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비드19가 멈춘 일상,
    우리의 생각 달라지기를
    [그림책]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리처드 모리스. 르웬 팜/소원나무)
        2020년 06월 08일 10: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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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비드19가 멈춘 세상

    일상이라는 강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일상이라는 강은 낮에도 흐르고 밤에도 흘렀습니다. 아침이면 출근을 하고 학교에 갔습니다. 밤이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밤에 출근하기도 하고 밤에 학교에 가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일상의 강을 따라 열심히 살았습니다. 하지만 일상의 강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저 우리는 낮에도 살고 밤에도 살고 일상이라는 강물을 따라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코비드19로 인해 일상이라는 강이 멈췄습니다. 코비드19에 대한 감염 공포 때문에 출근도 못 하고 학교도 못 가게 되었습니다. 우리 삶의 중심이었던 회사와 학교가 아무 기능도 못 하게 되었습니다. 코비드19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가 만들어질 때까지 우리는 예전의 일상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위기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회사와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우리는 취업과 교육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밖으로의 여행이 차단되자 우리는 우리 안의 세계를 탐험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해외여행을 계획하던 사람들은 우리 강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수출과 외국자본 도입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던 사람들은 내수 산업과 경제적 자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외국을 부러워하던 사람들은 한국 정부의 정책과 대응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자유로운 활동과 거리낌 없는 만남이 가능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모든 삶의 가치가 새롭게 정립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코비드19 때문에 많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실직하거나 폐업하게 되었습니다. 또 많은 사람이 전염병에 걸리고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람들은 부와 명예와 성공과 안정된 삶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신기루처럼 허망한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삶은 예측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강물은 흘러갑니다!

    강이 있었습니다. 진짜 자연의 강입니다! 강물은 낮에도 흐르고 밤에도 흘렀습니다. 물론 강물이 쉬지 않고 흐르는 건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강물이 어디서 오는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또한, 강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곰이 강물을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곰은 강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너무너무 궁금했습니다. 강을 따라가던 곰은 강을 향해 드리워진 나무를 보고 기어 올라갔습니다. 나무 위에서는 강물 속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첨벙! 곰은 강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곰의 무거운 몸무게 때문에 나무가 부러진 것입니다. 물론 곰은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하지만 곰은 더 중요한 사실을 몰랐습니다. 바로 엄청난 모험이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폴짝! 누군가 곰의 머리 위로 뛰어오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과연 누가 곰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을까요? 도대체 강물은 어디로 흘러갈까요? 그리고 부러진 나무를 탄 곰에게는 어떤 모험이 펼쳐질까요?

    시와 노래와 반전이 주는 재미

    그림책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는 시를 읽거나 노래를 부를 때처럼 라임이 딱딱 들어맞아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장면마다 ‘…는 건 몰랐지.’와 함께 의성어 또는 의태어로 문장을 마쳐서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는 뜻밖의 동물이 나타나서 반전처럼 놀라운 기쁨을 줍니다.

    최근 그림책 『공룡은 긁지 않아』로 독자들을 웃음바다에 빠뜨렸던 르웬 팜은, 그림책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에서 전혀 다른 웃음 코드를 보여 줍니다. 예컨대 그림책 『공룡은 긁지 않아』에서는 쉬지 않고 폭발하는 말풍선과 보기만 해도 근질근질한 몸 개그로 독자들을 키득거리게 만듭니다. 반면 그림책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에서는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투는 진지한데 그림은 보는 이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공룡은 긁지 않아』의 웃음코드가 개그라면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의 웃음코드는 유머이기 때문입니다.

    나만의 강물을 따라가는 삶

    삶은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희극이라고 합니다. 르웬 팜은 동물들이 강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나무 뗏목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아주 코믹하게 보여 줍니다. 그리고 그 동물들의 모습은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학교에 가지 않으면, 회사에 가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알고 아등바등 매달려 살아온,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물론 내일 당장 코비드19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의 삶이 회복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코비드19가 가르쳐준 교훈을 우리 모두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돈이나 명예나 성공이나 안정이나 성적 같은 것이 너무나 허망한 신기루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설사 코비드19가 사라지지 않더라도, 우리의 생각이 달라지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헛된 가치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곰이 강을 따라 모험을 떠난 것처럼, 부디 내가 알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 모험을 떠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 많은 친구를 만나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진정한 행복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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