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 홍콩 항쟁,
    전진을 위한 세 가지 원칙
        2020년 05월 29일 10: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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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28일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홍콩특별행정구 국가안전수호 법률제도 및 집행기제의 구축, 보완에 관한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결정)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전인대는 이날 오후 3시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제13기 3차 전체회의를 열고 홍콩보안법 초안을 의결했다. 이번 표결에는 전인대 대표단 2885명이 참여했으며, 찬성 2878표, 반대 1명, 기권은 6명이었다.

    홍콩 보안법은 홍콩에 중앙정부의 국가 안보 관련 기구가 홍콩에 직무를 이행하기 위한 기관을 설립하고, 반(反)중국 행위를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는 것 등이 핵심이다. 전인대는 상기 관련 법률을 홍콩 기본법 별첨 3으로 열거하고 홍콩특별행정구가 현지에서 발표, 시행한다고 명시했다. 이 결정 등과 관련한 홍콩 내에서의 비판과 반대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플랫폼C>(링크)에서 홍콩 내 좌파 성향 시민사화 활동가의 글을 번역한 것을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  


    전인대 13기 3차 전체회의 모습과 박스 안은 홍콩에서의 시위 모습

    [역주] 홍콩의 좌파 활동가·연구자 그룹 Lausan이 지난 5월 22일 발표한 이 글의 원래 제목은 「寧鳴而死,不默而生」으로, 직역하면 “소리 치다 죽을지언정 침묵하며 살아가지 않을 것이다” 정도의 의미다. 중국 정부의 최근 방침으로 최대 위기에 처한 홍콩 항쟁의 정세에서, 항쟁에 참여하는 활동가와 시민들이 어떤 자세로 투쟁에 임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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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치는 단지 안정을 지키기 위한 잔꾀일 뿐이다. 오늘 중국공산당 독재가 손을 뻗어 체제 유지의 고집을 부린다면, 홍콩 민중운동은 결코 이로 인해 절망하고 무릎 꿇어서는 안 된다.”

    홍콩 민중의 완강한 항쟁과 시민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한 집념으로 이 도시는 기본법 23조의 입법을 무려 17년 동안 저지해왔다. 오늘날 권위주의 중국공산당(CCP)은 국가안보를 구실로 2019년 홍콩 항쟁으로 인해 터져 나온 능동성을 단속하기 위해 신속히 움직여왔다. 그들은 홍콩 민중의 민주적 자결의 추구를 ‘반란’이자 ‘전복’, ‘국가분열’이라 모함했다.

    그러나 지금은 홍콩 민중운동이 (이런 탄압에) 무릎 꿇을 때가 아니다. 중국공산당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기본법》이 항상 홍콩 시민의 행복한 삶과 완전히 상반된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를 드러낸다. 법치주의는 항상 체제 유지를 위한 잔꾀일 뿐이다. 그것은 민중의 권리를 방어하는 데 기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본법》은 기본적으로 악법이다. 특히 제23조와 부칙 3조, 그리고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가 해석권을 갖는 현 체제는 홍콩을 중국공산당에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지만 기본법의 취약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보통선거의 시행은 반드시 ‘점차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循序渐进)’는 규정 이외에도, 《기본법》은 영국 식민지 시기의 홍콩 독재체제를 모방하고 있다. 입법회 권력을 거세함으로써 의회가 특별행정장관을 탄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오히려 입법회가 행정장관에 의해 해산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기본법은 의원들이 반드시 특수 비준을 받아야만, 비로소 공공부문 예산 지출과 정치체제, 정부 운영, 정부 정책에 관한 일들을 제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홍콩의 불공정한 자원과 권력의 배분을 바로잡을 수 없다. 「기본법」이 “50년간 불변”하며 유지되는 것은 홍콩의 자유로운 기백이 아니다. 그것은 제5장 안에서 언급하고 있는 낮은 세금 정책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그리고 국제 금융허브로서의 홍콩의 지위를 유지케 하는 걸 돕는 경제 및 법률 환경을 제공하는 것 등 “본래 있었던 자본주의 제도와 생활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상층 부르주아계급의 지배를 보증하기 위한 노골적인 정치체제 설계이다.

    “「법치」란 예외 없이 권력자와 통치계급의 것이며, 인민의 공적이다.”

    캐리 람은 지난 5월 22일 기자회견에서 국가안전법 추진을 옹호하면서, “전국인민대표회의가 ‘홍콩에서 시행되는 자본주의와 법률제도, 외국인 투자자가 홍콩에서 획득한 법적 보호의 권익’”을 갖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본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증명하는 것이다.

    홍콩 사법시스템이 ‘법치’라는 이름을 걸고 정치 검열, 경찰의 권력 남용, 인민들이 제도적 폭력에 저항하는 것을 불허하고 있다는 점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나아가 시민사회가 가장 유력하게 정부를 견제하는 법률기구(사법심사) 역시도 주택위원회(房委会)가 공공주택 상업시설을 매각하고 부동산 시장에 내놓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황후부두(Queen’s Pier) 철거를 막을 수도 없었고, 공공기금을 홍콩-주하이-마카오 대교(Hong Kong–Zhuhai–Macau Bridge) 건설 대공사에 유용하는 것 역시 막을 수 없었으며, 정부가 홍콩 시민들이 대륙에서 자녀를 출산하는 것과 이주 가사노동자들이 홍콩에 거주할 자격을 박탈해버리는 것도 막을 수 없었다.

    홍콩 민중운동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정치 및 시민권, 사법독립, 그밖의 다른 민생 의제들 역시 말할 것도 없다. 예를 들어 노동권과 여성·성소수자 평등, 분배 정의, 이민자 권익, 주거 강제철거, 노약자와 빈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존엄도 마찬가지다. 「법치」란 예외 없이 권력자와 통치계급의 것이며, 인민의 공적이다.

    홍콩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는 미지로 가득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바가 하나 있다. 바로 「광복홍콩 光复香港」(여기서는 홍콩 독립을 지칭)이 완벽한 법치와 고도의 자치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을 공상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지금껏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홍콩의 민중운동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음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첫째, 민주주의 원칙에 근거하여 헌법을 다시 써야 한다.

    「기본법」은 옛 식민세력과 엘리트계급이 제정해 중국공산당의 승인을 받음으로써 만들어졌다. 따라서 여기에 설령 글자로서 적혀 있다고 하더라도, 민주자치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정치·사회경제·문화생활의 오락 규칙을 전제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모든 인민이 함께 협상해 제정되어야 한다.

    이 과정을 재개하는 것은 홍콩 사회의 여러 집단 간 존재하는 권력과 자원이 잘못되어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 이와 같은 불공평을 시정하거나 제거하는 걸 목표로 공평하게 실천해야 한다. 이렇게 나아가지 않으면 ‘민주 홍콩’이란 사상누각일 뿐이다.

    둘째, 중국공산당의 중화민족주의를 거부해야 한다.

    중국공산당이 홍콩에서 국가안전법을 추진하는 데 대해 전국인대 상무위원 대변인 장예수이(张业遂)는 “홍콩 동포를 포함해 전국 각 민족의 근본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가의 안전과 공산당 독재의 안전, 인민의 안전이 일치한다고 규정하고, 중화민족주의를 인민에 강요함으로써 중국공산당 스스로 중화민족의 대표로 미화하려는 적나라한 표현의 시도다.

    이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국가 안전이 곧 인민의 안전”이라는 논리적 오류를 지적해야 한다. 그것은 중국공산당 관료와 지배계급의 이익일 뿐이며, 인민의 필요에는 맞지 않는다. 인민의 행복한 삶은 중국공산당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것으로는 이행될 수 없다. 특히 권위주의적 통치와 극단적인 불평등이 존재하는 중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셋째, 대륙의 운동 역량과 연대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홍콩 민중운동은 ‘홍콩 민족’을 강조하면서 ‘중국’을 ‘이웃나라’ 혹은 적대적 대상으로 보는 논법을 써왔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중국공산당의 민족주의에 맞설 수 없다. 기껏해야 ‘홍콩’은 ‘중국’과 다르다거나 혹은 홍콩이 중국의 일부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홍콩에서는 국가보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만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도 하지만)

    국가안전법이 국내의 다른 민중과 민족집단에게만 적용되겠는가? 신장과 티베트의 항쟁자나 소수민족과 프롤레타리아 민중은 분리주의, 테러리즘, 종교 극단주의라는 오명을 받을 만할까? ‘709안’으로 붙잡힌 인권변호사, 산재 농민공들을 위해 그들의 억울함을 호소했던 풀뿌리 언론인 웨이즈리(危志立), 성폭력에 맞서고 여성들의 평등한 권리를 위해 행동한 <페미니스트의 소리 女权之声>, 제이식 투쟁에서 노조 조직을 시도했던 노동자들과 그들에 연대했던 대학생들, 이들은 모두 ‘사회질서 및 국가안전 혼란(扰乱社会秩序和国家安全)’과 ‘분규조장(寻衅滋事)’, 그리고 ‘국가정권 전복(颠覆国家政权)’ 등의 죄명으로 구금 당하거나 실종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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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주의는 현상 유지를 위해 중국공산당이 활용하는 구실일 뿐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홍콩인이라고 부르든, 중국인이라고 부르든 상관없다. 중국공산당의 막대한 권력에 맞서 홍콩은 혼자 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렛대나 자원이 없다. 우리가 독립을 추구한다면, 우리는 단순히 베이징을 워싱턴으로 대체하게 될지도 모른다. 홍콩의 재벌 자본가들은 그들의 새로운 통치자들과 계속 공모할 것이고, 홍콩을 그들만의 사적인 돈벌이의 안식처로 취급하고, 오랜 사회 문제와 정치적 적대감을 일축해버릴 것이다.

    홍콩이 국가로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거나, 한 황제를 다른 황제로 교환하는 것이 새로운 지평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국가 안보’라는 미명 하에 억압 당하고 있는 대륙 내의 인민들과 단결해야 한다. 각각의 권리를 옹호하고 개혁을 추진하는 운동들은 실제 행동으로서 홍콩 민중운동이 중국공산당을 인민의 권익대표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나아가 이와 같은 연대 구축을 통해 역량을 쌓아, 중국공산당의 통치와 당대 중국의 관료자본주의의 발전과 운영에 맞서 싸울 수 있다.

    이에 우리는 홍콩 민중운동 내의 여러 그룹과 단체, 개인들에게 이 글에서 제안된 반란의 경로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줄 것을 제안한다. 상호간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고, 우리의 집단적 힘을 구축하기 위해 단결하고, 홍콩의 민주주의 해방을 위해 함께 인내하며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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