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중심의 뉴딜 정책
탈고용, 일자리 양극화·유연화 우려
“박근혜 창조경제·이명박 녹색성장과 뭐가 다른가”
    2020년 05월 28일 11: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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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정책으로 디지털 중심의 ‘한국판 뉴딜’ 정책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 위기의 교훈을 담고 있지 않다”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나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와 방향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28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떤 뉴딜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서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산업에 투자하는 전형적인 산업정책”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전면화가 중장기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심대한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해 주의 깊은 검토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전환의 전면화는 중장기적으로 노동조건과 고용을 둘러싼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한국판 뉴딜 계획이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에 그치는 것이 아니려면 노동체제 및 복지체제의 재구조화에 대해 정부 스스로 문제를 환기하고 나름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는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의 주최로 열렸다.

사진=노동과세계

디지털 전환 중심의 한국판 뉴딜
“일자리 늘어난다는 근거 충분치 않아…‘탈고용 흐름’ 우려”

한국판 뉴딜 정책은 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한 산업육성을 골자로 한다. 나 교수는 디지털 전환이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없애는 것은 물론 일자리의 양극화, 유연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하며 일자리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국가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지적과 달리 정부는 한국판 뉴딜정책의 가장 큰 목표로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고 있다.

나 교수는 “디지털 전환의 일자리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일자리의 소멸을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판 뉴딜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도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 초기에는 데이터의 수집과 입력을 위한 노동 수요가 단기간에 집중되므로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날 수 있는데, 이 초기 단계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염두에 뒀다면 한국판 뉴딜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대책”이라며 “실제로 초기 단계를 벗어나면 전문인력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커지며 디지털 미숙련 노동은 일자리에서 밀려나면서 ‘탈고용’의 흐름이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금을 중심으로 한 양극화에 관해선 “문제는 이와 같은 노동계급 내의 격차 확대는 연대의 기반을 잠식한다는 점”이라며 “특히 한국 노동시장은 기업 규모와 고용 형태에 따라 복합적으로 분절된 양상을 띠고 있어 향후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수 있는 양극화는 현재의 분절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나 교수는 일자리의 양뿐만 아니라 일자리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디지털 전환의 전면화를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에서는 노동 과정과 작업 환경의 통제에 관한 새로운 노동 규범을 재정립하려는 작업을 적어도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며 ”이미 늦은 감은 있지만,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고노동자 사각지대 방치한 상태서 플랫폼 일자리만 확산

나 교수는 디지털 전환과 노동자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현 상황에 대한 방치가 플랫폼 일자리 확산을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통적인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적 보호 틀을 갖추지 못한 틈새를 자본이 먼저 파고들면서 디지털 기술과 접목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해왔다”며 “특고노동자 보호는 여전히 제도화하지 못하면서 정부는 속도를 낸 디지털 전환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주려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창출하려는 민간 일자리 가운데 적지 않은 부분이 표준적 고용관계에서 벗어난 플랫폼 일자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며 지적했다.

앞서 정부와 국회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고용보험법을 개정하면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을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인 셈이다.

나 교수는 “21대 국회라고 사업자들과 보수야당이 달라질 리 없는데, 몇 년을 기다린 결과로 이 땅 수많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을 시작해야 한다”며 “한국판 뉴딜이 발표되고 이후 논의되는 과정을 보면서 필자는 결과적으로 이 새로운 사업의 열매도 재벌기업에 돌아가고 말 것이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경쟁력과 연구 기반을 갖춘 대기업 중심이 되면 국가의 역할은 다시 재정자금을 재벌기업에 나눠주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며 “그렇게 하라고 시민들이 지난 총선에서 여당에 표를 몰아준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국판 뉴딜, 사람 중심의 경제구조 전환 계획 담아야”

나 교수는 한국판 뉴딜 정책에 디지털 전환이라는 기술 변화를 노동 존중, 포용 성장의 국정철학과 결합하는 대안적 국가적 고용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디지털 전환 정책이 노동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한국판 뉴딜의 바람직한 방향은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하여 한국경제를 사람 중심의 경제구조로 적극적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담아내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코딩 일자리를 늘리는 데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이 한국경제에, 그리고 한국 노동시장에 미칠 중장기적인 효과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변화로 인한 위험에 대해선 정부가 어떠한 진지한 논의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막대한 역량을 쏟아 부어 추진하는 정책에 ‘노동’이 배제됐다는 뜻이다.

나 교수는 “포용 국가의 정부라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려는 과정에서 일자리의 질과 노동조건의 개선을 어떻게 담보할지 제시하거나 적어도 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틀과 의제를 제시했어야 한다”며 “그러나 노동 현장의 변화와 실업의 위협으로부터 노동을 보호하는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한국판 뉴딜, 박근혜의 창조경제·이명박의 녹색성장과 뭐가 다른가”

나 교수는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내용 자체를 보완해야 한다”며 “한국판 뉴딜이 기존 혁신성장이나 과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새로 포장해 내놓은 것에 불과하고,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실제로도 4대강 정비 사업은 한때 한국판 뉴딜이었다. 창조경제도 스마트 뉴딜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목표였다. 그 모든 뉴딜의 주인공은 언제나 관료와 자본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한국판 뉴딜이 그것들과 다르려면 코로나19로 재발견된 공공성의 가치를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실현하려는 방향성이 확인돼야 한다”며 “디지털 산업 육성에 국한되지 않는 사회개혁으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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