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훈 대법원장 발언 '경솔' 우세
    By
        2006년 09월 22일 09:11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검찰과 변호사의 역할을 비판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과 관련, 정상명 검찰총장이 21일 공개적으로 유감의 뜻을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한발 더 나아가 대법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검찰과 대한변협은 "검사들이 밀실에서 받은 조서가 공개 법정의 진술보다 우위에 설 수 없다"(19일), "변호사들이 내는 자료라는 게 상대방을 속이려는 문건이 대부분(13일)"이라는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문제삼았다.

       
      ▲ 한겨레 9월22일자 1면  
     

    조간들은 각 단체들의 입장을 골고루 다루며 균형잡힌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신문들은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세련되지는 못했지만 크게 잘못됐다고 판단하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사설에서는 이용훈 대법원장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조중동 같은 보수논조의 신문과 한국, 경향 등 중도 혹은 진보논조로 분류되는 신문들 모두 대법원장의 행동을 ‘경솔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말꼬리 잡기’라며 이 대법원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국민일보는 "고도의 도덕성과 중립성, 상식을 가져야 하는 사법부 수장의 말이라곤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며 신문 중 가장 혹독하게 이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국민은 사설 <이용훈 대법원장 발언 부적절했다>에서 "사법의 중추는 법원이고 검찰과 변호사 단체는 보조기관이라는 이 대법원장의 인식은 사법체계를 심각히 위협한다"며 "안하무인이고 유아독존이라는 생각이 없고서야 이럴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 국민일보 22일자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 <이용훈 대법원장 뭘 위해 법조계 갈등 자초하나>에서 "권위주의 정권시절 사법부가 독립을 지키지 못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언이 현 정권 담당자들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인상을 준 것은 사법부 수장의 위상에 비춰 볼 때 부적절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의 강압적 수사관행’과 ‘변호사들의 고압적 태도’ 등을 되돌아볼 것을 먼저 지적한 뒤, 그러나 이 대법원장의 발언 역시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고 나무랐다. 조선은 사설 <대법원장의 다변, 사법부에 이롭지 않다>에서 "대법원장의 말은 법질서와 사회정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법원의 어른으로서 권위와 무게와 울림이 있어야 한다"며 "말의 형식 때문에 정작 전하고자 하는 본질이 흐려진다면 대법원장 자신과 사법부에도 득이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사설 <사법질서 흔든 대법원장 발언>에서 "검찰수사기록을 휴지조각처럼 격하하고, 검찰 수사를 밀실수사로 규정한 것은 지나친 비약을 넘어 사법체계의 파괴"라고 비판했다.

       
      ▲ 중앙일보 22일자 사설  
     

    한국일보도 <사법정의 구현은 말로 떠 들일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법원장이 굳이 이런 방식으로 법관들을 가르쳐야 하는지 의문이다. 충정을 모르지 않으나, 사법부 수장마저 다듬지 않은 말로 논란을 부른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반면 한겨레는 <대법원장의 쓴소리, 말꼬리 잡기로 가서야>에서 "몇몇 어구와 직설적 화법을 이유로 본질을 왜곡하거나 비켜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변호사회가 몇몇 표현을 문제삼아 ‘사법부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발언’이라고 침소봉대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대법원장이 지적한 검찰의 밀실강압수사, 별건구속수사, 진술중심 수사관행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며 "발언의 진의에 눈감은 채,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보다 더 엄하게 한나라당 ‘쿠데타 망언’ 꾸짖은 조선

    조선일보는 "태국의 쿠데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발언한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에게 "정신나간 소리를 했다"며 이례적인 강한 어조로 제1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 조선일보 9월22일자 사설  
     

    유 대변인은 20일 국회 기자실에서 "태국의 군부 쿠데타를 남의 일로만 볼 게 아니다.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 총리의 통치 스타일은 여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을 닮았다. 태국의 쿠데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발언했었다.

    조선은 22일 사설 <나사 풀린 한나라당 대변인의 자살골>에서 "소속 국회의원이 126명이나 된다는 제1야당의 대변인이 국회마이크까지 잡고 이런 정신나간 소리를 했다는 것"이라며 "나사풀린 정당의 나사풀린 대변인이라는 말이 나올 법 하다"고 칼날을 세웠다.

    조선은 유 대변인의 쿠데타 발언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군사독재 정권을 자신의 뿌리로 두고 있는 한나라당의 근본을 확인시켜준 발언’이라고 논평한 것을 소개하면서 "한나라당과 유 대변인은 그런 말을 백 번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자해행위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도 유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이번 경우는 무슨 변명을 해도 용서받지 못할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은 사설 <쿠데타의 망령을 되살리자는 건가>에서 "다시 군사쿠데타를 해서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이런 얘기들이 회자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민주적 뿌리가 아직 취약하다는 증거"라며 "우리가 이룩한 민주적 절차와 제도를 허무는 발언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같은 주제로 사설을 쓴 한겨레도 ‘쿠데타 향수’를 빗대 "그것이 시민의 성숙한 민주 의식과, 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노력을 능멸하는 것인 줄 알면서도 그런 것을 보면, 반민주성이 체질로 굳은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