분이었기에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바로 여기서 사역하는 조의환 목사님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신앙공동체“를 지향하는 목회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교우들이 먼저 행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령사역으로 교우들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바로 세우는 목회인데, 이런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사랑은 김해교회와 조 목사님이 김해 YMCA· YWCA와 생명의 전화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또 지역주민과 만남과 나눔, 이주민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섬김의 장으로 드림센터를 건축하고 사단법인 “사랑과 나눔”을 통해 여러 행사를 하는 것도 동일한 차원입니다.

    이런 균형잡힌 사역은 교회설립 초에 약속한 이웃섬김과 나눔을 성실히 지켜가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신앙공동체의 모습이라, 친구 목사님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필자소개
    성균관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 전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 역임. 전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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