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혁신에 대한
논쟁적인 메모 몇 가지
좀 더 왼쪽으로 좀 더 급진적으로···대중정당 지향과 다수자연합의 꿈
    2020년 06월 17일 09: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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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혁신위원회(위원장 장혜영)를 구성하여 당의 정치·조직노선의 혁신안을 만들고 당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당대회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안과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위원회 관련 인사들의 발언 등을 통해 그 방향성을 확인할 뿐이다. 정의당 혁신위의 활동에 대해 당원인 박갑주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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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혁신위원들 일부의 발언들을 살펴보면, 당내에 패배주의가 만연해있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을 혁신위의 주요한 임무 중 하나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래된 당원들, 주요 활동가 사이에서 패배감, 희망 거두기 등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상황을 엄중히 본다는 것과 패배주의는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진보정당추진위(진정추) 때로부터는 약 30년, 민주노동당 때로부터는 약 20년 동안 실험해왔던 진보정당의 1기(상승기)가 완전히 끝난 것으로 보이고, 정의당을 둘러싸고 있는 지형과 지금까지의 경로, 그리고 정의당 내부의 약화된 구심력, 이에 반해 외부로의 원심력은 강해진 것 등에 비추어볼 때, 적어도 10년 이상, 현재 주체역량으로서 이 어려운 상황을 돌파할 수 있겠는지에 대한 회의가 있는 게 사실이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절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점들은 혁신위가 훌륭한 안을 마련하고, 통과시킨다고 하여 쉽게 극복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혁신위원들 일부가 마치 주관주의로 패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정의당의 심각한 위기상황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체로 현재의 정의당이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자원에 접근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현재의 위기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정의당이 위기가 아니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 한편 혁신 논의에 어떤 금기가 있는가? 마치 주어진 프레임 안에서만, ‘답정너’처럼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총선 평가는 오랫동안 논의할 필요는 없고, 혁신 논의가 책임론으로 협소화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이야기를 해왔다.

하지만 현재 혁신 논의를 살펴보면, 총선 과정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 후보출마 전략, 비례후보 검증과정 및 선출, 공약 및 정책, 이슈에 대한 대응 등에 대한 논의는 전혀 안보인다. 과거를 되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정당에서 선거가 가장 중요한데, 바로 직전 선거에서 많은 것을 반성하고, 배우지 않고서 미래에 대하여 설계한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3. 할당과 리더십은 다른 문제이다. 시대나 이슈를 대표하기 위해서 당의 전략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부문, 계층, 여성에 할당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할당이 바로 당의 리더십인 것은 아니다. 그와 같은 점에서 (비록 총선 과정에 대한 사후적 평가이지만,) 청년 비례후보를 할당할 수는 있지만, 정의당을 대표하는 비례 1, 2번에 배치한 것, 그리고 그와 같은 청년비례 2번 출신인 국회의원을, 그것도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을 당의 혁신을 대표하는 혁신위원장에 올리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그와 같은 문제는 앞으로의 의정활동이나 정치발언에서도 딜레마가 된다. 그냥 정의당의 일부이면 지지받거나 당의 확장에 도움이 될 것도 정의당을 대표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에 청년정의당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당이 청년정의당으로만 될 때, 대중적으로 그와 같은 인상으로만 남을 때, 정의당은 대중적으로 고립되거나 다수파 연합을 만들 수 없는 소수정당으로 남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리더로 증명하기를 바란다. 언제든지 신뢰하는 지도자로 받아들이고, 열정과 애당심을 보일 준비를 하고 있을 생각이다.

4. 정의당이 좀 더 왼쪽으로, 좀 더 급진적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 때부터 가졌던 원내정당의 꿈, 대중정당 지향, 다수자 연합을 만들어 집권하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주체의 영향력이 미미할수록 현실과 결합하여 현실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정체성만을 바꾸려고 하고, 스스로에게만 만족스러운 활동만을 하려고 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가치, 이념 자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대중화, 현실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의당이 혁신의 결과 도달하게 되는 것이 (용어에 너무 민감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운동정당, 원리주의 정당, 정체성 정당이 아니었으면 한다.

한편 아무리 당분간 정의당의 목표가 3자(보수-자유-진보) 구별 정립 또는 민주당 2중대로부터의 탈피라고 하더라도, 대중적으로는 여전히 탄핵 국면, 촛불의 연속성(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압승이 보여주는 것이다)으로 인식되고 있음에 대해서도 조심하였으면 한다.

결국 우리가 걸어가야 하는 길은 다른 사람들의 길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갈 아주 좁은 오솔길일 것이다.

5. 정의당 내부의 민주주의와 관련하여 ‘소통’, ‘직접민주주의’ 등이 중심이 아니라 리더십의 위기, 리더십의 재창출이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6. 조직노선의 핵심은 당 내부 역량의 배치와 동시에 당 지지 기반(영향력)의 확대 또는 당 내부 역량과 당 외부의 결합 방식의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세계 진보정당의 역사를 살펴보면, 진보정당이 독자적인 조직적 기반 없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는 없고, 그와 같은 독자적인 조직기반의 형성은 진보정당의 활동, 정책에 강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계급, 계층, 부분의 형성으로부터 가능하다는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열정적이고 노골적인 이해관계로 정의당을 지지하는 조직기반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기존 노동일 수도 있고, 노동 밖의 노동일 수도 있다. 또는 상인조합일 수도, 임차인조합일 수도 있다.

정의당의 혁신 논의에서 그와 같은 조직노선에 대한 고민이 담겼으면 한다.

필자소개
정의당 당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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