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순이, 김용균, 구의역 김군처럼
    죽어가는 청년노동자 없도록 해주세요“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2020년 06월 10일 03: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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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님,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청춘의 노동자가 삶을 마감해야 합니까. 두 번 다시는 재순이처럼, 김용균처럼, 구의역 김군처럼 죽어가는 청년 노동자가 없도록 해주십시오. 21대 국회에서 첫 번째 입법으로 대한민국 모든 노동자와 가족들이 간절히 바라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주십시오”

    지난달 광주광역시 하남산단 조선우드 공장에서 일하던 중 사망한 26살의 청년노동자 고 김재순 씨의 아버지는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직접 적어온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편지’를 낭독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39개 노동시민단체가 모인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사진=유하라

    고인의 아버지는 “아들 김재순이 수지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형체도 알아 볼 수 없이 가루가 되어 운명을 달리 했습니다”라는 편지의 한 구절을 읽을 때엔 목이 메어 편지 읽기를 잠시 멈추었다. 아들을 먼저 보낸 고인도 지난 2002년 파쇄기에 왼손이 빨려 들어가는 산업재해 사고를 당해 지체장애 3급을 받았다. 그는 “차라리 못난 아비인 제가 죽음을 대신했다면 재순이가 이번 사고를 겪지는 않았을까요. 돌이킬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수지 파쇄기 사전가동 및 점검 업무를 하던 중 사망했다. 고위험 업무라 2인 1조 팀을 이뤄해야 하는 업무였지만 김 씨는 홀로 일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 씨의 업무에 대한 작업계획서도 없었고 관리·감독자의 유해위험요인 제거 의무도 준수하지 않았다. 수지 파쇄기 투입구 안전장치도 설치하지 않았다. 대책위는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수두룩했다”고 전했다.

    해당 사업장은 2014년에도 같은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업주는 안전설비와 안전 작업조치를 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역시 안전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 유족과 대책위가 김 씨의 죽음을 두고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하는 이유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장인 정준현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2014년에 사고가 난 후에도 6년 동안 관리감독이 되지 않다가 2020년에 다시 사망사고 났다. 안전보건 대책을 감독하고 관리해야 할 노동청이 책상에 앉아서 죽은 사람 숫자만 세고 있다면 이게 통계청이지 노동청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업주는 유족에게 “시키지 않은 일을 하다 죽었다”고 김 씨의 죽음을 노동자 과실로 돌리고 있고, 광주고용노동청도 여전히 진상규명에 비협조적이다.

    대책위는 “광주고용노동청은 2014년 안전진단보고서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지역의 동종업체 및 파쇄기 사용업체에 대해 광주노동청, 광주시청, 노동계가 함께 위험성평가단을 구성해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책을 세워나갈 것을 요구했지만 광주노동청은 법적 권한 미비 등을 이유로 공동조사를 거부하고 있다”비판했다.

    대책위는 안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고용노동부를 비판하며 이재갑 장관의 공식적인 사과를 비롯해 동종업체 공동조사 수용,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2014년 사고 당시 안전조치가 미흡한 사업주에 대해 과태료 처분에 그치지 않고, 강하게 처벌했다면 김 씨가 죽음에 이르진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김동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중대재해의 가장 큰 특징은 매번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사고 원인을 은폐하는 사업주의 대응도 비슷하다. 사업주의 과실이 최종적으로 인정되더라도 몇백만원의 벌금만 물면 면죄부를 받는 것 역시 똑같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 정도의 처벌로, 사업주가 안전에 투자할 이유가 없고, 중대재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무겁게 처벌했을 때에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21대 국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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