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주파와 동거, 소모적 과정 불과
    신당, 명분과 준비 부족 실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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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01월 24일 07: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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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월 3일 열릴 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를 앞두고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당의 진로에 대한 당원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23일 부산에서 열린 토론회를 기획한 당원들은 공교롭게도 민주노총부산본부 강연회와 복지연대의 홍세화 강연회가 같은 시간이어서 썰렁한 토론회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200석 중 빈자리가 드물게 있을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다. KBS MBC, KNN 방송 3사 카메라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멀리 마산, 포항 지역 당원들도 참석했다.

       
      ▲ 부산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장석준, 김병일, 조승수.
     

    마산 포항 당원들도 참석

    사회를 맡은 사은희 당원(부산시당 정책위원)이 간단한 토론회 개최 배경과 쇄신측 입장 토론자였던 정종권 서울시당 위원장이 비대위 집행위원장직을 맡게 됨에 따라 불참하는 대신 김병일 경북도당 전 위원장이 참석하게 되었다는 소개 후 곧바로 토론에 들어갔다.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조승수 전 진보정치연구소 소장은 민주노동당 위기의 본질이 “당의 종북성과 자주파 패권”이라고 진단하고 이것이 대선 경선에서 “상식적이지 않은 후보 선출 과정” 등으로 표출되었다는 그간의 주장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또 자주파의 패권을 그렇게 지적했음에도 경기 구리시 운영위원들의 집단 탈당 이후 강경 자주파 쪽인 경기동부연합 조직원들이 전입해 이 와중에도 지역위원회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심상정 비대위에 대해서는 이날 토론회 직전에 심 대표와 장시간 얘기한 내용을 소개하며 비대위가 “당 대회에서 한 쪽이 받을 수 없는 안을 올릴 수 없다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주파가 일시적으로 숙일 수는 있지만 총선 결과 인책론 등 잠복하고 있던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동거 자체가 소모적인 과정"이라고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마산지역 당원이라고 밝힌 당원이 “지난 경선에서 48:52의 52가 다 자주파가 아닌데 이들을 매도한 것 아니냐”며 "오히려 건강한 당원들을 통해 이런 정파 패권을 극복할 수는 없는가"라는 지적에 대해 조승수 전 소장은 “자주파를 구분하면 김일성주의자, 반미통일근본주의자, 순수 통일운동 세력 등이 뒤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신당 창당이 자주파와 싸우는 과정"

    그는 이어 "정파로 연결된 사람은 5만 당권자 중 30% 넘지 않지만 그 압도적 다수는 자주파고 그 핵심이 경기동부연합, 인천연합, 울산연합이다. 이들은 김일성주의자라 하지 않지만 반미, 통일 다 끌어들여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도 2000년 총선 전에 울산연합을 당에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도 그들의 정치성향을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당에 들어오면 당의 제도 속에서 변화할 거라고 믿었고 정파 패권도 한계가 있어 당원 수가 늘어 10만 당원이 되면 평당원 중심의 질서가 형성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히려 영향력은 더 확대되었다. 5만 몇 천의 숫자 계산해서 영향력을 미치는 구조”라며 패권 극복에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또 "제대로 한판 붙어 보지도 않고 신당행을 결행"하려는 데 대한 포항지역 당원의 문제제기에 대해 조 전소장은 “이 과정 자체가 제대로 싸우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지난 7년간 민주노동당을 얘기하다가 지금은 아니라고 얘기하기가 곤혹스럽다"는 말에 대해 진보정치연구소 여론조사 결과 “당원인 현장 노동자도 이미 민주노동당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망설이는 사람은 간부들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당과 민주노총, 시민사회 등에서 지금처럼 솔직한 토론이 언제 나올 수 있겠는가? 바로 지금이 그동안 쌓여 온 민주노총 내의 적폐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할 때"라고 강조했다.

    "총선 전 창당은 도박"

    당 혁신 입장인 김병일 전 위원장은 “위기의 진단에 동의하나 해법은 견해가 다르다”고 운을 떼고 현재 추진 중인 신당은 “대중적 명분이 취약하고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총 경북본부장과 도당 위원장을 해오며 조합원들에게 민주노동당을 통한 정치세력화를 설득해 왔는데 이제 다시 민주노동당이 희망이 아니라고 얘기하기가 곤혹스럽다”며 대중적 동의가 기반이 되지 않는 신당은 명분을 얻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총선 전에 신당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하며 민주노동당이 엄연히 존재하는 조건에서 “총선 전 창당은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자신도 심상정 비대위가 당 쇄신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보지도 않고 분당하면 명분을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어 "신당을 만들더라도 이번 총선 전이 아니라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천천히 만들어 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해 총선 전 신당파와 총선 후 신당파의 토론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미 탈당한 해운대 지역 화덕헌씨는 "쇄신파가 신당 추진이 대중적 동의를 얻기 힘들고 명분도 없다고 했는데 누가 대중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1천5백만 노동자, 850만 비정규직을 보고 당을 해야지 민주노동당 당권 당원 5만 명 중 얼마 안 되는 민주노총 당원만 쳐다보고 대중적 동의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이미 대선 3%가 대중의 뜻이고 명분을 던져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가 대중이냐

    이에 대해 쇄신측 김 전위원장은 동의를 구해야 할 사람은 “그동안 당에 애정을 가져 왔던 분들”이라고 간략히 답했다.

    세번째 토론자로 신당파 인사인 장석준 진보정책연구소 기획실장은 "임시 당대회에서 당 해산과 재창당을 선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민주노동당의 실험에 대한 평가에서 “당은 조직이기 이전에 하나의 프로젝트-기획”이라며 “당을 통해 국회의원 만들기라는 기획으로 이것을 위해‘일단 합치고 보자’고 정파연합이 이루어졌고 다소 무리하게 지역 조직도 만드는 등 선거조직으로 당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다"며 “의원을 만든 이후의 실패, 즉 기층 없는 정치는 한계 명확하다는 걸 입증한 실패한 기획”이라고 정리했다.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은 방향에 대해 장 실장은 "다원주의적 정당, 생활좌파 및 생태 좌파 지향, 종북주의와 민족지상주의 배격, 노동운동에 기반을 두되 노조에 의존하지 않는 당, 토론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당, 풀뿌리 현장 중심의 당" 등의 상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민주노동당에 마지막으로 남은 기회는 당 해산 후 재창당인데 최소한 “국민들을 향한 정치라면” 이같은 결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해운대구 당원임을 밝힌 이가 “해산-재창당 외 길이 없다고 했는데 자주파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해가는 방법은 없나? 당 운영과 관련된 이념적 기저의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장 실장은 당 해산이라는 처방 외에 길이 없다는 건 “2006년부터 자주파 블럭이 중앙당을 장악한 이후 (패권을 휘두르는) 상황과 경험이 누적되면서 최종 판단한 논리적이기 보다는 체험적 근거”라고 말했다.

    심판할 당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그는 조승수 소장이 쓴 비례대표 혁신 방안 중 북한 정권을 ‘왕조집단’으로 표현한 것을 놓고 조 소장을 쳐내려는 시도를 보며 “솔직히 두려웠다”며 “자신의 주장을 숨기는 게 어떻게 진보정치일 수 있는지 회의한다”며 이런 한계 상황에서 “주위에서 ‘당을 깨자’고 하는데 나는 ‘잠을 깨자’로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당원이 판단할 거라 하는데 심판해야 할 당원들이 빠져 나가고 있는데, 당원의 힘으로 극복하자는 주장을 나 스스로가 믿을 수 없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자주파일 수 있다고 소개한 연제구 한 당원은 “종북주의라 매도한 상황에서 종북파 나와서 얘기하라면 누가 토론하겠냐”며 “동지의 사상을 종북으로 매도하는 것 문제”라고 비판했다. 당 혁신에 대해서도 “지역에서 모범을 세워 당을 혁신하겠다. 당 해산을 조건으로 걸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 또한 "자주파의 결정에 때로 반대할 때도 있다"며 "토론을 회피하려든다는 자민통 그룹의 공개적인 정파활동을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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