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사태,
그 심란한 논란들을 보며
[기자생각] “직접고용 아닌 자회사로의 전환, 눈 감아온 정부가 자초"
    2020년 06월 25일 02: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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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둘러싸고 공정 시비가 재점화 됐다. 이번엔 인천국제공항공사다.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마치 가져선 안 되는 것을 탐한 집단인 것처럼 규정되어지며 온갖 비난을 받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전환 논의가 있을 때마다 반복되는 이 심란한 논란의 원인은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정부의 원칙 없고 무책임한 태도에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2일 보안검색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1902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취업준비를 하는 청년층 사이에선 ‘공정하지 않다’는 반발이 일었고, 정규직 전환자의 처우가 청년층이 입사하길 원하는 일반직과 같다거나, 일반직 신규채용이 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떠돌았다. 노사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해도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던 ‘취준생’들은 무력감과 박탈감을 호소했고, “알바가 정규직이 된다”, “로또 맞았다”, “떼쓰면 다 된다” 등 정규직 전환자 혐오론은 포털사이트 기사의 댓글 페이지를 도배했다.

민간기업은 물론 공공기관마저 비정규직을 남용해온 결과,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비율은 80%가 넘었다. 공항에서 보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특히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은 여론의 많은 호평을 받았다.

논란은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이라는 대원칙이 무너지면서 벌어졌다. 다수의 공공기관은 여러 핑계를 만들어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 전환을 시도했다. 총액임금제에 따라 정규직 규모가 늘면 자신들의 임금이 깎일 것이라고 본 일부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러한 회사 방침에 힘을 실었다. 인천공항공사 역시 다른 공공기관들의 자회사 전환 기류에 따라 기존의 직고용 합의를 파기하고 자회사 전환을 시도했었다. 그러다가 최근 노사 협의도 없이 직접고용으로 입장을 번복했다. 공사가 돌연 이러한 결단을 내린 배경은 직접고용을 요구했던 노조에서도 알지 못한다.

인천공항 비정규직이 그랬듯,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와 고용노동부 산하 잡월드 노동자들도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싸웠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식비와 교통비를 기본급에 넣어 흥정하는 회사의 치졸한 모습이나,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에 마스크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상황을 또 겪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정규직이 하나의 신분이 됐듯, 비정규직 차별이 당연한 게 돼버린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대의도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제2의 용역업체’로 전락해버린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고 해고를 불사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다. 이들의 직접고용 요구엔 더 이상 비정규직으로 남아 차별받고 싶지 않다는 호소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공공기관들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어기는 상황들을 모른 척하거나, 심지어 자회사 전환을 부추겼다. 자회사로 이미 전환된 이들이 임금과 처우 문제로 여전히 차별에 시달렸지만, 정부는 바로잡지 않았다. 한 회사에서 잘 지내던 노동자들은 고용형태 별로 갈라져 갈등했고, 취업준비생들은 노량진에서 청춘을 소비하는 시간이 길어질까 두려움에 떨었다. 이들은 그 두려움을 근거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이런 상황들은 과연, 비정규직 남용을 바로 잡기 위한 정책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당연한 진통일까. 가짜뉴스와 오해가 불러온 공정 시비나 노사 모두가 절차의 문제를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는 현재의 혼란은 정부가 비정규직 정책에 원칙을 갖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였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일지도 모른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꾸려진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공사의 직접고용 발표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공사의 일방적이고 일관성 없는 정규직 전환 추진으로 인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됐다”며, 직접고용 발표 후 쏟아지는 비난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나타냈다. 이해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사의 일방적인 직접고용 발표에 그 세부 내용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신진희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은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고용하면 그 법에 따른 일정한 규정이 있다. 그러면 기존에 노사가 합의한 내용이 달라지는 건지, 아닌지에 대한 설명도 (공사 측에) 듣지 못했고 그 와중에 (회사 안팎으로 여러) 소문은 나는데 그건 아니라는 확답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고용과 관련한 근거 없이 떠도는 무성한 소문에 명확한 해명도 내놓지 못한 채 온갖 비난의 화살만 맞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일방적이고 일관성 없는 공사의 행보는 오해와 혼란만을 불러올 뿐이고, 이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현장 노동자들이 감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보수정당은 인천공항 논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보단,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근로기준법 자체를 허물고 노동자유계약제를 시행하자고 주장했던 미래통합당은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 허덕이는 청년들을 걱정했다가, 비정규직은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에 더 많다고 했다가, 기업이 잘돼야 한다며 좌우로 널뛰기를 하고 있다. 보수언론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상에 유포된 가짜뉴스를 여과 없이 보도하며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를 선도하고 있다.

180석을 거머쥔 민주당은 이 혼란에 과묵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던 이들이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에 논평 한자락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의당은 정부가 만든 갈등을, 정부가 나서서 봉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원칙이 무너지다 보니 여기저기서 불평과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혼란을 바로 잡는 길은 정부가 먼저 스스로 정한 ‘비정규직 제로화’ 방침을 확고히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들의 분노가 비록 가짜뉴스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마냥 외면하기는 어렵다. 누군가가 정규직이 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온갖 차별을 받으며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하는 신분제 사회에서 어쩌면 자연스러운 이기심이고, 분노일 수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원칙을 가지고 이기심과 분노의 마음이, 신분제 사회를 없애기 위한 연대의 마음으로 바뀔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5일 상무위원회 발언은 이번 인천공항 사태를 정치권이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보여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불공정한 고용을 공정하게 바로잡는 것으로 채용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문제다. 다만 청년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취업 자체가 어려운데다 민간영역에서는 이런 상식적인 정규직 전환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정규직 전환 결정이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줄여나가겠다는 정책인 만큼 민간 영역에서도 고용이 안정된 좋은 일자리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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