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거돈 전 부산시장 구속영장 기각
    “피해자 좌절···성범죄에 우발적 범죄 없어”
    이다솔 “인지부조화 상태 주장, 가해자들이 흔하게 하는 주장일 뿐”
        2020년 06월 04일 12: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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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여성 부하 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에 대해 부산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가 좌절하고 있다”며 법원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다솔 부산성폭력상담소 상담원은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피해자는 계속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해왔다. (오거돈 전 시장의 영장 기각으로) 가해자만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 상황이다. 피해자가 굉장히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검찰은 오 전 시장의 영장을 재청구해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상담원은 “가해자가 워낙 높은 직책에 있었던 사람이고, 전관변호사들을 선임해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가 얼마나 두렵겠나. 경·검에서는 의지를 보였는데 재판부에서 기각 결정을 함으로써 나중에 처벌도 가벼워지지 않을까 이런 걱정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구속영장 기각 여부가 유무죄를 다투는 일은 아니지만 (사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라며 “고위공직자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구속 수사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 전 시장 측이 범행 당시 인지부조화 상태였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가해자들이 너무 흔하게 하는 주장이다. 재판부가 심신미약 상태, 우발적 범행에 대해서 관대하게 보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상담원은 “성폭력 범죄에 있어서 우발적 범죄는 없다”며 “가해자가 자신을 제압할 만큼 강력한 사람을 목격자나 CCTV가 수두룩 빽빽 있는 데서 한 게 아니지 않나. (오 전 시장의 범행은) 당연히 계획적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재판부가 관성적으로 너무 많은 가해자들을 초범이라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너무 많다거나 이런 이유로 처벌하지 않고 있다.면서 “2018년 이후 미투운동으로 사회적 분위기는 바뀌고 있는데 재판부는 이 변화를 전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재판부가 여전히 가해자 편을 들어주고 있다고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 상담원은 오 전 시장 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응과 관련해 “가해자에게 책임을 미루고 사퇴를 한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는 것 같다”며 “가해자가 사퇴했다고 책임을 다한 건 아니다. 그 사람이 미친 사회적 파장이 너무 크다”고 여당을 겨냥했다. 미래통합당을 대해선 “피해자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 사건의 본질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정당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가 책임감을 느끼고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각 당에선 현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입장을 표명하고 정치인의 성범죄 재발방지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눈에 보이는 대응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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