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협, 공공의대 설치 반대
    고연봉·고소득 유지 위해?
    보건의료노조 “의사인력 부족해 간호사들 불법의료에 내몰리는 현실”
        2020년 06월 16일 07: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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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사인력 확대에 반대하는 것과 관련해, 노동·보건의료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의사의 희소성을 높여서 고소득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16일 오전 보건의료노조 주최로 열린 여의도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의사가 부족해서 간호사들이 불법의료에 내몰리고 있고 1만 명이 넘는 간호사들은 언제 처벌 받을지 모르는 위험에 노출돼있는 것이 대학병원의 민낯”이라며 “이런 상황을 보고도 의협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의사인력 확충을 반대하고 있다”고 이같이 말했다.

    노조도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대집 의사협회장은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밀고 나가면 총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공공연하게 국민들을 협박하고 있다. 최대집 회장의 이런 경솔한 발언은 많은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라며 “인구 수 대비 의사 총량 자체가 부족한 것은 엄연한 사실임에도, 총파업 운운하며 반대부터 하고 나선 것은 의사인력 부족으로 벌어지는 의료현장의 폐해를 외면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의사인력 확대 추진이 졸속적이라고 판단한다면 오히려 의사협회는 직접 대화에 참여해 현재의 의료현장의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사진=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인력 부족 문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특히 의사인력 부족 문제 해결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구 1천명 당 OECD 국가 평균은 3.3명이지만, 한국은 한의사를 포함해도 2.3명에 그쳤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이 전염병 대응 필수 인력인 감염병 전문의는 겨우 275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역 불균형이 심각해 초기 코로나19 대유행지였던 대구·경북의 감염병 전문의는 12명밖에 되지 않는다.

    노조는 “대구경북지역의 누적확진자가 8천명(6월 15일 기준)이 넘은 것을 감안할 때 감염내과 전문의 1명이 환자 667명을 치료한 셈”이라며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최일선인 전국의 감염병 전담병원마저도 감염내과전문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공의료기관 의사인력 부족 해결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법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의대를 설립해 공공 부문에서 근무할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의협은 “공공의료가 취약한 이유는 공공의대가 없거나 공공병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문가에 대한 이해 부족, 낮은 처우로 인해 인재들이 공공 부문에 종사하기 꺼리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속 내놓은 결론이 고작 산술적인 인력증원이라니 절망스럽다”고 반대했다. 의협은 의대정원 확대를 당면한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보고 파업 등 장외투쟁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의대 설립법은 21대 국회를 포함해 모두 6개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의협의 반발로 무산됐다.

    일각에선 의협이 의료인력 확대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일부 의사들이 기존의 고연봉을 유지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장호종 무상의료운동본부 집행위원장 “말하진 않지만 수입이 줄까봐 (의료인력 확대에 반대한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한국 의사의 연봉은 노동자 평균 연봉의 4.6배 정도 된다. 노동강도나 전문성 때문에 높다고 해도 4.6배는 합리적이지 않다. 노동자 임금이 너무 낮은 것도 있지만 의사 수가 적어서 높은 수입을 보장하려다 보니 격차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인력 부족은 간호사들의 불법진료 문제까지 불러온다. 노조는 “대체의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진료보조인력(PA, Physician Assistant)의 불법의료 없이는 의료기관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노조가 실시한 ‘PA간호사 현황과 의료법 위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PA간호사는 수술과 환부 봉합, 시술, 드레싱, 방광세척, 혈액배양검사, 상처부위 세포 채취, 초음파, 방사선 촬영, 진단서 작성, 투약 처치, 주치의 부재 시 주치의 업무 대행, 처방, 잘못된 처방 변경, 진료기록지 작성, 증명서 작성 등 의사 업무까지 모두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이들 불법의료 행위가 외부에 드러난다 하더라도 오히려 이러한 행위를 강요받았던 간호사 등 개별 노동자들이 처벌받는 것으로 그치고 있다”며 “결국 의사인력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간호사 등 다른 보건의료노동자들의 불법행위를 근절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고 전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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