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나쁜가, 거짓말이 장기인가
    2006년 09월 21일 03: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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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이 나쁜가, 거짓말이 장기인가

글 섞기가 주저되지만, 아직 이야기 통할 사람 남아 있을 수 있고, 자신들의 거짓말에 아파하기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노사모의 노혜경 대표는 지난 주 내 글에 대해 “편견, 인식의 오류, 단견, 왜곡, 좋지 않은 습관, 오만, 오도된 관점, 불성실, 수구, 오독, 품격 없음, 바르지 않은 사실 인식, 헛것, 관념과 설핏보기”라 평해주었다.

참 많은 어휘가 동원된 그의 글을 보고 나는 단 두 가지 감상이 떠올랐는데, 그가 기억력이 굉장히 나쁘거나 거짓말의 상습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1. 노혜경 대표는 “노사모 회원들이 ‘비리’라는 단어에 가름할만한 행위를 했던 사례가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과연 그런가?

대통령 스텝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청와대 보좌진의 재벌 뇌물 수수, 친인척의 부동산 구설수, 대통령 주변의 석연치 않은 상가 부동산 기업 문제, 주가조작 의혹 연루, 공기업을 뒤덮은 ‘노빠’ 낙하산 부대와 온갖 로비, 노사모 간부의 공금 횡령,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정보통신기술인의 모임’의 상품권 의혹…….

   

사례를 나열하기에도 숨가쁜 이런 행각이 저 멀리 아프리카쯤에서 벌어진 일이거나 전두환 노태우 시절의 추억인가? 이 범죄에 연루된 사람 하나하나가 노사모의 현 회원인지, 전 회원인지를 확인하려면 국가정보원 정도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노혜경 스스로가 정의하듯이 “노사모란 이름은 등록된 협의의 노사모만의 것이 아니라 노무현 당선과 참여정부 창출에 뛰어든 넓은 의미의 노사모의 것”이라면, “비리가 없다”고 떳떳할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하는 게 인간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물론, 감옥에 갇혀서도 억울할테고,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의 음모인 경우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 ‘노빠’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싸우겠다”는 결의가 아니라, 2002년 12월의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2. 노혜경 대표는, “저는 재래시장이 어려운 이유가 사람들이 대형마트를 찾기 때문이라고 오로지 그렇게만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 …… 저 말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고 어떤 문장으로 구성된 것인지를 이재영 기자께서는 아시나요? 직접 원문을 읽으셨나요? …… 좋은 습관이 아닙니다”라며 국문학 전공자로서의 친절한 조언을 해주었다.

“어디선가 읽은 것을 한 번의 확인도 없이 왜곡”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전체 대목을 다시 살펴보자.

“재래시장이 어렵다고 그것을 경기침체의 증거로 삼고 언론이 부지런히 쫓아갑니다. 그런데 솔직하게 들여다보면 여러분은 재래시장 얼마나 가십니까.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하지 않습니까. 재래시장 근처에 대형쇼핑몰이나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것을 저는 원천적으로 반대합니다.

그러나 대형마트 가시는 분들 보면 반드시 집 근처라 해서 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집 근처에서는 재래시장을 가기도 합니다. 대형마트를 가는 건 그 자체가 일종의 오락을 겸한 나들이거든요. 그러니 소비행태 자체가 달라진 것입니다. 이렇게 생활패턴의 변화에 따라 전 업종에 걸쳐서 일종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양산업에 속한 사람들이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크게 멀리 봅시다」, 6월 2일

위 인용에는 노혜경이 주장하는 네 개의 ‘사실’이 들어 있다. ① 자신은 대형마트에 반대한다 ② 그런데 사람들은 대형마트에 간다 ③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④ 언론이 상황을 과장한다. 이것은 ① 본인의 도덕적 우위 ② 도덕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 국민의 생활습관 ③ 자연스런 현상 ∴ 노무현의 무죄 ④ 언론의 여론 조작이라는 어의를 담고 있다.

이 어의에 따르자면 노혜경과 노무현은 무죄이고, 국민과 언론은 유죄이거나 적어도 미필적 고의의 혐의가 있다. 그런데, 재래시장 매출이 40% 줄고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이 80% 늘어난 지난 4년새 노무현 정부는 외국자본․독점자본 중심으로 유통업을 변화시키려 노력하지 않았는가?

지금도 “지원을 하지 않고 영세자영업을 재편”하겠다는 계획(비전2030)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노혜경은 노무현 정부의 일관된 정책에 의한 재래시장 위축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호도하기 위해 국민과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을 예시한 적은 있었던 듯하다”고 은근슬쩍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남에게 자신의 글을 잘 읽기를 요구하려면, 스스로 자신의 글을 확인하는 정도의 수고는 기울여야 한다. 나 스스로도 안 읽어도 될만한 글까지 꼼꼼이 읽는 “좋지 않은 습관”을 버리려 노력하고 있다.

3. “노사모는 ‘민심’과 ‘대통령’을 대립시키며 대통령이 민심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는 단언도 확인해보자.

문재인 변호사가 법무부 장관 물망에 오르내릴 때,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국정에 간섭하는 민심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그 상황은 국란”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노사모 대표 노혜경이 아닌가? 나아가, “설령 진짜로 민심이 반대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인사권에 대한 침해가 분명하다(「인사권과 민심, 그 논리적 부정합」, 8월 7일)”라는 억지까지 부리지 않았는가?

시인이 한국어를 얼마나 자유롭게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노사모에서 어떤 나라 말을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의 편견”에 사로잡힌 나는 위 글을 ‘민심’, ‘대통령의 인사권’이라고 읽는다.

노혜경은 수임된 대통령 권력의 신성불가침을 주장한다. 얼핏 보기에 법치주의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 이외 관료의 법에 정해진 임기보장이나 대통령 이외 선출직 공직자의 권한에 대해서는 그 불가침을 주장하지 않으므로, 그 법과 그 민주주의는 오직 노무현만이 향유할 수 있다.

4. 노혜경은 말한다. “노사모는 인민을 증오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이 인민, 아니 국민이니까요.”

민중주의자가 떠올라야 할텐데, “짐이 곧 국가”라는 루이 14세의 말이 떠오르는 걸 보니, 내게 대한 노혜경의 지적이 올바른 것 같다. “사랑하면, 더 많이 사랑하게 되고, 더 넓게 사랑하게 되는 것이 정치적 사랑의 원리라는 것을 진정으로 사랑해” 봐야겠다.

그런데 노혜경은 불과 며칠 전에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 관련하여 ‘인민에 대한 증오’를 드러낸 적이 있다.

“왜 이 정도로 집요하게 지지도를 조사하는지 저의가 궁금하다 …… 검증되지 않은 지나치게 많은 지지율 조사는 오히려 문제 극복을 어렵게 한다 …… 현 상황은 언론, 시민, 정치권의 책임 … 대통령께서 못했다는 게 아니라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못했다는 얘기” – 『뉴스메이커』, 9월 15일

“더 잘할 수 있는 대통령”을 사랑하지 않은 시민들은 각성해야 한다. 시민들은 대통령의 “주변 환경”으로서의 의무에 더 충실해야 한다. 문학에 문외한인 나부터도 “하이틴 로맨스에나 나오는 얕은 사랑의 레토릭”에 대해 잘 알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있다.

5. 노사모 대표 노혜경은 자신들이 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자신이 쓴 한글을 글자 그대로 읽었다고 핀잔한다. 기억력이 대단히, 아주 많이 나쁘거나,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수준의 안면몰수가 쉽지 않다. 노사모의 “건강성”을 가지지 못한 나로서는 전두환 청문회에서 장세동이 보여주었던 모르쇠가 기억날 뿐이다.

자신이 며칠 전 쓴 글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지적 능력에 이상이 있거나 그렇게 부도덕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런 사람이 청와대의 고위 공무원이었고 지금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의 대표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물론, 기억력이 나쁜 것도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닐 수 있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한 가지 이유가 더 남아 있을텐데, 아무쪼록 안정을 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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