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을성 있게
    하나하나 풀어내는 것
    [낚시는 미친 짓이다 ⑤] '풀기'
        2020년 06월 22일 02: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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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는 미친 짓이다⓸] 정숙(靜肅)

    낚시를 처음 한 것은 1980년이었다. 그해에 긴 휴교령이 있었다. 전두환은 광주에서 무고한 시민, 노동자, 학생들을 학살하면서 학생들의 데모가 번질 것 같으니까 아예 학교 문을 닫아버렸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해서 충남 서산에 있던 작은 고모집에 가서 있었다. 그리곤 그 집에 있던 대나무 낚싯대를 들고 냇가를 찾곤 했다. 고모가 텃밭에 뒤져 지렁이를 잡아 주었다. 잡은 물고기는 모두 닭들의 모이였다.

    낚시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후배의 이름으로 공장에 다닐 때였다. 낚시동호회에 들었다. 사람들하고 사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낚시는 철저히 개인적으로 즐기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도착하자마자 각자 좋은 자리를 찾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는 옆 사람과 얘기하는 게 끝이었다. 조직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낚시란 이런 거구나 하는 정도만 배우고 축구동호회로 옮겼다.

    어떻게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없다. 아주 조금씩 낚시에 다가가기 시작한 것 같다. 왜 낚시를 시작했을까? 어느 날이었다. 밤에 낚시를 하다가 줄이 엉켜버렸다. 성질이 급한 나는 그전까진 줄을 끊어버리고 새로 묶곤 했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해 본 사람만 안다. 깜깜한 가운데 다시 줄을 묶고, 찌 멈춤 고무를 찾아서 위에 넣고, 다시 찌고무를 넣고, 아래에도 찌 멈춤 고무와 납을 끼우고 낚싯바늘도 새로 묶어야 한다. 밤에 하기는 힘들어서 차라리 다른 낚싯대를 꺼내고, 낮에 하는 게 훨씬 낫다. 그러나 다른 낚싯대가 같은 길이가 아닐 경우 그동안 떡밥을 계속 한 곳에 투척하여 고기를 모이게 한 집어(集魚)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다가 한번 엉킨 낚싯줄을 풀어보기로 했다. 성질이 급하지 않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한번 풀어보니 그게 내 성격을 교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내가 지금 그나마 조금이라도 차분한 면이 있다면 그건 온전히 낚시를 하면서 배운 것이다. 인생이란 때로 꼬이고 꼬인 것들을 하나둘 풀어가는 그런 것 아니던가?

    바꿔야 해요
    어두운 밤 낚시터에서 엉킨 낚싯줄을 풀 듯이
    누굴 원망할 거에요
    미끼 물고 발광한 붕어를 원망해요
    불빛 없는 낚시터를 원망해요
    밤낚시 온 나를 원망해요?
    에잇! 그건 낚시꾼이 아니죠
    그냥 조용히 앉아서 한 땀 한 땀 꼬여있는 낚싯줄을 풀어야죠
    아니면 과감히 잘라 내거나
    그냥 접고 가자구요?
    에잇! 그건 낚시꾼이 아니죠

    류원 시 [에잇! 그건 낚시꾼이 아니죠] 중에서

    잘라내고, 또 잘라내도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기억들이 있다. 그걸 해결하려면 처음부터 기억을 되살려내고 고통이 따르지만 원인을 분석해보아야 한다. 같은 걸림에 다시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인내를 가지고 풀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살아가면서 꼬이는 게 얼마나 많은가? “살다 보면 답답한 날이 있을 거야. 그래도 인생은 기니까”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다.

    그렇다. 인생은 길다. 비비 꼬여서 도저히 안 풀린 것 같은 상황, 너무 어두워서 풀 엄두도 안 나는 조건, 도움을 줄 사람이 한 명도 주위에 없을 때는 정말이지 끊어내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 일쑤다. 그러나 천천히 하나씩 풀어냈을 때 가지는 그 기쁨을 무엇에 비할 수 있을랴. 참을성 있게 하나하나 풀어내는 것, 그게 낚시다.

    <침묵연습> 5

    그렇게 우리는 만난 거야
    너를 만나던 날
    난 숨이 막힐 것 같았지
    마구 소리치고 춤이라도 추고싶었지

    오랜 기다림
    오랜 열망
    그러면 안 된다는 충고도 있었을 거야
    방해도 있었고,
    내면의 목소리도 있었겠지

    그러나 우린 만나고야 말았지
    서로 다른 두 세계
    서로 다른 가치관의 만남
    사람들 대신 하늘과 해와 달과 별이 축복해줬지

    <매전지>

    충북 괴산에 있다. 3만 7천여평으로 수심은 2~3미터 정도 된다. 물이 아주 맑고, 저수지 안에 좌대가 없어 쾌적함을 찾는 사람들이 찾는다. 배스가 있어서 작은 물고기들의 잦은 입질을 보기는 어렵다. 대신 한번 잡으면 아주 큰 경우가 많다. 초보자보다는 대물을 노리는 전문 낚시인들이 많다. 입어료는 2만원.

    코로나로 인해 식사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https://www.fishnet.co.kr/sponsor/index.php?sp_hid=167&p_mbs=02

    필자소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 정책실장. 정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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