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불법단체냐" vs "행정대집행 철회 안해"
        2006년 09월 18일 06: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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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자치부가 오는 22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무실 폐쇄와 관련,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가운데 행자부 이용섭 장관과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양측은 전공노에 대한 확연한 입장 차이를 확인했을 뿐 논의의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단병호, 이영순 의원과 이해삼 최고위원은 행정자치부 이용섭 장관과 18일 국회 민주노동당 의정지원단 회의실에서 전공노 사태와 관련 면담을 가졌다. 당초 민주노동당 측에서 이 장관에 항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날 국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열려 행자위 직후 국회에서 면담이 진행된 것이다.

       
    ▲ 이용섭 행자부 장관(오른쪽)이 민주노동당 이영순, 권영길, 단병호 의원, 이해삼 최고위원과 면담을 갖고 있다.
     

    먼저 말문을 연 이용섭 장관은 “이제 시대가 완전히 바뀌었고 공권력의 반대편에서 소리 지르는 것이 선이라는 시대는 가버렸다”며 “지난해 시기상조라는 분위기 속에서도 국회에서 공무원노조법을 만든 것은 합법적인 틀로 들어와 부족한 것을 보완해 달라는 흐름이고 이 시대 가치”라면서 전공노의 합법노조 전환을 주장했다.

    또한 이 장관은 보수적인 국회와 언론 현실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오전 내내 (행자위에서) 의원들한테 공무원노조법을 만들 때 이 법에 의해 노조활동을 하려고 만든 것이지 법외에서 공무원 노조 활동 바라고 만든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지난 8개월간 공고하고 기준 제시하고 그런 과정에서 경남에서 (김태호 도지사가) 치고 나온 거고 그 뒤 (언론의) 논조를 보면 정부는 뭐하고 있냐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병호 의원은 행자부의 전공노에 대한 인식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단 의원은 “이미 공무원을 노동자로 규정해놓고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는 부차적인 것이고 국가와 공리에 대한 복무만 강조하는 문제 인식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행자부가 전공노를 불법단체로 규정한 것에 대해 “20년 전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노협을 만들 때도 허가제에서 불법단체라고 하지 않았다”며 “신고제에서 노조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불법단체라는 것은 역사를 20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권영길 의원도 불법단체 규정을 문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남재희 노동부 장관 때 민주노총 전신인 전노협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정리한 게 ‘법외노조’”라면서 “정부가 정책적 기준에 따라 전공노를 불법노조라고 공식적으로 규정한 것인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반면 이용섭 장관은 “이미 공무원노조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공노를 임의단체로 볼 수 없다”며 불법단체 입장을 견지했다. 이 장관은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법 해석을 하면 불법단체인지, 임의단체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에 이해삼 최고위원은 “법률적인 검증도 없이 불법단체라고 규정하고 전공노 사무실 폐쇄를 지시한 것이냐”고 따져 묻고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공청회 등을 거친 뒤 행정대집행을 해도 늦지 않다”며 전공노 사무실에 대한 전국적인 폐쇄 지침 취소를 촉구했다. 나아가 이해삼 최고위원은 “전공노 사무실은 전임 지자체 기관장들과 합의해 설치한 것”이라며 행자부의 사무실 폐쇄 지침을 비난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이미 행자부에서는 불법이라는 입장”이라고 확인한 후, “행정의 일관성에서 22일 나간 공문을 장관이 철회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나아가 이 장관은 “공무원노조법에 문제가 있다면 전공노가 합법노조로 들어와 협상테이블에서 고치고 국회에 들어온 민주노동당도 같이 고치면 될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단병호 의원은 “법대로만 하자 하면 이 문제 해결에 답이 없다”며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우리 시대 정신을 담아냈는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했는지는 법이 만들어진 결과와는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노협이 초기 탄압을 받았지만 해산되지 않았고 오히려 민주노총으로 커졌다”며 “사회 갈등은 갈등대로 증폭시키고 노조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역사적 경험인데 똑같은 역사적 경험을 또다시 공무원 노조에서 반복하기보다 현실적으로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지혜로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길 의원도 “사무실 폐쇄, 구속으로 전공노의 활동이 정지되겠냐”며 “김태호 경남도지사를 조만간 만나 이야기하겠지만 부단 경남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현실적 바탕에서 운영의 묘를 기해서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고 풀어갔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용섭 장관은 오히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용단을 내리면 어떻겠냐”며 “전공노가 신고서 한 장 쓰고 (합법노조로) 들어오면 행자부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고 전공노 소속의 절대 다수는 박수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이해삼 최고위원은 “공무원 노조가 판단할 일”이라며 “노조 설립을 인정했으면 합법적 테두리에 들어가든, 말든 주체들이 판단할 몫”이라고 못 박았다.

    권영길 의원은 “논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사태의 악화를 방지하는 것은 정부 본연의 임무이고 민주노동당은 정부와 공무원노조간 대화 통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중재했다. 이영순 의원도 “정부가 공무원법외 노조는 불법이고 사회 불안세력이라는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원만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무조건 몰아세우기보다 공무원노조가 올바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단병호 의원 역시 “상대를 부정하면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 방법이 없고 힘에 의한 논리로서 모든 게 규정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시점에서 사무실 폐쇄는 상대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라고 행정대집행과 관련 유연한 대응을 촉구했다. 또한 “전공노는 가능한 빨리 (합법노조로) 들어오도록 노력하고 정부는 논의틀을 공식화시켜 핵심적인 논의를 해보자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끝내 “국회의 다수가 공무원노조법 틀 속에서 하자고 한 것이고 교섭의 대상으로 공무원 노조를 통하지 않고는 협상 교섭력을 인정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이 (면담) 자리 밖에만 나가도 반대의 목소리가 훨씬 더 많이 쏟아진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권영길 의원은 마지막으로 “정부, 민주노동당, 노조가 각자 안을 갖고 3자 협상의 자리를 다시 마련할 것”을 제안했고 이 장관도 수용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줄곧 평행선을 달린 이날 면담에서도 드러났듯이 전공노 사태 해결은 결코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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