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도 비판한 한나라당 '쿠데타'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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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9월 21일 09: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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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태국은 조용한데 정작 한국 정치권이 난리다. 20일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이 국회 브리핑에서 "태국의 군부 쿠데타를 남의 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타산지석으로 삼야야 한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20일자에 SK-Ⅱ의 의견광고를 싣지 못한 국민일보와 서울신문, 세계일보가 즉각 반응을 보였다. 20일자에서만 해도 SK-Ⅱ 광고를 게재했어도 기사를 쓴 곳이 있어 광고와 기사의 상관성을 단언하기 힘들었으나 21일자에선 약속이나 한 듯 광고를 받지 못한 세 신문이 관련기사를 실었다.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상임대표 권용목)의 ‘언론플레이’에 한국일보가 반격에 나섰다. 한국일보는 21일자 기자수첩을 통해 ‘입맛에 맞는’ 언론사만 골라 출범 소식을 알린 신 노동단체의 ‘구태’를 비판했다. 국민일보도 거들었다.

    다음은 21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국민일보 <‘전효숙 파동’ 한달만에 원점>
    동아일보 <북 진출기업 개성공단 송금/ 사실상 불법으로 이뤄졌다>
    서울신문 <서울시 청사 설계 확 바꾼다>
    세계일보 <아베시대 막 올라>
    조선일보 <"내달 SCM서 작통권 시기 못박을 것…재협상 없다">
    중앙일보 <북한 후방 미사일 기지/유사시 정밀 폭격 가능>
    한겨레 <아찔한 댓글들 ‘온라인 쿠데타’>
    한국일보 <한·중과 거리좁히기 잘될까>

       
      ▲ 9월21일자 조선일보 3면.  
     

    조선 기자 "증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먹고 자란다"

    20일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의 ‘쿠데타’ 발언에 대해 조선일보 권대열 기자는 <기자수첩-주워 담아야할 ‘쿠데타 발언’>에서 "유 대변인이 브리핑을 마쳤을 때, 어느 누구도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도 힘들뿐더러, 난데없이 태국 쿠데타를 노무현 정부에 빗댄 이유를 알 수 없었던 탓"이라고 꼬집었다.

    권 기자는 "유 대변인은 자신의 발언을 놓고 파장이 일자…’내 말을 왜곡하지 말라’고 했지만, 주워담기에는 이미 늦은 듯 했다"며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쿠데타까지 억지로 갖다 붙여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은 정치를 더욱 거칠게 만들 뿐이다. 증오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말들을 먹고 자란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유 대변인은 20일 국회 브리핑에서 "탁신 총리의 통치 스타일은 여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튀는 언행이나 언론과의 전쟁에서 닮았다. …노무현 정권의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 청와대 측근 인사의 비리 연루 의혹 등을 볼 때 노무현 정권은 이번 태국의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동아·서울·세계 ‘물타기’…한겨레, ‘온라인 쿠데타’ 경계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은 각각 <여야 막말 공방>(8면)과 <험악한 설전>(5면)에서 유 대변인의 ‘쿠데타’ 발언과 열린우리당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의 ‘정치적 매춘’ 발언,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의 ‘정치적 악덕 포주’ 발언을 묶어 한 기사로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3면 기자수첩 <"매춘" "포주"…’막말정치’ 언제까지>에서 ‘막말정치’를 비판하면서도 한나라당 대변인의 ‘쿠데타’ 발언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4면에 ‘한나라당 대변인 발언 물의’ 기사를 썼다.

    한편, 한겨레는 이날 1면 머리기사 <아찔한 댓글들 ‘온라인 쿠데타’>에서 한나라당 논평 파문과 함께 인터넷에서 일고 있는 쿠데타 선동성 여론을 비판했다.

    한겨레가 예로 든 게시물들은 다음과 같다.

    "각군 총장들이여 각성하기 바란다. 태국을 보아라. 군이 혼연일체가 되어 일어나지 않았는가.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다. 온 국민의 열망이다. 지금의 좌파정치 뒤집어엎을 때…"(조선닷컴, 홍아무개)

    "뜨끔하겠다. 임기 끝까지 마치려면 정신차려야지"(네이버, blueptw)

    "누가 정권을 잡든, 쿠데타가 일어나든, 국민들은 편하고 잘 살게 해주는 정권을 바란다"(미디어다음, 마이클황)

    국민·서울·세계, SK-Ⅱ 백화점 퇴출 보도

    중국 정부가 SK-Ⅱ 화장품에서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데 이어 20일에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관련 제품을 수거해 검사에 착수했다. 국내 주요백화점들도 잇따라 이 제품 판매를 중단키로 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사는 21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중 국민일보와 서울신문, 세계일보에 실렸다. 세 신문 모두 20일자에서 SK-Ⅱ의 의견 광고를 싣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어 광고와 기사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 국민일보 9월21일자 13면  
     

       
      ▲ 서울신문 9월21일자 9면  
     

    국민일보는 13면 산업면에 <일부 백화점 판매중단…환불요구 속출>(4단), 서울신문은 9면 사람&사회면에 <SK-Ⅱ 판매중단 사태>(3단), 세계일보는 9면 사회면 <‘일 화장품 SK-Ⅱ’ 백화점서 퇴출>(3단)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

    한국 "신노동연합, 대선 앞두고 보수세력이 결성 의혹"
     
    20일자에 조선, 중앙, 동아 등을 중심으로 이미 기사화된 뉴라이트 노동단체 출범 소식을 한국일보와 국민일보, 세계일보가 한 발 늦게 보도했다. 물론 기사의 방향은 조금씩 다르다.

    그런데 한국일보, ‘물 먹은’ 것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한국일보 김일환 기자는 <기자의 눈-뉴라이트 노동단체의 구태>에서 "귀가 솔깃해지는 출범 목표와 달리 신노련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다. 권용목 상임대표는 이 단체의 출범 소식을 일부 보수신문에만 알렸다"며 "23일 출범식을 앞두고 자기 입맛에 맞는 언론만을 상대해 분위기를 띄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노사화합과 통합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며 분열된 노동판을 혁신하겠다는 단체의 모토가 무색할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일보 2면  
     

    김 기자는 또 "일각에서는 신노련이 다가올 대선 정국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실제로 권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정몽준 후보를 도운 뒤 노동계와 정치판을 떠났다가 대선을 1년여 앞둔 지금 …홀연히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기자수첩과 함께 6면에는 해설기사를 통해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출범의 의미와 영향을 짚었다. <노동계 진보-중도-보수로 분화하나>에선 노동운동의 지형도 변화를 예측했고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23일 출범>에선 "차기 대선을 앞두고 보수세력이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결성한 것이라는 일각의 의혹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설 <제3의 노동단체 신노련을 주목한다>에서도 "대부분의 대기업 노조가 한국·민주 양노총에 가입돼 있는 현실에서, 신노련이 어느 정도 노동계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며 "현장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어떤 노동단체보다도 친자본적 성향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신노련에 어느 정도 지지를 보낼지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6면 <‘투쟁탈피’ 불구 여론 싸늘>에서 신노동연합 출범 배경과 전망을 짚었는데 "지도부가 전직 노동운동가 출신들인 데다 현장 조직과 오랫동안 괴리된 인사들로 구성돼 있어 식상하"고 "또한 특정인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등 정치 성향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는 상급조직인 뉴라이트전국연합과의 관계 설정도 모호하다"며 회의적 평가를 전했다.

    국민은 사설 <새로운 노동세력에 대한 기대와 우려>에선 "…기존 노동운동이 노동자에게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단 기대를 갖게 한다"면서도 "자본과의 협력을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상식을 벗어난 밀착은 노동자에게 양보와 희생을 가져올 수 있다"며 조언했다.

    세계일보는 하루 늦게 기사를 쓰면서도 주제를 비틀지 않았다. 10면 <"노사연대 일자리 창출">에서 23일 출범 소식을 전하고 사설 <노동운동, 투쟁일변도 벗어나야>에서도 신노동연합에 기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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