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를 위한 복지시설인지···
    후원금·기부금 유용, 공사비 부풀리기 등
    '나눔의 집' 내부제보자 "할머니들과 성금 보낸 이들에 대한 기만"
        2020년 05월 22일 12: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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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지내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의 사회복지법인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이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월 수억원 대의 기부금을 할머니들에게 사용하지 않고 공사비와 인건비 부풀리기 등의 방법을 동원해 빼돌렸다는 것이다. 앞서 나눔의집 법인 이사진이 할머니들 사후에 후원금으로 ‘호텔식 요양원’ 건설을 계획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대월 나눔의집 학예실장은 2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나눔의 집이) 할머니한테 온당치 않은 대우를 한다는 점, 이는 할머니들을 위해 성금을 보낸 이들에 대한 기만이라는 점에서 내부 고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 사람들(나눔의집 운영진)이 할머니를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본다고 느꼈다. (할머니들이) 크게 불만도 없어야 하고 민원을 제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고도 했다.

    김 실장은 “작년 기준 한 달에 거의 2억씩 (후원금이) 들어온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후원한다. 배지 만들어 팔아서 수익금을 기부했다”며 “후원 문의 전화가 오면 저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받는다. 할머니를 위해 후원금을 쓰지 않으니 후원을 안 하기를 바란 거다. 너무 죄짓는 기분이었고 힘들었다. 직원들이 뭉쳐서 공익제보를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다만 “나눔의 집 문제로 위안부 운동 전체를 폄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눔의 집 이사진과 운영진이 나빠서 벌어진 문제”라며 “20년 동안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을 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가 특별사법경찰관들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나눔의 집 의혹에 관한 진상 조사에 나선 결과, 출근도 하지 않는 스님에게 2015년부터 4년 동안 급여 약 53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눔의집 법인 대표이사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후원금으로 자신의 건강보험료 735만6000원을 납부해왔다.

    나눔의 집 전경. 방송화면 캡처

    특정업체에 사업 몰아주기…공사비·인건비 부풀리기

    김대월 실장은 나눔의집 법인이 특정업체에 공사를 몰아주고 공사비와 공사를 위해 고용한 인력의 인건비를 부풀리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건설을 할 수 있는 면허증이 없는 특정업체가 나눔의 집 공사를 전부한다. 그 업체가 면허가 있는 업체한테 하청을 주는 방식이다. 공사비가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도 나눔의 집 도로포장공사, 영상관, 생활관 증축까지 모두 그 업체가 했다”며 “전시도 그 업체가 맡아 운영했는데 전시물품을 보니 견적서와 달리 가격이 부풀려 있었다. 1만원짜리 전시물품인데 견적서에는 5만원으로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사 인력 부풀리기도 있었다. 그는 “한 명이 와서 일하는데 4명이 와서 일하는 걸로 인건비가 청구가 돼 있었다. (공사업체와 계약을 맺은) 나눔의 집 사무국장한테 ‘(업체를) 불러서 과청구됐으니 시정을 요구해라’고 했더니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다’고 두둔을 했다”고 말했다.

    인건비·기부금 가로채기…사무국장 서랍에서 다량의 외화와 현금 나와
    이사진이 새로 채용한 직원들, CCTV 가리고 업무 중

    직원들이 시에서 받은 임금의 일부를 떼어 낸 기부금도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실장은 “나눔의 집에서 근무하던 일본인이 주 2~3일 정도 근무를 했는데 급여는 시청에 (요양시설 직원으로) 등록을 하니까 주 5일치가 나왔다. 그 일본인이 ‘100만원만 받고 나머지는 나눔의 집에 기부하겠다’고 했는데 그 사무국장이 ‘자기 계좌로 그 돈을 보내라’고 해서 한 3~4년간 그 돈을 받았다”며 “일본인 선생님한테 급여 계좌를 받았고 사무국장이 일부 보낸 자료를 취합해봤는데 일부는 역사관에 돌려놓았지만 (전액을) 제대로 돌려놓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가 사무국장에게 그 문제를 제시하니 그날로 잠적했다. 그게 작년 8월의 일”이라며 “그때 그 사무국장이 (나눔의 집의 모든 공사를 하는) 업체 대표와 해외여행을 갔다 왔다고 자기가 시인을 했다”고 밝혔다.

    후원금을 시설 계좌가 아닌 법인 계좌로 받은 것이 문제가 된 바 있다. 특히 나눔의 집은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으로 할머니들의 병원비, 간병비, 옷 등을 구입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법인 대표이사의 책 구입 명목으로 후원금 100만원이 사용됐다.

    김 실장은 사무국장의 책상 서랍에서 2000~3000만원 가량의 외화와 현금이 나왔다고 증언했다. 현금으로 들어온 후원금을 개인이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사무국장 서랍엔) 2014년에 후원해 준 외화도 나왔다. 봉투에 어떤 분이 후원했는지, 연도 등이 써있었다. 봉투를 뜯지도 않고 넣어놨더라”며 “시설에는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 현금으로 들어온 후원금에 대한 ‘장부가 어디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20년 동안 장부를 만들어놓지 않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법인이 후원금 유용 문제에 관한 자료를 은폐하는 작업들이 이뤄지고 있다고도 했다. 김 실장은 “문제가 되는 서류들이 사무국장 방에서 많이 나왔는데, 이사진에서 한 달 전에 (직원) 두 명을 채용해 그 방의 가구, 책상 위치를 다 바꿔놓고 (그 방에서) 혼자 근무하고 있다. CCTV는 종이로 가려놓았다”고 했다.

    증축 공사한다며 할머니 짐들 주차장으로
    장마철에 홀딱 젖어버려…할머니, 호텔식 요양원 소식에 ‘눈물’

    김 실장은 시설 증축공사 과정에서 내부고발을 결심하게 됐다. 그는 “공사를 하려면 할머니 방에 있는 물건들을 다 밖으로 빼야 해서 제가 계속 항의를 했다. 할머니 방은 역사적으로 주요한 가치가 있으니 공사를 하더라도 방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며 “결국 할머니 방 천장에 비닐을 씌워서 할머니 물건이 훼손되지 않게 해 놓고 공사를 하기로 했는데, 그다음 날 저 몰래 운영진이 방을 다 치워버렸다”고 했다.

    이어 “문제는 치우고 나서 바로 공사가 됐으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그 치운 상태에서 두세 달이 흘렀고 장마철에 비닐 하나 씌운 그 물건들을 다 야외 주차장에 빼버렸다. 너무 화가 나서 그다음 날 컨테이너를 부르려고 했는데 그날 밤에 비가 와서 물건이 다 젖어버렸다”고 전했다.

    나눔의 집엔 할머니 여섯 분이 지내고 있다. 대부분 나눔의 집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진 못하고 있지만 일부 할머니 중엔 후원금으로 호텔식 요양원을 짓는다는 소식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김 실장은 “나눔의 집엔 중국에서 계시다가 해방 후에 돌아오신 비율이 절반 정도다. 중국에서 힘들게 사셨기 때문에 삼시세끼 밥 주고 여름에 안 덥고 겨울에 안 추운 것만으로도 행복한 분들이다. 그래서 할머니들은 ‘후원금을 왜 나한테 쓰지 않느냐?’ 이런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할머님들이 워낙 고령이라 인지가 명확한 분이 두 분밖에 없다. 지금 상태에 대해서는 한 분만 알고 있다”며 “(그 할머니가) ‘나눔의 집에 요양시설을 지으면 되겠냐’, ‘이 역사를 그대로 남겨야지’, ‘나 죽어도 내 방 그대로 남겨두고 나눔의 집도 그대로 남겨놔라’ 하셨다. 우시기도 하셨다”고 전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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