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발전소, 에너지문제만이 아냐
[에정칼럼] '석탄재'의 활용 실태와 환경 부정의 문제
    2020년 06월 18일 09: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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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6월에 들어섰다. 여기저기서 올여름 더위는 지난해보다 덥고 길 것으로 전망된다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울의 9일 낮 최고기온은 평균 33.5도까지 치솟았고 강원도에는 첫 열대야가 나타나기도 했다. 평년 26.7도에 비해 4.5도나 높은 수준이다. 너도나도 이번 폭염이 기후위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지할 정도로 기후위기는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해온 석탄화력발전소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가장 먼저 퇴출당하여야 함에도 경제발전과 에너지 수급안정성을 이유로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공공의 편익’을 위해 희생당했고, 그 희생은 결국 돌고 돌아 기후위기라는 모습으로 우리 모두에게 돌아왔다. 더 이상의 부당한 희생을 막기 위해 우리는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석탄화력발전소는 다양한 환경 부정의 문제를 일으킨다. 주로는 미세먼지와 중앙집중형 발전으로 인한 송배전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충남 지역은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의 3분의 1 이상이 위치해 있어, 대표적으로 피해를 보는 지역이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가 하루빨리 중단돼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석탄재이다. 석탄발전을 많이 할수록 석탄재 또한 많이 발생한다. 2018년 기준으로 5대 발전사의 연간 석탄재 배출량은 총 940만 톤이고, 민자 화력 발전소까지 고려하면 1000만 톤이 넘는다. 우리나라 폐기물 중에 철강산업에서 발생하는 슬래그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다. 이 많은 석탄재는 어떻게 처리되고 관리되고 있을까?

환경부에 따르면 940만 톤 중 89%인 831만 톤은 레미콘, 콘크리트·시멘트 원료, 성토재로 재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11%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자가 매립지 혹은 타 매립지에 매립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매년 발생하는 석탄재가 쌓여 대부분의 자가 매립지들이 현재 포화상태이다(이렇게 매립되었던 석탄재들을 새만금 산업단지에 재매립해서 논란이 컸다).

하지만 석탄재 재활용 비율이 높고, 재활용된다 해도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석탄재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철강슬래그 및 석탄재 배출사업자의 재활용지침”에 따라 15가지 재활용 용도별로 재활용하고 있는데, 석탄재의 위해성 특성을 고려한 유해물질 기준 항목과 농도 수준이 포함된 활용 기준은 부재한 상황이다. 석탄재 용도별로 KS 등 관련규격 기준과 관련 설계 시공지침만이 석탄재의 재활용 기준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안전 평가기준이 없어서 석탄재의 침출수가 인근 수자원이나 토양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유해물질 기준이 부족한 상황에서 석탄재가 재활용 공정을 거쳐 ‘폐기물’이 아닌 ‘제품’이 될 경우, 그에 따른 환경기준 또한 함께 낮아진다.

보령 석탄화력발전소 모습. 왼쪽은 새만금 공사에 석탄재 사용되는 모습

해외에서는 비교적 석탄재 재활용 제품의 용출수 연구도 활발하고 법에도 기준이 갖춰져 있지만, 아직까지 석탄재의 피해 범위나 수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석탄재가 재활용되어 각종 매립 및 성토 등에 활용되고도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미국 위스콘신주에서는 석탄재 매립 인근 지역의 식용수에서 몰리브덴 등 중금속 기준치를 넘는 사고가 있었고, 오클라호마주에서는 석탄재를 성토재로 재활용한 지역에서 비산먼지가 발생해 인근 지역주민들이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석탄재를 재활용한 후 여러 가지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전라남도 고흥군 농경지에 축사를 지으려는 사업자가 매립한 석탄재로부터 인근 하천에서 중금속이 유출됐다. 재활용 용도에 맞게 복토재로 활용했다고 하나, 문제 발생 후 고흥군에서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재활용 규정과 안전성 평가가 미비해 발생한 사고라고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흥만 간척지의 폐염전을 메우는 데 석탄재가 사용되고 있다. 진도군에서는 주민의 동의나 군의원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 동서발전과 진도항에 석탄재를 들이겠다는 협약을 진행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 남원시도 약 25톤의 석탄재 매립으로 주민 200여 명이 반대에 나섰다. 그리고 작년 부산 사하구 인근에 발생하여 4명이 매몰되는 인명피해를 낸 산사태 또한 40년 전 석탄재로 지반을 매립한 곳이었다. 야산에 석탄재를 매립할 경우 구청에서 관리해야 하지만, 40여 년 전 조성된 곳이라 시공이나 설계 관련 서류를 찾을 수조차 없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안전성이나 유해성이 모니터링 되어야 하는 석탄재이지만 실상은 ‘묻고 잊어버리는’ 폐기물인 것이다.

이러한 사고 사례들은 석탄재 재활용/매립으로 인한 중금속 오염 가능성을 축소 해석하고, 석탄재 재활용 규정과 안전성 평가가 부족하고, 석탄재 매립 시 주민설명 및 동의 절차 등 민주적 절차가 부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이 사례들을 보다 보면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연결고리가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토지가격이 가장 낮은 지역인 전북과 전남에 이런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 40년 전의 부산 사하구 또한 부산 지역에서 비교적 늦게 개발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석탄재의 용출과 비산먼지로 인한 피해 등이 보고되고, 석탄재 활용에 대한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석탄재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호주, 미국, 일본 등은 석탄재 재활용 및 매립 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사후 모니터링을 하는 등 환경 관리와 품질 관리를 하고 있다. 특히 호주는 석탄재를 배출한 발전사가 석탄재 환경적 안전성 검사에 관한 상세한 이력을 공개하고, 모니터링 정보를 운반자와 사용자에게 공지해야 한다. 미국 테네시강 유역에서 비회슬러리가 유출되는 사건 이후에 생태계, 대기, 지하수, 지표수 모니터링과 함께 지역사회의 참여도 이끌어 내는 등 다차원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석탄재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도 부족한 상황에 법·제도조차 석탄재의 유해성을 무시한 채 재활용으로 ‘처리’해버리려고 급급해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석탄재로 인한 피해조차 석탄화력발전의 이익을 가장 적게 본 지역이 감당하고 있다. 환경 부정의 문제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약한 지역에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부정의로 인해 발생한 환경오염은 다시 인근 주민들의 건강을 악화하여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하는 구조를 견고히 한다. 더 주의할 것은 이러한 문제들이 점차 심해지고 있는데도 환경 차별에 관한 연구나 연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경제적 이유로 쉽게 묵인되고 당사자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쉽게 부정되는 정의를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 언제까지 피해자는 피해자로만, 가해자는 가해자로만 남아야 하는가? 더는 부당한 피해를 보는 지역이 없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이 시급하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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