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면 지금 싸워야 한다”
        2006년 09월 24일 11: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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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위협이 사라지고 평화와 인권이 살아숨쉬는 한반도를 꿈꾸는 1만명의 염원이 서울시청 광장을 오래도록 메아리혔다.

    9월 24일 오후 4시 노동자와 농민, 고등학생과 대학생, 팔순의 노인과 유모차에 누운 아기까지 평화를 염원하는 1만명의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였다. ‘강제철거 강행 노무현 정부 규탄! 전쟁기지-한미FTA 강요 미국규탄! 평택미군기지확장 전면 재협상 촉구 4차 평화대행진’에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가해 평화와 인권을 목놓아 외쳤다.

    평화대행진의 첫 연설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멀리 미국과 일본에서 온 평화운동가들이 열었다. 미국평화재향군인회 존 킴 대표는 “옛날엔 전쟁을 위해 한국에 왔지만 이번에 평택 농민들을 위해 왔다”며 “우리는 전세계 100여개의 미군기지를 폐쇄하고 모든 미군을 본국으로 데려올 것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화를 사랑하는 미국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며 “우리는 한국전쟁의 재발을 원치 않으며 진정으로 한국전쟁의 종식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온 대표단도 “미군은 오키나와와 평택에서 나가라”고 촉구했다.

    “11월 민중총궐기로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

       
      ▲ 평택미군기지 확장이전 저지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깃발을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연합 오종렬 공동의장은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막아내는 싸움은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우리의 자주적 권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고, 민주노총과 전농, 민주노동당 대표는 동시에 연단에 올라 "11월 민중총궐기로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기필코 저지시키겠다"고 말했다.

    가수 정태춘 씨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시인과 화가 등 예술가들이 그린 작품들이 지난 마을 철거 때 함께 파괴되고 말았다”며 “내고향 도두리 들판에서 철조망을 거둬주시고 군대와 경찰을 쫓아내주시고 수십년동안 간척한 땅에서 계속 농사짓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문화예술인들은 10월 15일부터 광화문에서 한 달간 평화거리예술제를 열 계획이다.

    참가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민인 김지태 이장을 석방하고 미국과의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5시 50분 시청 광장을 둘러싼 철조망을 거둬내고 ‘평화 인권’의 배가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을 태우고 무대를 향해 노를 저어오면서 평화대행진은 절정에 이르렀다. 집이 헐리고 마을이 폐허가 됐지만 결코 주저않지 않겠다는 팽성 주민들 70여명이 ‘강제수용 결사반대’ 등의 깃발을 흔들며 걸어오자 1만명의 박수와 함성이 이들을 환호했다.

    도두2리 이상열 이장은 “지난 5월 4일 초등학교가 무너지고 9월 13일 오랜 세월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던 이웃 주택이 무너졌지만 여전히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이 살고 있고, 우리는 미군기지 확장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싸우면서 때론 눈물을 흘리고 때론 주저앉아 통곡했지만 결코 좌절하거나 쓰러지지 않았다”며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들과 함게 싸우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문화행사 관심 집중

    이날 대회에서 펼쳐진 다양한 문화행사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평화대행진의 시작은 알린 용인대 민족무예학과 학생들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노래에 맞춰 택견 시범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가수 전인권 씨는 "대추리 문제는 가수에게 돈을 줄테니 노래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사노라면’과 ‘행진’을 불러 참가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고, ‘도두리 가수’ 정태춘 씨도 전인권 씨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또 영화 ‘왕의 남자’를 패러디한 연극은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고, 또 학생들은 ‘사랑은 아무나 하나’ 등 대중가요의 가사를 바꿔 신나는 백댄서 춤을 추며 참가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도 ‘독도는 우리땅’을 ‘팽성은 우리땅’으로 바꿔부르며 ‘노가바’(노래가사바꿔부르기)의 흥겨움을 알렸다.

    금속노조 대구지부 주상혁 조직부장은 “행사가 전체적으로 흥겹고 신나게 진행됐다”며 “특히 대중가요의 가사를 바꿔부르면서 지역 주민들의 생존과 애환을 쉽게 잘 알려낸 건 아주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극기 걸친 100여명의 고등학생들

       
       ▲ ‘평화 인권’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대회 참가자들은 차전놀이를 벌였다.  

    이날 집회에는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부터 갓난아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했고, 특히 많은 고등학생들이 교복에 태극기를 걸치고 함성을 질러 눈길을 끌었다. 고등학생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100여명이 넘게 참가했다.

    서울 A 고등학교 2학년인 황인구 군은 “우리나라인데 우리가 맘대로 못하고 미국이 자기 나라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오늘 기분이 흥분되면서 아주 뿌듯했는데 앞으로 인터넷에도 글을 남기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평화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이날 9.24 평화대행진에 예상보다 참가자들이 많지 않고, 특히 노동자들의 참석이 저조해 아쉬움을 남겼다. 민주노총은 5천여명의 참석을 목표로 했으나 2천여명이 채 안됐다.

    8살짜리 딸아이를 데리고 온 ㈜만도 신성목 조합원은 “행사가 너무 많아서 노조간부들이 벅찰 수도 있고 게을러진 것도 있을 것”이라며 “노동운동이 활동의 영역을 넓혀 사회변혁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갑자기 평화집회로 바뀌었다”

    또 지난 9월 13일 노무현 정부의 강제철거에 대한 분노로 이날 격렬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평화행사로 진행됐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강력한 투쟁을 하겠다고 했는데 내부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갑자기 행사 기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의 한 간부는 “평택이 아니라 서울에서 싸우면서 평택 미군기지 문제를 전국적인 투쟁으로 확산시키겠다고 했는데 문화행사만 하고 끝냈다”며 “앞으로 어떻게 싸우겠다는 것인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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