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중앙교섭" vs "일단은 업종부터"
By tathata
    2006년 09월 23일 02: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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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산업 산별전환의 쟁점과 과제’ 

묵직한 주제다. 금속산별노조의 교섭 및 조직체계, 그리고 산별노조를 바라보는 관점들은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혀있다. 11만여명의 기업별 노조를 하나의 노조로 통합시키는 ‘지각변동’의 과정은 많은 찬반양론과 논란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산고’의 과정이다. 금속산별노조를 둘러싼 다양한 이견과 시각들을 한데 모아서 접점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한국산업노동학회가 주최한 심포지움이 22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렸다 .

‘금속산업 산별전환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한 이날 심포지움에서는 내년 교섭의 중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중앙교섭의 강화로 금속노조의 구심력을 확보하자는 주장과 과도기적 단계로 자동차업종 교섭을 중심에 두자는 주장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섰다.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통합도 과제로 떠올랐다. 상호간의 ‘불신의 골’이 깊은 현실에서 어떻게 한 목소리를 낼 것인지, 통합산별노조에서 이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해법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이 제출됐다.

강력한 중앙집권 교섭 vs 과도기적 자동차업종 교섭

   
 ▲ 강신준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강신준 동아대 교수(경제학)은 “고용 임금 노동과정 등을 포괄하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교섭으로 산별노조의 구심력을 확보하고, 기업별 교섭은 보충교섭만의 성격을 띠도록 해 기업별 노조의 회귀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초기업 협약에 우선권과 구속력을 부여하여 기업단위 협정과의 충돌을 방지해야 한다”며 강력한 중앙교섭의 구축을 강조했다. (<레디앙> 8월 30일자 기사 “초기업단위 교섭으로 노조 구심력 세워야” 참조)

반면, 김승호 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의 교섭구조와 조합원 이해관계의 원천이 기업내부에 있다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도기적이고 단기적인 ‘현실 정책’의 수립과 이행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김 위원은 “완성차 4사는 1998년 총파업을 제외하고 공통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연대한 경험이 전무하다”고 전제하고, “이들 기업별 노조의 관성은 중앙교섭의 협약을 압도할 만큼 강한 규정력과 독립성을 갖고 있다”며 자동차업종 교섭을 우선적으로 배치하여 과도기적 이행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완성차노조의 교섭을 중심으로 하여 수평적 연대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직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금속연맹의 산별전환 목적은 전체 금속산업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11만 완성차노조 조합원만 따로 떼어서 가겠다는 것은 산별전환의 의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기업단위의 불가능한 의제를 해결하기 위해 15만여명이 모였는데, 11만여명이 따로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2007년은 금속노조의 단일대오로 고용· 임금 등을 교섭의제로 채택하여 중앙교섭의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위원은 “대공장 노조는 기업의 지불능력에 의존하여 조합원들의 ‘실리적 전투주의’에 영합하는 악순환을 이어왔다”며 “그들의 자기 완결성과 특수성을 이해한다면, 완성차들간의 수평적 연대 경험을 통해 과도기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력한 중앙교섭으로 전체 금속노동자를 대변하여 조직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강 교수의 주장과 완성차 4사 노조의 업종별 교섭으로 연대의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과도기적으로 필요하다는 김 위원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조직확대보다 통합력 높이는 것이 우선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의 골을 메우고, 통합력을 높이는 것 또한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반일효 현대자동차노조 정책실장은 “대기업 노조들의 산별전환은 비정규직 조직화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가 융화되지 못한 속에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의 이원화되고 분리된 의식을 극복하지 못한 현실은 산별노조의 발전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미조직 비정규직의 조직화 확대사업보다 내부의 결속력을 확보하고, 산별노조의 상을 조합원들과 공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비정규직노조 또한 기업별 노조를 답습하는 큰 숙제를 짊어지고 있어서 기업별 노조로의 회귀를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그는 산별노조의 위상과 정체성에 대해 원·하청과 정규직·비정규직의 ‘공통분모’를 공유하는 것이 산별노조의 조직확대보다 우선적인 과제임을 강조한 것이다.

     
▲ 산업노동학회는 지난 22일 ‘금속산업 산별전환의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을 열었다.  
 

안기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 전 위원장은 한시적 기업지부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일노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위원장은 기아차 원·하청노조 연대회의의 무산과 원·하청 노조가 최근 각각 독자파업을 벌여 상호간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점, 올해 초 현대차가 1백여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했으나 정규직 노조가 소극적이었던 점을 지적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의 통합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의 통합은 이같은 상호 불신의 벽을 제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사업장 내 단일조직 편제는 정체된 정규직 중심의 노조운동에 획기적 전환점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운동적 노조주의’로 이념 지향 삼아야

한편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사회운동적 노조주의’를 산별노조의 지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산별노조 논의가 교섭구조와 조직편제 중심으로 지나치게 흐르고 있음을 지적하며, “새로운 연대의 노동운동이 사회운동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이념적 지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대안으로 ‘사회운동적 노조주의’를 △국가와 자본으로부터의 자주성 △노동조합의 강한 정치 지향성 △계급 내외적 연대의 확장 △각종 사회운동과의 폭넓은 연대 △조직민주주의로 규정했다.

심포지움은 애초 계획된 3시간을 훌쩍 넘어 4시간 이상 지속됐다. 발제가 끝난 뒤에도 토론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됐으나, 치열한 논쟁만큼 접점을 찾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산별노조의 이념정립에서부터 교섭 및 조직체계 그리고 내부의 통합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가지 의견들은 복잡하게 서로 교차하고 또 대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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