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민정수석실 금감원 감찰,
    사모펀드 관련 금융권 청탁 감사 의혹
    "DLF사태 책임 은행들, 금융감독 당국 압박한 것"
        2020년 06월 17일 04: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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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권한을 넘어선 금융감독원 감찰에 대해 청와대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각종 의혹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 감찰이 시중은행과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한 금융권 투서에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민정수석실이 사모펀드 문제로 중징계를 앞둔 금융권의 청탁을 받고 금감원에 대한 과도한 감찰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시민사회계에선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의 금감원 ‘청부 감찰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반은 지난 2월부터 4개월 동안 금감원의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검사 및 제재 과정 등에 대해 감찰한 결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에 대한 비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우리은행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 변경 및 다른 금융기관 문제 등을 이유로 간부 2명에게만 중징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부 2명에 대해 징계를 요청한 것은 감찰반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감찰반의 직무를 규정한 대통령비서실 직제령 제7조 1항 2호에 따르면 감찰업무 수행 대상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공기관의 장 및 임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금감원의 경우 금감원장은 감찰반의 감찰 대상이지만, 중징계가 통보된 간부 2명은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감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감찰 과정에서 간부 2명에 대한 비리를 발견했다면 감사원 감사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지만 감찰반은 직접 감찰하고 그 결과를 금감원에 통보하기까지 했다.

    경실련은 16일 성명에서 “직제규정상 감찰 대상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감사에 대해 비리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그 즉시 중단했어야 했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은 대통령 비서실 직제규정을 위반한 월권행위다. 제대로 된 비리 자료와 정보도 없이 목표를 정해 먼지털이식 감찰을 했다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의 금감원 감찰이 시중은행과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한 금융권 투서에서 시작됐다. <한국일보>는 지난 11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금감원 감찰은 은행권발로 추정되는 다수 투서를 계기로 시작됐다”며,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민정에서 첩보를 입수한 게 아니라 올해 초 금융권에서 투서가 들어가 감찰에 착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감찰 시점 역시 논란이 일기 충분하다. 감찰이 시작된 지난 2월은 금감원이 DLF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 대해 연임을 제한하는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했던 시기다. 손태승 회장은 연임, 함영주 부회장은 차기 회장 도전이 어려워지자, 두 사람은 금감원의 조처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감찰반이 금융감독원에 중징계를 요구한 간부 2명은 올해 2월 DLF 사태와 관련해 은행장 제재를 실무적으로 책임졌던 핵심간부들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민정수석실과 금융권 유착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민정수석실이 금감원의 중징계에 반발한 금융권의 부탁을 받고 금감원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정의연대·민변민생경제위원회 등은 17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은행권의 요구에 의해 청와대 감찰이 이뤄진 것이 사실이라면 금융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긴 DLF 사태의 책임자인 은행들이 반성과 자구 노력 없이 금융감독 당국을 압박한 것”이라며 “또한 금감원에 대한 보복을 통해 DLF 사태는 물론 라임 사태 등 줄줄이 예상되는 사모펀드 관련 각종 징계를 모면하고자 하는 ‘금감원 길들이기’로 의심 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정황상 민정수석실의 감찰과 결과 통보는 금융감독 정책의 자율성과 중립성 훼손, 금융권과 청와대의 유착 문제까지 제기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청와대가 이번 금감원 감찰과 금융권 청탁 의혹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정의연대 등은 “청와대는 사안의 중대성을 깊이 인식하여 자체감사에 들어가거나 감사원에 민정수석실에 대한 직무감찰을 선제적으로 요청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경실련도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이번 민정수석실의 감찰에 대해 조속히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을 하고 위반한 사실이 있다면 대국민 사과는 물론 관련 책임자의 문책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부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요구가 나온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지난 11일 국회 브리핑에서 “이번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금감원 간부 징계 요구는 은행들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를 뿌리 뽑겠다는 목표 아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그간의 관행과는 달리 해당 금융지주회사 회장 등 최고 책임자의 책임을 물은 것에 대해 금융사들이 반발하고, 이를 청와대가 수용하여 거꾸로 금감원 책임자들을 압박하는 것으로 충분히 해석이 가능하다”며 “제기되는 의혹이 다수이니만큼 청와대가 다시 한번 명확한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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