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공항 보안검색 노동자
    자회사 거부하면 '해고'?
    공사, 직접고용 합의 파기···용역업체 관리자 주도 노조 와해 움직임도
        2020년 06월 03일 03:1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인천공항공사 보안검색 노동자들이 ‘해고’될 수 있다는 공사 내부 관계자의 발언이 공개돼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인천공항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에 따라 보안검색 분야를 직접고용하기로 합의했으나, 지난 2월 말 노동조합과 협의 과정도 한 번 거치지 않은 채 이 합의를 일방 파기했다.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노조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용역업체 소속 보안검색 노동자를 관리·감독하는 보안검색 감독자 A씨는 지난 29일 “(결국엔) 자회사로 넘어가게 돼있다. 공사에서는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는 직원들한테) ‘자회사 싫으면 나가’ (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또 “OO업체는 자회사 전환했는데 여기(자회사 전환 거부 업체)는 직고용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2개 용역업체로 나뉘어 고용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보안검색 노동자들(보안검색노조)은 공사의 자회사 전환 요구를 거부하고 직접고용 투쟁 중이다. 이달 말 계약만료를 앞두고 자회사 전환을 계속해서 거부하면 사실상 ‘해고’될 것이라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공사를 상대로 한 노조의 직접고용 투쟁의 어려움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1~4년 걸려 소송을 해야 한다. 그럼 소송할 때까지는 근무를 못 한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이렇게 한가한 때엔 (자회사 전환에 서명한) OO업체 직원만으로도 (인력은) 충분하다. 공사는 법대로 하라고 할 거다. 소송에서 지면 그 때가서 (고용하면) 된다. 소송이 끝나기 전엔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승객 늘어나면 (신입 직원 새로 뽑아서) 두 달간 트레이닝 시키면 된다”며 “둘 중에 하나다. 나가든가 (자회사 전환 합의에) 서명하든가. 일단 자회사 들어가서 (원하는 바를) 요구하라”고도 했다.

    A씨의 말이 아니라도 용역업체 내에선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면 해고될 수 있다는 얘기가 일찍이 돌기 시작했다고 한다. 노승식 보안검색노조 사무처장은 “현장에선 ‘자회사로 가지 않으면 해고’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공사, 직접고용 합의 일방 파기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공사는 비정규직 노동자 1만 2천명 중 3천명을 선별해 단계적으로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이 중 2천명에 달하는 보안검색 노동자들의 경우 노·사·전협의회를 거쳐 3년 후 직접고용하기로 합의했다.

    공사는 올해 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합의 파기까지의 과정에도 문제가 많았다. 노조는 공사 측이 조율한 회의 일정에 따라 지난 2월 28일 회의에 참석하고 나서야 ‘공사 직접고용’ 문구가 빠진 3기 노사전협의회 합의안이 새로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3기 합의안은 보안검색 노동자들 전원을 직접고용이 아닌, 공사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 주식회사 직원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그간의 논의 내용을 정리할 것”이라던 이날 회의에선 이러한 내용의 합의 체결식이 이뤄졌다.

    600여명 규모의 제1여객터미널 보안검색 노동자들이 속한 노조는 5월 1일자로 공사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 주식회사로 편제됐다. 그러나 1여객터미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1000여명이 속한 2개 업체 노조는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신설된 자회사 대다수가 ‘제2의 용역업체’ 정도의 역할밖엔 하지 못하고 있다. 기대했던 고용안정이나 처우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보안검색 노동자들이 공사로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회사 전환 거부자, 임금·처우 차별하겠다?
    용역업체 관리자 주도로 노조와해 움직임도…

    공사는 자회사 전환 수용자와 거부자의 임금과 처우를 차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인천공항경비 주식회사가 지난달 12일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는 노동자들이 속한 두 업체에 보낸 공문엔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이들에 한해 새로운 임금체계와 복리후생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차별 적용 내용을 담고 있는 인천공항경비(주)의 공문

    박현수 한국노총 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법규부장은 “이는 정식 자회사로 합의한 조합원들에게만 향상된 임금 및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 부과하겠다는 것”이라며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정식 자회사인지 임시 자회사인지 여부에따라 차별하는 것은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적 처우를 행하는 것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용역업체 관리자를 중심으로 어용노조까지 만들어졌다. 노조에 따르면, 당초 노사전협의체 사용자위원으로 들어왔던 관리자 B씨는 최근 노조를 만들어 ‘조합원 빼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승식 보안검색노조 사무처장은 “용역업체 관리자가 노조를 새로 만들어서 (보안검색노조) 탈퇴원서를 들고 다니면서 조합원들을 탈퇴시키고 있다”며 “자기들이 만든 노조가 과반수를 넘겨서 공사와 합의하고 자회사로 가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노조는 소송이나 투쟁을 통해 직접고용을 쟁취하겠다는 것인데 공사 입자에서 노조를 깨야만 투쟁을 멈출 수 있다”며 “직접고용 투쟁을 하는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어용노조도 설립하는 것이고, 고용승계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자회사 합의 시 조합원에게 향상된 임금과 복리후생을 부과하겠다고 하는 것 역시 노조를 깨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