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위협 : 코로나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이를 빙자한 자본의 공세
[평등의 길] '위기가 기회'라는 자본의 공격적 태도
    2020년 06월 17일 09: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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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활동가조직 ‘노동자가 여는 평등의 길’ 소식지 <평등의 길> 4호에 실린 글을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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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위기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코로나 바이러스의 꼬리가 잡히지 않은 채 6월까지 흘러오면서 선진국이건 저개발국가건 모두 성장을 포기한 채 타격이 얼마나 깊을지 전전긍긍이다. 예측이 가능해야 대응도 수월한데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질병의 장기지속에 권력도 자본도 우왕좌왕이다. 폐쇄로 인한 경제의 단절과 격리로 인한 침체가 뒤섞이며 자본주의의 위기와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작 위기와 아무런 연관이 없으면서 죽을 소리부터 하는 자본의 엄살과 기만도 늘어만 간다.

나는 새를 떨어트린 코로나

국경이 닫히고 하늘길이 막히면서 첫 번째 타격은 항공, 관광, 면세업계에 불어닥쳤다. 이중 항공산업은 괴멸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항공산업의 위기는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10년간 LCC로 상징되는 시장의 과잉중복투자는 대형 국적항공사의 경영을 잠식했다. 이 와중에 여객수요가 끊기면서 대형항공과 저가항공 모두 무너졌다. 그 피해는 항공운항 사업의 피라미드 구조의 가장 아랫부분부터 타격했다.

지금 그 충격파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투쟁하는 노동자가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KO의 조합원들이다. 항공기가 날기 위해서는 운항과 정비 외에도 발권, 탑승, 청소, 수하물, 식사공급, 라운지운영, 하다못해 휠체어 관리까지 오만가지 지원업무가 필요하다. 아시아나는 2018년 이런 지원업무를 담당하던 하청업체에 노동조합이 들어서자 사업장을 업무별로 쪼개버렸다.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거나 없애려는 의도였다. 아시아나KO도 이렇게 급조된 회사다. 결국 너무 잘게 나뉜 회사는 아시아나의 위기 앞에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그동안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로 이익을 챙긴 금호그룹은 위기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없이 살인과 다름없는 해고를 단행했다. 아시아나KO와 이스타항공은 화려함으로 치장한 항공산업이 사실은 저임금·불안정노동 위에 쌓아올린 허상임을 보여준다.

농성장이 침탈된 후 노숙농성을 전개하고 있는 아시아카케이오 노동자들(사진=곽노충)

제조업의 빨간불도 예상과 다르게, 자동차나 조선업이 아니라 항공기자재 산업에서 시작됐다. 경남 사천에 밀집한 한국의 항공·부품산업은 주된 납품처인 보잉 등 거대 항공기 제작사가 생산물량을 줄이면서 덩달아 위기를 맞고 있다. 사천에 항공부품사가 밀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10년대 들어 정부가 항공기 제조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전략적으로 밀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경남지부의 아스트지회와 샘코지회 등 항공제조 사업장은 “사천항공산단노동자연대”를 결성하고 정부에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집약적이며 기술중심의 산업 특성상 숙련 인력의 유실을 막아야 지난 10여 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그러나 항공노동자건 사천의 금속노동자건 이 절박한 목소리를 정부가 듣는지 알 수 없다. 정부가 집계하는 고용통계는 달을 거듭할수록 고용총수가 줄고 있다. 5월에 지급한 실업급여는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었다. 실제 고용이 줄고 노동자가 일터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공단을 둘러봐도 사업장의 폐업이 급증하지는 않았다.

반면 중소사업주의 대출 총액은 증가했다는 보도가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의 노동부터 서서히 붕괴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사람을 자르면서 당장은 버티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아직 한국경제는 버틸만하다는 잘못된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착각의 대표 선수가 바로 문재인 정권이다. 청와대는 기업들이 버텨주니 자본에 자금을 투입해 조금 더 버티게 해주면 언젠가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결과 문재인표 일자리 구출작전은 후순위로 밀리며 타이밍도 놓치고, 실효성도 날려버렸다. 6월 안에 도저히 결론이 안 나올 것으로 보이는 ‘원포인트 노사정 대화’는 해고는 막지 못한 채 문재인 정부는 할 만큼 했다는 명분만 남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문재인 정권은 ‘소득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며 ‘소득주도성장’, ‘일자리정부’를 구호로 삼았다. 그러나 지난 5월 16일 기획재정부는 2019년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격차가 5.26배라고 발표했다. 이는 역대 최대 소득 양극화가 벌어졌던 2018년 4분기(5.47배)를 제외하면 2007년(5.34배) 이후 최대 수준의 소득격차다. 정권 3년 동안 양극화가 커진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정권의 IMF 조기탈출이 결국 부동산 부자의 자산증식으로 끝났듯 문재인 정권의 코로나 경제부양도 강남 자산가와 재벌·대기업의 몸집 불리기로 끝날 것이라는 예감을 떨칠 수 없다.

자본을 믿지 마세요

그러나 진짜 위기는 코로나가 만든 것이 아니라 코로나를 핑계 삼아 자본이 만든 위기, 아니 위협이다. 실제 위기가 아님에도 이때다 싶어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울산의 자일대우상용차가 대표 사업장이다. 대주주인 영안모자는 느닷없이 국내공장 폐쇄와 베트남 생산체제를 선언했다. 납품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회사의 준비는 코로나 훨씬 이전부터 시작했다. 국내 버스 시장이 죽은 것도 아니다. 이유는 오직 하나 노조 없는 생산을 꿈꾸는 것이다. 영안모자는 10년 전 대우자판 해고자 고용승계 거부, OBS방송을 폐업으로 몰았던 경영위기, 계열사의 철저한 족벌체제 등 전과가 한둘이 아니다.

대기업도 다를 게 없다. 포스코는 철강수요가 줄었다는 이유로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으나 실상은 강제연월차 소진, 하청사 쥐어짜기로 비용을 대폭 절감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다른 대안은 고려하지도 않고 강제휴업을 발표했다. 정작 포항의 제철소에서는 대형 화재가 발생해 역시 살인기업상 단골수상의 저력을 보여줬다. 현대제철도 이 기회를 틈타 그간 노조와 지역 사회 눈치 보느라 못한 저수익 사업부분 정리를 시도하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도 만년 적자인 해양플랜트 사업을 접을 기회로 코로나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정작 호황을 맞은 조선업에서 하청노동자 수천 명이 해고당하는 역설을 만들 것이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완성차 자본도 일부 부품사를 정리하고 납품서열을 재편할 기회로 삼고 있다.

한국 자본은 해외에서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5월 22일 경향신문은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 의류업체가 코로나로 힘들다며 1,300명 중 571명을 해고했는데 들여다보니 조합원 520명이 모두 해고자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대량해고도 손가락질받아야 하는데, 정작 본질은 코로나를 핑계로 삼은 노조파괴다.

자본이 이 모양이면 이를 규제하고 말려야 할 정부마저 코로나를 산업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산업당국은 의지가 없던 중형조선 회생 대신 도태를 유도하고, 시민사회의 반대와 우려에도 원격진료와 원격교육을 지원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이 틈을 노려 경총, 전경련, 자동차공업협회 같은 업종단체들도 코로나를 규제철폐·완화를 정부에 들이밀고 있다.

코로나 19가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의 과장된 헐리우드 액션은 바이러스조차도 놀랄 지경이다. 자본가야말로 ‘위기가 기회’라는 태도도 덤비고 있다. 대상도 정권, 소비자, 국내 공장의 노동자, 해외 공장의 노동자 가리지 않는다. 이런 공세를 개별 사업장, 단위 노동조합의 대응으로 막을 수 없다.

사회적으로는 ‘경제가 어려우니 기업이 저러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깨야 한다. 계급 내부에서는 ‘하나가 밀리면 결국은 모두가 밀린다’는 각성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부의 지원은 지원대로 챙기고 노조는 노조대로 파괴하려는 자본의 의도에 속절없이 끌려갈 뿐이다. 이제 울산의 대우버스와 인천의 아시아나KO를 묶는 사회 투쟁의 전선을 세우자. 자본의 기회를 자본의 위기로 되돌려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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