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수사심의위 신청
    검찰은 이재용 영장 청구
    김경률 "삼성, 사실관계 호도해 드러난 사실 흔들고 엎으려는 시도"
        2020년 06월 04일 02: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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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외부 전문가들에게 받겠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한 지 이틀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사장은 위증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삼성이 저지른 각종 불법 행위를 지시했거나 최소한 인지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두 회사 합병 직전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주식의 23.2%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삼성물산의 주식은 갖고 있지 않았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는 고의로 낮춘 반면 제일모직의 가치는 부풀려 합병을 성사시켰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도 이뤄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조직적으로 불법적 합병을 주도했다는 판단을 입증할 문건들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에 기소·불기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피의자의 기소·불기소 여부 등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이다.

    그러나 기업 간 합병, 분식회계 문제 등이 고도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데다, 자료의 양도 방대해 수사심의위 구성원들이 이를 전부 검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분식회계는 금감원에서도 회계 담당자 외에 다른 직원들도 들어도 잘 모른다. 그런 정도로 전문적인 사건”이라며 “그런데 일반 시민들한테 1년을 넘게 수사한 사건을 심사해서 결정해달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수사심의위 신청은 ‘여론 재판’을 유도해 기소를 피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이 부회장 측의 전략에 따른 맞대응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경률 회계사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실관계를 호도해서 이미 드러난 사실을 흔들고 엎으려고 하는 시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회계사는 “금융감독위원회에서 고의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내렸고, 증권선물위원회 산하 회계감리위원회에서도 같은 결정 내리는 등 총 5차례 같은 판단이 나왔다”며 “2012년 12월 작성된 그룹지배구조개선방안검토 문건엔 ‘부회장’, ‘승계’, ‘주가를 이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된다’, ‘합병비율은 이와 같이 돼야 된다’ 등의 내용이 다 들어가 있다. 이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 입장은 이재용 부회장은 몰랐고 미전실 사장, 부사장, 전무 이런 급에서 했다고 주장하는데 이재용 부회장 지시나 인지행위 없이 이런 것들이 가능하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드러난 문건에서도 계속해서 승계, 부회장, 그리고 부회장의 지분, 심지어 이건희 회장의 지분, 이런 역학관계들이 끊임없이 계속 기술돼있다. 이런 것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인지 없이 이뤄졌다고 추정하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와는 별개로 수사심의위 절차는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사심의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강제성은 없다.

    일부 정치권에선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자체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상무위원회에서 “수사심의위원회 신청은 임박한 신병 처리를 피해보기 위해 언론을 동원한 여론전을 펴겠다는 의도”라며 “혐의의 중대성, 법 앞의 평등의 원칙 그리고 국민의 법감정에 비추어 정당성 없는 이재용 부회장의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은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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