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효숙 임명동의안 처리 또 무산
        2006년 09월 19일 06: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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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또 다시 무산됐다.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야 4당은 19일 오후 원내대표 회담을 갖고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막판 절충을 시도했으나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야 3당은 이날 ▲여야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오늘 표결 처리를 강행하지 않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법사위에서 청문을 하는 경우 한나라당이 참여를 약속해 달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한나라당은 "전 후보자를 전제로 한 어떠한 절차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다.

    한나라당의 중재안 거부 이후 야 3당은 따로 대책회의를 갖고 ▲야 3당 공조 지속 ▲ 오늘 표결 처리 불가 ▲지속적인 중재 시도 ▲여당의 법사위에서의 적법한 절차 요구 수용 등 4개항에 합의했다.

    야 3당이 이날 본회의 표결에 참석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는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따라 헌재소장의 장기 공백 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당이 야 3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법사위에서의 적법한 청문 절차를 거칠 경우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 데 최소 15일의 시일이 소요된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오늘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못함에 따라 헌재소장의 장기 공백사태가 불가피해졌다"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에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중재안 거부 이후 진행된 야 3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참석자들은 한나라당을 강도높게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석자들은 "한나라당이 야3당을 졸로 보는 것"이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회담 이후 가진 브리핑에서 참석자들은 톤을 낮춰 한나라당을 완곡하게 비판했다.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3당이 중재안을 어제와 오늘에 걸쳐 끈질기게 설득했으나 한나라당은 마지막 순간에 거부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형오 원내대표와 주호영 공보부대표가 중재안을 당에서 논의해보겠다고 해서 희망을 가졌으나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부했다"며 "한나라당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거부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 3당은 열린우리당에는 전 후보자 인준 절차상의 법적 흠결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여당이 제시하는 안을 토대로 한나라당을 계속 설득해보겠다는 논리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중재안을 거부했지만 아직 기대를 접지는 않았다"며 "한나라당이 오늘 중재안을 놓고 장시간 논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여지를 남기는 것"이라고 애써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물론 한나라당이 앞으로 중재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야 3당의 중재안이 ‘절차적 흠결’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전효숙이라는 인물 자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절차상의 흠결과 전 후보자의 자질 문제를 단단히 결박해 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전 후보자의 자질 문제는 본회의에서 표결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야3당의 이 같은 제안에는 차후 여당과 함께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는 경우에 대비한 명분쌓기의 의도도 있어 보인다. 권영길 대표가 "열린우리당이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한나라당을 설득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모양새를 취한 후 표결에 들어가야 명분 싸움에서 유리할 뿐더러 정치적 부담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공은 다시 열린우리당에 넘어갔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중재안이 거부된 직후 "비교섭 3당의 중재안과 한나라당의 주장이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야 3당의 입장이 정리되면 우리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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