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의 영웅이라 불렸던 의료진들
    “우리는 원격의료를 원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원격의료 추진, 삼성보고서 성실 이행?
        2020년 05월 27일 09: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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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코로나19를 빌미로 ‘원격의료’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의 의료 영리화 규제완화 정책들이 삼성의 미래전략보고서인 ‘보건의료산업 선진화방안 보고서’ 내용과 흡사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벌 대기업의 숙원과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재난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는 2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가 삼성이 정리한 원격의료 산업의 주요한 구성 부분들을 사실상 완성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유하라

    삼성보고서 ‘원격의료는 신산업 선점 기회’
    정부, 한시적 비대면 진료 해놓고 원격의료 극찬
    경제정책에 담긴 비대면 진료…산업적 접근으로 의료비 폭등에 건보 붕괴 우려까지

    삼성의 보건의료산업 선진화방안 보고서에는 ‘원격의료 산업 구성’, ‘측정기기(혈당·혈압·체성분·심박), 측정데이터 관리 및 전송 시스템, 의료정보DB, 상담·처방, 보험’, ‘개인화된 건강관리 서비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측정기기’, ‘측정데이터 관리 및 전송 시스템, 의료정보DB’에 관한 내용은 이미 법이 통과된 상태다. 지난해 체외진단기기의 임상시험 승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고도 시장진입을 가능케 했고, 개인정보보호법과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선 가명처리한 개인 의료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민간 기업에 제공하도록 했다.

    원격의료는 ‘비대면 의료’라는 이름으로, 조만간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인 ‘한국판 뉴딜’의 한 축으로 담길 전망이다. 이처럼 원격의료가 ‘경제정책’에 포함된 것은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보단, 의료산업화를 목적으로 추진된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삼성의 보고서에 원격의료와 핵심적으로 관련되는 분야는 ‘신산업 기회 선점’이지 질병 극복이 아니다. 질병 극복은 아예 연관 분야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삼성 보고서를 이행하는 것 자체보단, 의료를 산업적으로 접근했을 때 압도적 다수의 국민들이 겪어야 할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2014년 보건복지부는 만성질환자 585만 명에 원격의료를 도입할 경우 필요한 장비에만 최대 20조원 이상 지출이 예상된다고 추정했다. 원격의료를 위한 장비를 이용한 병원과 보험회사 서비스 비용까지 더하면 의료기기, IT기업, 대형병원, 민간보험사는 호재를 맞겠지만 일반 국민들은 의료비 폭등을 경험해야 한다. 여기에 민감한 개인의 질병정보가 공유되는 데에 따른 직·간접 피해 사례도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온갖 부작용을 감당한다고 해서 의료의 질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원격의료는 오진 비율 등이 높아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보건의료계의 견해다. 역대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하며 시범사업, 만족도 조사를 벌였지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적은 없다. 문재인 정부 역시 코라나19 사태 동안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해놓고 ‘의료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늘어놓으며 원격의료 추진을 정당화하고 있다.

    유재길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보수정부에서 줄기차게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동안 지금 청와대 인사들, 민주당의 국회의원들과 함께 싸워 원격의료를 막아왔다. 그런데 이 정부가 똑같이 원격의료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다”며 “원격의료가 활성화되면 의료비 폭등과 의료양극화를 불러와 결국은 건강보험 붕괴까지 이어질 것이 뻔해 십수년 간 막아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희 의료연대본부 본부장도 “민주당은 야당 시절에 원격의료가 재벌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제도라며 국민들에게 원격의료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근혜 정부가 하면 원격의료이고, 문재인 정부가 하면 비대면 진료인가”라며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이 코로나19로 두려움에 떠는 심리를 이용해 원격의료를 추진하며 재벌과 자본의 민원 수리하는 역할을 한다면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의 영웅으로 불렸던 의료진들
    “우리는 원격의료를 원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현장에서 뛰었던 의료진들은 인력 부족으로 간호사 1명당 스무 명이 넘는 확진자를 돌보고, 일부 환자들의 폭언과 폭행까지 온전히 감당해왔다. 그렇게 헌신해온 의료진들은 의료인력 확충이 아닌 원격의료를 추진한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보건의료계는 포스트 코로나 정책으로 공공의료 기간과 의료인력 확충 등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기도 전에 원격의료 추진을 본격화하면서도, 정작 의료진들의 요구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한 우리나라 의료진들을 영웅이라고 하는데, 그 의료진들이 원격의료를 원하고 있나. 의료진들은 원격의료가 아니라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 인력 확충, 감염병에 대한 방역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길 원하고 있다”며 “원격의료를 요구하는 것은 재벌 대기업밖에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현정희 의료연대본부 본부장도 “대구에서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때 간호사들을 향해 영웅, 전사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영웅도, 전사도 아니다. 울면서 일했던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라며 “4주간 외부 의료진이 떠난 후에도 그들은 확진자들을 계속 돌봤다. 그럼에도 정부는 거점병원 의료진들을 위한 공공의료 정책은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현 본부장은 “민간보험회사 소원수리하는 원격의료 추진 중단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 의료진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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