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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이견 사라진 정의당
    [김정진 인터뷰②] 민주노동당의 '과거'와 정의당의 '미래'를 생각한다
        2020년 05월 22일 11: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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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진 인터뷰①] “야전사령관” 리더십이 절실한 이유를 말하다

    4부.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명부 작성의 문제점,

    그 역사적 기원은 2003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터뷰 링크

    (민주노동당 정책국장으로 일하던 김정진. 가운데 뒷줄 타원 속 )

    김정진: MBC 한학수 피디나,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가 밝히는데 기여를 했고, 민주노동당 쪽에서 한재각 동지가 연구윤리 문제제기를 했고, 그건 맞아 죽더라도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봐요.

    아니, 왜 매혈을 금지합니까? 없는 사람 피 팔아가지고, 건강이 더 안 좋아지고, 계속 피를 팔게 하면 더 노동을 할 수 없고, 더 가난해지고, 폐인이 되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그걸 지금 법에서 금지하는 거 아닙니까. 헌혈 기부만 되지, 매혈(돈 받고 파는 것)은 안되는 거잖습니까? 그게 똑같은 취지거든요. 그거를 당연히 지적을 해야 하는 거죠.

    그 (황우석 줄기세포) 연구윤리 문제에 대해서. 근데 여론이 안 좋다고 그거를 포기하고 무슨 진보적인 척한다는 거 자체가, 위선이고 기만이죠. 그러니까 저는 오히려 제가 저도 뭐 그 정도까지 제가 확신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자리 (기자회견)에 하도 갈 사람이 없어서 제가 그냥 간 거였거든요. 그때가 영광이다,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일보다, 진실과 진보의 가치를 지키는데 기여를 했다고 생각을 해요.

    원시: 아주 중요한 사회적 시기였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당시 지도부가 굉장히 소극적인 게 지금 2004년 의원 10석이 생긴 이후에 일이죠?

    김정진: 그 이후 일이고, 2004년 그게 무슨 큰 기점이 아니고, 이런 것들이 다 연속해있었던 것 같아요. 연속해 있었고, 사실 모든 게 다 초기부터, 그 모든 모순, 문제가 잉태되어 있었던 거죠.

    그때가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황금시기인 양 이야기를 하신 분들이 일부 있어요. 저희 같이 활동했던 분들 중에는. 그런데 저는 거기에 대해서는 입장이, 견해가 다릅니다. 어떻게 문제가 갑자기 생기겠어요? 모순구조와 갈등구조가 있던 것이 불거진 거지요.

    원시: 방금 전 이야기하는 것 중에서 상당히 이제, 저 같은 경우는 실천적으로 관심이 있었지만, 진보정당, 민주노동당 그 연구대상이기도 해서 굉장히 주의 깊게 자료도 많이 읽고, 그랬던 거 같은데요. 당시에 보면, 민주노동당 당내 비례대표 선거를 2003년 말부터 했었죠? 근데 방금 말한 거, 구체적으로 좀 사례가 될 것 같아요.

    그 민주노동당에 2007년~2008년 분열 과정에서 지금까지, 어떤 리더십의 문제, 당내 민주주의 문제 또는 그 리버럴 민주당이나 보수당과 어떤 질적인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이제 그 이유를 찾아보면 그것들 중에 여러가지 원인들이 있을텐데, 2003년에도 저는 좀 찾아볼 수 있다고 봐요. 그 비례대표 선거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평가하시는데 모르겠는데 지금도 마찬가진데요, 2020년 그 정의당 당내 선거에서도 그런데, 그 선거 방침이 독일식 지역 비례 혼합형, 연동형 비례대표제 채택을 지향하고 있잖아요? 근데 당내 비례대표 그 투표하는 과정을 보면은 전혀 그런 정신을 살리지 않아요. 이상하게 투표하는 방식이.

    김정진: 지금과 계속해서 연결되는 논점인데, 아니 당내에서 비례대표투표 방식을 못하면서, 대 사회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하는 게 사실 저는 예전부터 설득력이 없다고 봤거든요.

    원시: 자기 모순이죠?

    김정진: 예. 그러면 그런 지도부나 구성하는 방법이 없냐? 아니 있어요. 저희가 연구했던 브라질 노동당 (빼떼 PT)사례도 있고, 정파명부제 같은 게 있고. 특히 민주노동당은 그거를 실시하는 게 차라리 그것을 실시했더라면, 당이 안 깨졌을 겁니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근데 기본적으로 자신이 어떤 정파라는 것을 드러내놓고, 활동하는 것을, 대단히 꺼려하는 그런 분위기가 아주 강했던 거 같아요.

    특히 지금은 갈라진 자주파 같은 분들이 자기들이 하나의 정파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 대단히 싫어하는, 그러면서 정파로서는 하나의 블록으로서 당내에서 상당히 밀도있게 활동하면서도 그런 게 큰 영향을 미쳤죠.

    그러니까 연동형 비례대표제, 설득력이 없어요. 당내에서도 비례적으로 운영을 못 하고 모든 권한을 당대표에게 몰아놓고, 어떻게 그 다당제, 권력을 나누는 건데, 그런 제도를 대 사회적으로 설득하라고 하겠어요? 그 부분이 가장 지금도 큰 모순이라고 봐요. 정의당에서 진지한 고민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원시: 아직 (정의당 내부모순을) 비례대표 이거를 지금 사람들이 언론에도 그렇고, 당원들도 그렇고요, 굉장히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 거 같아요.

    왜 그러냐면요 , 정의당을 비판하기 전에, 다른 민주당이나 다른 보수당 있잖아요, 그들과 비교해서 정의당이 그나마 형식적으로 투표를 하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그 다른 정당은 또 그것도 제대로 안 했으니까.

    김정진: 우리나라는 아직도 ‘공천’이라는 말이 법에 있으니까요. 다른 나라는 이게 사실은 한국의 정당 후보자 산출방식은 이 전략공천, 지금도 말도 안되는, 그 정말 부끄러운,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대표’라고 쓰지, 공천이라고 하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거죠.

    (오스트랄리아, 선호 투표 제도 방식, 유권자가 가장 선호하는 후보는 1번부터 최대 4번까지 기입할 수 있다. 김정진 국장이 선호투표제를 2003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제도 선거방식으로 제안했었다)

    원시: 구체적인 방식에서요, 이번에 정의당 비례대표, 저는 2004년부터 2003년 민주노동당 당내 비례대표 명부를 만드는 거 보면서 김정진 정책 부장님이 당시 느꼈던 것과 결이 같은지는 모르겠는데, 위기가 올 거라고 좀 그때도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근데 이제 정당명부를 만들 때, 아 이거는 개방을 좀 할 필요가 있겠구나. 구체적으로 결정할 때, 당원투표 50% 그 다음에 공신력있는 정책위원회 있잖아요, 그 다음, 선거 시민단도 포함을 해야 된다라고 봤어요. 당내 당원투표만 하는 것은 오히려 더 문제가 많았다. 과거 사례 볼 때.

    그리고 투표하는 방식도 선호 투표제를 하는게, 총점제를 분야별로, 주제별로 20개에서 30개 넘을 거잖아요 그 비례대표 주제별로. 그러면 자기가 선출 할 수 있는 사람을 당내 행사니까 30명이 다 마음에 들면, 30명도 찍고, 그 다음에 한 명만 찍고 이런 방식으로 해야 되는데 1인 1표, 1인 2표, 1인 3표 이런 것도 비례대표 명부 만드는 정신을 구현하지 못한다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한 가지씩 한번 좀 짚어서 토론 한번 해 볼까요?

    김정진: 투표 제도라는 것은 다 명암이 있죠. 민주노동당 2004년도 룰을 정할 때 1인2표제 했죠. 명부를 일반명부 여성용으로 나누고, 1인 2표씩 주는 걸로 했는데 근데 이제 그때는 아마 그런 고려가 제일 컸던 거 같아요. 대략 한 4번, 5번까지 당선되지 않겠느냐, 2002년 지방선거 때 8% 나왔기 때문에, 4번~ 5번까지 되지 않겠느냐, 그래서 당내 모든 세력들이 그 정도로 합의를 했던 거고, 1인 다표를 주자는 안도 있었고, 사실 제가 그 안을 만들어서 올렸던 건데, 선호투표제 안도 있었어요. 그게 조금 복잡해보여도 합리적이거든요.

    원시: OMR카드 쓰면 아주 쉽잖아요?

    김정진: 당연하죠. 어려울 것도 없죠. 다 인터넷으로 투표하는데.

    원시: 그러니까요. 그 때 저랑 대화를 안 나눠도 생각이 똑같었군요?

    김정진: 만약에 사실은 대표 명부를 저희도 검토를 해 봤는데, 독일 사민당, 이런 경우는 그걸 일일이 어떻게 다 투표를 하겠어요? 뭐 다 (의원) 수도 많은데, 다 오랫동안 당내 민주주의도 그렇고, 정당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있으니까, 당에서 명부를 작성해서, 당 지도부가 대의원대회를 통과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는 모양입니다. 독일 사민당 같은 경우는 그렇고요.

    만약 당대회에서 부결시키면, 당지도부에 대한 불신임이고. 당대표에 대한 불신임이고,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독일 사민당처럼 할 수 없으니까, 당원 투표를 할 수 밖에 없는데, 투표를 한다면, 사실은 제일 합리적인 것은 선호투표죠.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제 당시에는 그런 제안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거고.

    그 후에, 정의당은 왜 1인 1표가 되었냐면, 상대적 다수파가 1인 3표, 4표를 가지고 상대적 다수파가 거의 60~70% 이상을 가져가 버리는 상황이 돼 버리니까.이제 소선구제 비슷한거죠. 아마 그것을 막기 위해서, 정의당은 초기부터 1인 1표로 룰이 굳어진 것 같아요.

    만약에 비례 당선자가 얼마 몇 명이 당선되는 사람이, 얼마 안 될 것으로 예상하면, 그 제도도 가능하죠. 그런데, 더 많이 당선될 것이라고 예상이 되면, 사실 1인 1표제는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5부. 2020 총선, 정의당 전략적 패배 원인은 무엇인가?

    비례대표경선 문제점. 심상정 대표체제의 구조적 문제점.
    토론과 이견이 실종된 정의당, 이제 바꿔야 산다. 집단지도체제가 필요하다.

    김정진: 투표방식도 문제지만, 기본적으로 정의당 비례대표경선은 기본 관점이 되게 잘못됐던 거 같아요. 정당이 정치 기획사가 아니거든요.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명부작성 정책토론회. 준비 소홀과 내용부족으로 유권자들에게 주목받지 못했다. 정책평가단에서 1위로 뽑힌 강상구의 경우는 후순위에 배정되는 등, 절차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원시: 그 말씀은 어떤 말씀인가요?

    김정진: 콘테스트 (노래자랑 같은 대회를 말하는 것 같음) 하는 데가 아니거든요.

    여기 진보정당이라면, 가치, 계급 계층의 이념 노선을 대변해야 하는데, 그것을 대변할 사람들을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기획을 가지고, 선거제도나 후보 선출을 접근했어야 하는데, 이것은 무슨 정치기획사처럼, 사람 붐업(boom up)시켜가지고 인기 투표하듯이 되어 버렸다는 겁니다. 물론 투표라는 게, 표를 더 많이 가져가는 사람이 당선되지만요. 진보적 가치를 부여하는 정당에서….. 정의당에서 하는 기본 콘셉은 정치기획사거든요. 이번 선거 자체가.

    원시: 당이 전략적이랄지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부분들은 안하고, 기후정의와 사회불평등 두 가지 가장 큰 슬로건으로 내놓고는, 만약에 진짜 거기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비례대표 1번, 2번을 그렇게 배치했어야죠. 그런 부분들도 안 맞고요.

    제가 관심있게 봤던 부분은, 정책평가단 내용들이 굉장히 중요한데, (정책평가단) 부분에서는 그 점수 (배당)도 0점으로 처리했더라고요. 그 문제와, 시민평가단, 개별후보가 모으면 안되고, 당에서 해야죠. 당이 아니라, 후보 개인이 정의당 간판을 이용해서 국회의원이 되는 과정으로 되어버렸습니다.

    김정진: 제가 세부적인 부분까지는, 당을 떠난 상태에서, 어떻게 논의해야 하는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일단 밖에서 보기에는,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평가할 부분이 또 있겠죠. 근데 이제 기본 컨셉이 이게 기탁금을….

    원시: 5천만원이었던가요?

    김정진: 이해가 안됩니다. 금권선거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걸 뭐 물론 지역후보한테 쓰겠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정의당이 기부금 입학을 찬성해야죠. 왜 기부금법 반대합니까? 없는 사람들, 기부 입학 돈 받은 걸로, 저소득층 지원하면 되죠. 말도 안됩니다. 모든 게 이율배반이고,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원시: 근데 민주노동당 때도 비례대표 기탁금이 그렇게 있었나요?

    김정진: 그니까 그거는 냈죠. 본선에서 내는 건, 본인 부담이었고, 그 외에는 없었어요. 추천만 받으면 되었어요.

    원시: 그거는 심상정 대표가 답변 해야 될 것 같은데, 2004년에 심상정 대표도 당시에 비례대표 후보였잖아요.

    김정진: 그런 부분들까지 저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안됩니다. 지금도 국회의원 선거, 일반 공직선거도 기탁금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미국에서는 1천 달러 했다가 그게 위헌 났거든요. 그 예전에,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그냥 수수료 수준이에요. 1만원 2만원 이런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후보들한테 천만원씩 받아요. 국회의원 선거를.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 처음에 헌재에서 88년 위헌했다가, 다시 시간이 지나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니까, 지금은 위헌이라고 하지 않는데, 여전히 많은 거죠.

    (*현행 기탁금은 국회의원 1,500만원, 비례후보는 500만원임)

    원시: 부끄러운 일이다 이거죠?

    김정진: 그런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죠. 제가 볼 때는 이성이 마비된 것 같아요. 지금 어떻게 진보정당에서 그런 안을 만들 수가 있어요? 이해가 안가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

    원시: 반드시 좀 짚고 넘어가야 될 필요가 있겠다 싶네요. 지금 경선 비례대표 명부 만드는 방식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기탁금 얘기가 나왔는데, 제가 깜빡 잊고 있었는데 잘 지적해주셨네요.

    이게 어떤 정당운동을 한다가 아니라, 어떤 느낌을 받았던 하면은, 이게 회사 취직할 때나 직장에 취직할 때나, 대학교 입학원서 쓸 때나, 이럴 때 개인적인 일이잖아요? 우리가 그렇게 살았잖아요. 마치 그런 거나 똑같이 보이더라고요. 이번 경선 보니까 기탁금 이렇게 내고, 이런 방식들이. 앞으로 대안은 어떠해야 할까요?

    김정진: 제가 볼 때는 비례대표 선출방식만 놓고 검토해야 할 것은 아닌 것 같고요, 당 진로나 노선, 생존가능성 여러가지로 폭넓게 놓고, 당 자체를, 정책, 인물과 노선을 혁신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도적으로는 빨리 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돼요. 사실 거의 1인 대표 체제에서 집단체제로. 현재 구조로는 다른 정치인이 클 수 있는 구조가 없어요. 당내 구조 자체가 당대표한테 모든 권한과 예산을 다 몰아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당에서 일하면서 성장할 방법이 없어요.

    이게 이제 그렇다고, 지역구에서 당선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 상황이고, (현 체제를) 집단지도 체제로 바꾸고, 비례명부는 지도부 최고위원회가 얻은 득표에 따라서, 순번을 자동 부여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원시: 그런 제안을 (저번 레디앙 편파tv에서) 한번 했었죠? 당 대표 권한을 집단체제로 바꾸자. 구체적인 상은 좀 잡히지 않는데요. 예를 들어서 예비내각 (* shadow cabinet)으로 하자는 것인가요? 아니면 어떤 구체적인 방안입니까? 이게?

    김정진: 아니 다른 당들은, DJ 김대중이나 YS 김영삼 대통령이 퇴장한 이후에, 다 그렇게 바뀌었어요. 그냥 그 당대표는 대표 최고위원 그런 비슷한 개념입니다. 최고위원들 중에 추대를 해서 대표를 뽑거나, 아니면 따로 투표를 해서, 대표를 뽑기는 하지만, 구조를 보면, 그런 구조거든요. 원내정당 대부분 그래요. 최고위원들 각자가 당무에 대해 결정하는 중요한 결정을 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합의제기관 같은 거예요. 근데 정의당은 당대표가 다 결정하게 되어 있고, 회의는 그냥 다 요식행위가 됐으니까요.

    (정의당 전국위원회 모습. 전국위원들이 정치가로서 자율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당 정책과 노선을 주체적으로 수립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원시: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습니까? 민주노동당 때도 이랬습니까?

    김정진: 제가 알기로는 진보신당 때부터 이렇게 되었고요, 그 영향으로, 통합진보당, 정의당, 지금 노동당까지 다 그렇게 당헌이 비슷하게 되어 있어요. 근데 이제 민주노동당 집단지도체제가 워낙 난장판이어서, 그 경험 때문에 단일지도체제를 만든 건데, 그게 물론 순기능도 있었죠.

    소수정당이 원내에서 살아남는데, 강력한 지도력이 있어서, 살아 남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은 , 그런 점도 있어요. 제가 보기에, 그런데 지금은 이런 식으로 구조를 만들어놓으면, 당대표 말고는 나머지 사람들은 당내에서 성장할 방법이 없는 구조예요. 그러면 어떻게 이제 존속가능한 정당이 되겠습니까? 집단지도체제로 바꾼다고 무슨 이게, 당이 다시 살아난다 이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이런 고민을 좀 해봐야 합니다. 변경할 때가 됐습니다. 지금.

    원시: 그러면요, 예시라도 조금 들어봤으면 좋겠는데요, 집단지도체제 하면 이제 뭐 대략 한 다섯 명에서 10명 사이에 최고위원을 구성합니까 ?

    김정진: 예 그렇죠. 다른 당은 다 그렇게 되어 있어요.

    원시: 다른 당이 다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하자는 것은 아닐테고, 어떤 장점이 좀 있을까요 ?

    김정진: 집단지도 체제는, 기본적으로 집단적으로 결정을 하는 거죠. 지금 정의당은 단독 대표제인데, 대표의 잘못이 시정될 시스템이 없어요. 전국위원회나 대의원대회가 있지만, 그것은 드문드문 열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당헌 당규상, 대표에 대해서 제어하거나, 또는 뭐 그 구속력있는 의견을 내거나, 이런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어요. 당내에 당직 자체가. 집단적인 의사를 모아내는 것이 집단지도체제입니다.

    원시: (한참 설명을 듣다가, 약간 의아해서) 아니, 그건 아주 그 단순한 이야기인데요,

    그게 이제 구현이 안 된다는 거예요? 이게 그러면 굉장히 심상정 대표……

    김정진 : 그럼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이게 무슨 심상정 대표 개인에 대해서 그러는 건 아니고. 조국 사태 때, 정의당이 이제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한다고 당대표가 입장을 밝혔잖아요? 워딩이 그렇게 나왔거든요. 근데 이게 만약에 정의당의 내부의 의견 분포도라던가,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최고위원회가 있으면, 위원들 중에 한 두 명은 이것은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했을 것입니다. 다른 정당들도 다 그렇잖아요?

    그 시점에서 정의당의 가장 큰 문제는, 그런 입장이 있었다는 거보다 더 문제는, 이견이 없었다는 게 더 문제예요. 그런 말도 안되는 입장이 나왔는데도, 이견이 없었다는 게 더 이상한 것이거든요. 모든 집단이나 개인이 오류를 저지를 수 있죠. 이견이 안 나오는 거죠. 이견이 나와야 정상적인 사안인데.

    원시: ……

    김정진: 그 때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견이 없었어요. 거기에 대해서. 이견을 제시한 사람이 없었어요. 이게 당의 구조와 관련이 있다. 동등한 자위에서, 이견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구조상. 당대표가 다 결정하는 거예요.

    원시: 그렇다면, 이게 평가도 안 되고 책임성도 떨어지고, 당연히 그럴 것 같은데요?

    김정진: 오류 시정이 안되는 거죠.

    원시: 오류 시정이 안되죠.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된 심상정 의원이, 총선 이후 노동자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2012년 이후 노회찬 의원과 대중정치가로서 쌍두마차 역할을 했지만, 진보정당의 장기적 토대를 마련하고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리더십은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정진 전 소장은 정의당이 야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이를 위해서 정의당은 실종된 토론과 이견 제시 문화가 부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진: 가장 중요한 건 하나의 의견으로 나간다면, 이거는 이제 전체주의 정당인거죠.

    물론 그게 너무 금도나, 또는 그 기본적인 시스템을 벗어나면 이제 혼란이 오겠지만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면서, 의견이 모아지는 과정이 중요하거든요. 그런 게 거의 없는거죠. 조국사태 같이 그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견이 안 나오는데, 뭐 그럼 어떤 상황에서 이견이 나오겠어요?

    원시: (설명을 듣다 당황해서…) 지금 하신 그 진단을 들어보니까, 20세기 현실 사회주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당의 무오류성(the infallibility of the communist party) 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비판하거든요. 사실 그러니까 현실사회주의 체제가 말만 마르크스 정신을 이어받는다고 (마르크스는 언론자유의 중요성을 역설함) 했지, 실제로는 공산당에서, 당의 무오류성이라 해서, 비민주적인 게 굉장히 많고, 특히 (당간부들) 허위 보고서 있잖아요.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근데 그런 오류인데요. 들어보니까. 이렇게 되면은.

    조국 사태 때가 제가 잘 이해가 안 가는데, 한 가지 말씀드리면, 저는 굉장히 중요한 주제라고 봤고 그 제가 볼 수 있는 자료나 관점들, 이런 것들도 그때 글을 많이 썼었는데, 기억나는데…정밀한 발표를 정밀하게 진단을 못 했던 거 같아요.

    김정진: 토론과 이견이 실종된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보기에는, 논의할 공간도 없고, 기관지도 없고, 조국 사태 때 당대표의 입장 발표가 얼마나, 부적절했고……. 저는 처음 듣고 나서 믿기지가 않았었는데 그동안 낙마시킨 문재인 정부의 장관이나 국무위원 중에 조국 100분의 1도 안 되는 사람도 낙마시켰어요. 노동부장관 조대엽씨는 무슨 잘못이예요? 조국에 비하면, 제가 보면, 아주 훌륭한 사람이에요. 근데 그렇게 대놓고,

    원시: 근데 뭘로 낙마했죠? 그 분은 뭐가 걸렸죠?

    김정진: 무능이었죠. 동희오토가 (현대자동차인데) 현대중공업 소속 아니냐 이래가지고.

    그리고 그 당시 아시겠지만 조국에 대한 찬반 여론이 조사를 막판에 나온 것을 보면요 반대가 더 많죠. 더 중요한 것은 반대 그만할 때도 중요한 게 아니라, 모르겠다가 2%밖에 안되요. 우리나라 정치조사에서 모르겠다가 2%밖에 안 되는 사안은 박근혜 물러나야 되냐, 이런 거 밖에 없어요. 다 20% 나와요. 전 국민이 의견이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이거는 어떻게 선택을 하든간에 욕을 먹게 되어 있는 사안인데, 선택 안 할 수는 없어요. 정당인데.

    근데 대통령 임명권을 존중한다고 했어요. 근데 그 말을 다시 이야기하면, 제가 이해하기로는, “국민 여러분, 저희 사실 정의당이 아니라 기회주의자거든요”라고 말하는 것이나 똑같아요. 그게. 차라리 조국을 지지하든지. 아니면 반대하든지. 이런 거예요. 이게 무슨 설득력 있겠어요?

    제가 보기는 2020년 이번 그 국회의원 선거 때 버틴 것은, 당이 30년 정도 싸우고 있어서 버틴 거지.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죠. 6411번 버스 이야기하면서, 거기 타는 사람들 정면으로 배신하는 그런 행위인데. 사실은.

    원시: 그런 사례들이, 조국 사태 잠깐 언급하면요, 당내에 온라인이나, 여론이나, 글을 쓴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런 것들을 심상정 대표나 대표단에서 검토를 안 하는 거예요? 아예 ?

    김정진: 저는 모르죠 뭐.

    원시: 아니 옛날 그 민주노동당 초창기 있잖아요. 2004년 이전에, 2002년, 2003년 그 때는 그래도.

    김정진: 당 대표가 검토했는지 안했는지는 사실 중요한 게 아니라고 봅니다. 근데 중요한 게 뭐냐면, 당의 지도급 인사들 중에 거기에 대해서 이견이 나온 게 없는 거예요. 원래 그 자리를 맡고 있는 건 뭔가 잘못 갈 때 이견을 제기하라고 그 자리를 준 것이거든요. 당원들이. 이견이 없는 건 토론과 이견이 실종된 정당이라고요. 민주당도 이견이 있었죠?

    원시: 김해영 의원인가요?

    김정진: 이견이 있었죠. 정의당만 이견이 없었죠. 그 이상한 결정을 했는데도. 구조의 문제다.

    당헌 당규에 모든 권한을 당대표에게 몰아 넣었어요. 그런데 이것을 초기에 당이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는, 상황을 타개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은 바꿀 때가 됐다. 이대로 계속 가면 세대교체로 불가능하고 그냥 뭔가 잘못되어도, 시정할 방법도 없고 제2의 조국 사태는 또 생길 거다라는 거죠. 이게 진작에 검토 좀 해 봐야 됩니다. 당에 계신 정의당 옛 동지들한테, 촉구를 많이 하는데, 노선과 조직을 검토할 때가 됐어요. 지금. 지금 논의해서 오늘 시작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요.

    원시: 총선과 관련해서, 지금 평가 작업을 하고 있죠.그런데, 너무 조용한 거 같긴 한데 왜 이렇게 분위기가 총선 끝나고, 조용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요 지쳐 버렸어요. (총선 전부터 온라인에 글 쓰고, 인터뷰하느라 육체적으로 지침)

    (민주노동당 권영길,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을 배출한 경남 창원 성산 선거구. 민주당은 정의당과의 단일화를 거부했고, 결과는 통합당 강기윤 후보 당선이었다.)

    김정진: 다 지쳤죠. 선거결과가. 지역구 선거 결과를 보면 1년을 활동했건, 20년을 활동했건, 선거를 몇 번 나왔느냐 무관하게 표가 나와버렸고, 그게 사실은 인제 그런 지가 오래됐어요 .2004년에도 안 그랬던 게 아니에요. 근데 이런 부분들이 이제 평가를 수행하고,뭔가 문제제기해야 하는데, 이제 다들 제 느낌에는 소진되어 고갈된 거 같아요.

    원시: 실제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제 지쳤다는 부분들은 인정을 해야 될 거 같고, 현재 지쳤다는 말은 과거 20년간 지친 부분도 있고, 이번 총선 같은 경우도 위성정당 때문에, 어떤 그 방어 있잖아요. 수세적으로 무슨 막, 저부터가 임진왜란 때 행주산성 갔다 온 느낌이에요

    김정진: 민주당의 의도는, 아시겠지만, 정의당을 의회에서 축출하는 것이었어요. 제가 보기에는. 경남 창원 성산은, 정의당뿐만 아니라 범민주 유권자의 공통의 요구사항입니다. 왜냐면 (민주당과 정의당이) 단일화 하지 않으면, 미래통합당에 지니까. 거기는 진보 유권자들의 공통 요구사항입니다. 이건 뭐 만약에 정의당 후보가 약세라고 해도 단일화 하지 않을 방법이 없어요. 근데 실세인 양정철이 내려와서 단일화하지 말라고 하고 간거나 마찬가지니까. 총선 직전에.

    인천 연수구도 구 인천연합 분들이 상당히 새가 있는 지역이고, 거기도 전통적으로 단일화하는 지역입니다. 단일화 방식이 한군데, 한군데 내지 두 군데 정도를, 민주당 후보로 안내는 식으로 단일화를 많이 했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아예 논의 자체를 거부했어요. 민주당 송영길씨가 나서서 그렇게 했다고 해요. 이것은, 똥물 발언이나, 혼을 내줘야 한다는 발언이나, 원내에서 정의당 축출하려는 그런 시도였거든요. 사실 거의 성공할 뻔했고…..

    (정의당 전주시 갑,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염경석. 김정진은 염경석은 진보정당의 의병이라고 했다. 하지만 게이틀링 기관총 앞에 착검돌격 의병 활동 방식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고 역설)

    근데 이제 아마 막판에, 유권자들이 동정표 일부 돌아온 거 같아요. 정의당 없어지면, 자기들 보기에 큰일 날 것 같으니까. 한겨레 경향이 좀 지원사격 해주고, 지지층들이 결집을 한거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지금 9%가 최소 판돈이어요. 저희 금고에 어떤 경우에라도 흔들리지 않은 최소 판돈이 있으니까, 이것을 기초로 어떻게 할 건지 잘 궁리들을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잘못하면, 최소 판돈도 계속해서 까먹겠죠.

    원시: 굉장히 좀 시급하죠. 사실은 지금 이게 정당이 있는데요 (이번 총선은) 느낌에 옛날 길거리에서 돌 던지고 화염병 던지고 그때 있잖아요. 그런 의병을 하고 온 느낌이라니까요.

    김정진: 그니까 제가 말씀드렸지만, 전주에 한 당원 분이 계신데 선거에만 6번 나왔어요. 국회의원선거 4번, 도지사 선거 2번.

    원시: 염경, 이름이 좀 어려운데, 염경석 염경석.

    김정진: 사회보험노조 출신이시고 국회의원 4번 도지사 2번 나오셨거든요. 이번 비례를 나오셨는데, 순번이 썩 좋지 않으신거죠. 그래서 근데 지금 위기 상황이 되니까, 비례후보 사퇴하고, 지역구로 또 나가신 거예요. 그건 거의 적들은 게이틀링 기관총(* Gatling Gun)을 쏘는데, 착검돌격 한 거든요, 그렇게 착검돌격을 다 표 나온 게, 3~4% 나온 것입니다. 대부분 그래요. 20년 동안 활동한 사람이 3~4% 나오니, 그 결과에 대해서 엄중하게 생각들을 다 하시겠지만 , 해야 합니다.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면 제가 보기에는, 이 조직이 유지가 안 될 거예요.

    6부. 정의당에게 기회는 한 번 더 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김정진 변호사.

    토론과 이견제시가 실종된 정의당, 이대로 가면, 기회가 한 번 더 와도, 잡지 못한다.

    인터뷰 링크

    원시: 김정진 전 정책연구소장님인데, 당 안에 있을 때, 이런 문제제기를 좀 하신 적이 있나요?

    김정진: 부끄럽습니다. 저도 가만히 있었죠.

    (지난 10년간 지방의회에서 리버럴 민주당과 보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78.7% -> 88.7% -> 90.5%로 늘어났다. 양당에게 유리한 2인선거구 때문이다. 3~4인 등 다자 당선이 가능한 선거구획정이 필요하다.)

    원시: (질문 배경: 진보정당의 강점이 되어야 할 풀뿌리 민주주의 실천은 2012년 이후 더 약화되었다. 지방행정에 대한 당적 연구와 실천은 부족한 채, 몇몇 국회의원의 언론 기사가 정의당 활동으로 등치되었다. 민주당, 통합당과 다른 정의당만의 정치가 있는가?)

    이제 조금 다른 질문 하나 던져 볼게요. 국회의원 (선거) 중심으로 당이 지금 계속 운영되고 있어요. 보면은 2004년 10석 얻은 후로, 말은 지방선거에 하자 그래 놓고, 실제로 일상적인 정치활동이나 당 재정 지원이나 정책지원 같은 거 보면은 거의 없죠? 아니 두드러지게 않아요. 그 측면에서는 한번 혹시 고려, 생각을 해봤는지요? 당위기나, 당운동이 잘 발전되지 않는 게?

    김정진: 그 관성이 있죠. 그런데 지방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는, 지금 총선보다 더한 선거였거든요. 미래통합당이 그냥 완전히 져서 드러나지 않았지만, 정의당 후보가 더 큰 타격을 입은 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예요.

    3인 선거구 같은데, 노려서 나갔는데, 수도권에서 몇 분이 계세요. 3번째 나가서 세 번째에 겨우 당선되었어요. 그러니까 아니 물론 구의원 중요하죠. 그런데 3번이면, 12년이거든요. 12년씩 해야할 일이겠는가, 문제가 있는 거예요.

    지방에서 뿌리를 내려서 한다는 게 정치구조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너무 너무 힘든 일인 거예요.

    원시: 지금 방금 굉장히 중요한 지적을 하신 거 같아요, 방금 말씀하신 게 그 구로에 김희서 구의원 말씀하시는거죠?

    김정진: 거긴 재선이시고, 관악에 이기중 구의원, 거기는 3번째 나와서 된 것입니다.(*이기중 의원 선거구는 2인 선거구)

    그리고 지금 민생당에 갔지만, 임한솔씨도 3번을 나와서 구의원이 된 거예요. 임한솔 씨 경우에도,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정치인이 무슨 땅 파먹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권력욕이 있으니까, 이 판에 선거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언제까지 기다리겠어요? 자기 윗 세대들은 뭐 아무것도 되는데. 마음이 급했다는 거겠죠.

    원시: 김정진 변호사는 18년 했잖아요?

    김정진: 저는 뭐 선거 나갈 사람은 아니니까……

    원시: 아니 선거를 나가라, 안 나가라가 아니고, 아니 뭐 그런 말씀드리는 게 아니고,

    김정진: 제 지론이 있습니다. 서생은 서생의 길이 있고, 정치인은 정치인의 길이 있고, 그리고 똘마니는 똘마니 길이 있다. 그게 제 지론입니다. 각자 역할을 잘 해야 된다.

    원시: 앞에 두 개 (서생, 정치인)은 이해가 가는데, 똘마니는 어떤 겁니까?

    김정진: 그냥 그 자체로 이해해주십시오. 이것만 더 말씀드리면, 아이디어 정도지 답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근데 답이 없는 사람과 집단일수록, 얘기라도 많이 해 봐야 되거든요.

    그러면 뭐가 나올 수가 있습니다. 거의 그냥 그런 소통과 토론과 이런 경로가 전혀 없는 거죠. 이 답답한 상황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가 있을까? 일단 저는 뭐 저희 세대가 그냥 이대로 사그라드는 게 역사의 요구라면, 그럴 수 있어요. 그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남는 게 후속세대가 뭐가 있으면은 좋은 일인데, 새로운 노선이나 인물이 우리 이후에 나오면, 우리가 무슨 회한이 있겠습니까 ? 그냥 이대로 사라지는 것 뿐이지. 그럴 것 같지도 않은 거예요. 이후에 뭐가 누가 나올 수 있는 구조로 아니고.

    (2004년 총선 결과를 지켜보는 민주노동당 당직자들. 30대 초중반 열정으로 뛰어든 진보정당 운동, 이제 그들은 50대에 접어들었다. 김정진은 지속가능한 진보정당의 토대를 만들지 못했던 지난 18년간 진보정당 지도부의 정치적 무능력을 지적했다. 철학, 정책노선, 인물 육성 모든 것을 재검토해야 지속가능한 정당을 만들 수 있다고 그는 인터뷰 내내 말했다)

    원시: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 했는데, 민주당 386이건, 80살까지 할 겁니다. 정치를.

    김정진: 김종인씨가 아주 좋은 롤 모델일 거예요. 1940년 생인데, 지금 만으로 80세잖아요? 많은 정치인들이 김종인을 롤 모델을 보고 있는지도 몰라요. 나도 저 때까지 해야지.

    원시: 실제 그렇습니다. 왜냐면 수명도 늘어났고, 지금은 전대미문의 사회가 됐거든요.

    김정진: 이제 지금 건강 관리도 잘 하면 뭐

    원시: 그러니까 이게 약간 옆으로 샜는데,제가 (1989년) 천안문 사태 던졌던 질문이 뭐냐면요, ‘중국은 왜 할아버지들만 정치를 하지?’ 였어요. 혁명 1세대가 1949년에 중국 인민공화국 만들어서, 89년에 천안문 사태 , 40년 동안, 그 뒤로도 등소평이 은퇴한게 1990년대이니까, 이게 저게 맞다가 아니라, 서구도 68세대들이 그랬듯이 , 한국도 그럴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봅니다.

    김정진: 한 세대가 장악을 하면, 그 밑 세대는 정치적 과실을 누릴 수 없어요. 민주당 586 세대가 장악했으니까, 그 밑에 세대에게 떨어질 게 아무것도 없어요. 세대교체가 그렇게 단선적으로 일어나는 거 같더라고요. 최대한 단선적으로 이렇게, 띄엄띄엄 일어나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게 아니고,

    원시: 그러니까 이제 진보정당이 만들어 가지고, 제가 제일 아쉬운 게 어떤 거냐면 계속해서 굉장히 세대 간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다른 정당에 비해서, 굉장히 강한 특질이 될 수 있었거든요. 근데 그거를 못 살리고,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2008년과 2009년에도, 당시에도, 아 2009년이군요. 노회찬, 그 단일후보가 나와서, ‘ 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억지로라도 김정진, 김종철, 강상구 세대, 그 급에서 후보가 나와야 된다. (경선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근데 받아들이지 않더라고요. 사람들이.

    김정진: 사실 이런 비유를 드는데요. 호남에 유력 정치인이 별로 없어요. 간만에 이낙연씨가 나온건데,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영남에 비해서 차이가 아주 많이 나잖아요? 김대중이 대통령에 너무 늦게 되어서 그래요. 진보정당도 마찬가지라고……권력이란 게 나눌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분할불가.

    그 권력자들은 자기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사람, 세대만 그 정치적으로 성장시켜요. 차이가 많이 나는 거죠. 김대중도 비슷했던거죠. 김대중 때도, 민주당 586은 당연히 위협이 안돼. 차이가 많이 나니까, 30년 정도 차이 나잖아요 .

    원시: 굉장히 안타깝죠. 사실은 70년대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되고 유신체제가 아니었더라면 가정을 하면은 20년이 늦춰진 거잖아요. 김대중 김영삼이 대통령이 된 게.

    김정진: 세대 교체라는 것이 순탄한게 된 적이 없더라고요. 결국 주체의 문제고. 제가 걱정하는 상황은, 그냥 마지막으로, 제가 뭐 당내 문제에 대해서 제가 이 정도 의견인 것뿐이지, 지금 당내 하시는 분들이 알아서 해야 될 문제이지, 저야 뭐 (당) 바깥에서 불이나 때는 정도지. 이제 그거는 조금 고려를 해보셔야 될 거 같아요. 제 옛 동지들이 이 라디오를 들으면 진지하게 생각을 해봤으면 하는 게 뭐냐면, 정의당을 포함해서 진보정당 운동의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을 것 같아요. 국민들이 한 번은 더 줄 거 같거든요.

    2004년, 2012년에 이어 한 번은 더 줄 거 같은데, 근데 이제 지금이 변화된 상황, 경제도 엄청나게 바뀌고 모든 뉴노멀(새 정상화) 이라고 할 정도로,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되었던 모든 상식이나 정책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정치도 바뀌고 있고. 급진화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지금 지지율이 높지만, 한순간이에요. 경제에는 장사 없습니다. 아시겠습니다만.

    원시: 동감입니다

    김정진: 그럴 때 노선과 임무를 일신해서(새롭게 해서) 사람들한테 뭔가 보여줘야, 한 번의 기회가 올 거거든요. 근데 지금 이대로 계속 있으면, 기회가 와도 못 잡을 것 같아요. 제가 제 옛동지들이라, 기회가 왔은데도, 못 잡을까, 그게 걱정입니다. 기회를 못잡으면 얼마나 원통하겠습니까? 국민들에게도 안 좋은 일이고.

    원시: 제가 그 페이스북에서도, 아니 그 이야기는 사실 벌써 십 몇 년째 하고 있는 거 같은데요,

    이제 저는 언론에 난 소식만 보잖아요. 정의당 소식을. 그런데 심상정 대표가 아침 여섯시부터 나와요. 라디오 방송에서부터 그래가지고 밤 자정까지 나오세요. 나머지 정치인이 누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가끔씩 가다, 정의당 국회의원들 몇 명 나오는데, 잘 부각이 안 되고, 그랬던 거 같아요. 지난 4년 동안에.

    저번에 강상구 후보가 정치토론 비례대표 정책 토론할 때, 동시에 제가 페이스북에 올렸거든요. 동영상 장면을 페이스북에 잘라서 올렸는데, 그 강상구 후보가 토론 잘 하잖아요? 그런데 거의 노출이 안 된단 말이죠. 대중들한테. 그런 건 좀 개선이 되어야 될 것 같은데, 확실하게.

    김정진: 계속 드리는 말씀인데. 모든 권한, 인적 물적 권한이 당대표에게 집중되어 있다니까요. 구조가 그래요. 당 대표 이외에는, 여기서 정당이 속해 있다는 거에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구조예요. 구조 자체가 그래요. 당헌 당규가.

    원시: 그러면 이제 그 부분들을 사실은 좀 고칠 필요가 있고, 왜냐면, 정의당이 굉장히 폐쇄적이라고 느껴져요. 외부에서도 많이들 지적을 해요. 그 부분들에 대해서는. 그러니까 ‘저기 (정의당) 가서 내가 일을 해 봐야 되겠다’ …김정진 변호사가 저는 오늘 처음 알았네요. 96년에 그 시험에 자격증을 따서 변호사 합격을 해서 2002년 거기(민주노동당) 가서 일 한번 해 봐야 되겠다, 이런 좀 매력적인 공간이 돼야 되잖아요?

    근데 어떤 느낌을 받냐면요, 지난 민주노동당 분열 이후로, 그런 부분이 강화되었는데 ‘사람을 반가와하지 않는 당이야’ 이렇게 표현하면 너무 부정적인가요? ‘사람을 아 우리 이런 운동을 해야 되는데 ,어 당신이 필요합니다. 여기와서 뭘 해 주세요 합시다’ 권유하고, 반가워하고, 그런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어요 굉장히 옅어졌어요. 그 이유가 뭘까요?

    김정진: 사회적 기반이 계속해서 약화되고 있어서 생긴 현상이 아닐까 싶긴 해요. 이게. 사회적 기반이라는 게, 사회전반에 가지는 전체적인 진보 역량인데, 민중노동당 창당 단계에서 민주노총이 가졌던 도덕적 영향력이나 권위 이런 것들이 지금 민주노총과 비교해 보면, 반의 반의 반도 안되죠. (25%도 안된다는 것임) 조합원 수가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 권위나 영향력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민주노동당 창당 초기에 비하면, 그런 것도 하나의 반영이 아닐까 해요.

    그런 소극성이라고 하는 것을 느끼셨다고 하면, 어떻게 보면 사회적 고립이 계속 강화되었다고, 그런 과정인 것 같아요. 자꾸 이제 민주당에서 못 벗어나는 거죠. 오늘 벗어나면 그냥 진짜 어떻게 될 거 같으니까. 당원 여론조사를 해보면 지금은 알 것 같긴 한데.

    언젠가 제가 정책연구소 소장 되기 전에라고 들었었는데, ‘민주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당원들 여론도’ 엄청나게 높았다고 해요. 민주노동당 때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거든요. 당원 구성들도 바뀌었고, 구성이 바뀌었다는 건, 이제 전체적으로 한국사회 진보역량이 줄어들고, 그 진보정당들이 민주당 헤게모니 하에 재편돼 가고 있는 과정인 거예요. 사실은 지금이 . 그래서 정의당 입지는 점점 약해지고 있는거죠.

    이번 선거 때, 창원이나 울산 같은 경우에 이제 막 민주당 후보가 단일화도 안 하고, 민주당이 당선이 되고, 이런 일들이, 그런 거 그 사람들이 다 예전에 노동계 인사들이란 말입니다. 근데 이제 민주노총만 민주당으로 가지 않은 것뿐이지, 민주노총 내부에도, 상당수 그런 흐름들이 있는 거고요.

    (민주노동당 당원들과 노회찬 의원이 브라질 노동자 정당을 방문했다. 2000년 창당 당시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의 물적 인적 토대 역할을 했지만, 지난 20년간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한국 진보정당이 해결해야 할 이중적 숙제가 되었다. 분화되고 이질적인 노동 사회와 진보정당의 새로운 주체 형성이라는. 김정진 변호사는 오른쪽에서 두번째.)

    원시: 캐나다 상황과 똑같이 되는 거죠. 캐나다 하고, 가장 큰 노총(*과거 CAW, 현재 유니포 Unifo) 에 평조합원들이 캐나다 리버럴리스트 당을 가장 많이 찍어요. 그 다음에 사민당 계열인, 신민주당(NDP)를 찍고. 그렇게 된 지가 꽤 됐어요.

    아마 그거 옛날에 임영일 선생과도 몇 번 이야기를 했었는데. 제도화 되면서 그런 경향들은 생기는 거 같고. 근데 이제 그게 어쩔 수 없는 그런 게 아니고, 내부에서, 경쟁과 협동 문화, 이런 것들이 제대로 좀 만들어지지 않아서 그런 거 같은데요?

    보통 평범한 직장인들 같은 경우, 정치권이 아닌 곳, 공무원들이나 직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게 승진이잖아요? 직장 내에서. 그러면 정당 내부에서 몇 년 일하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야 되거든요. 그 아까 이제 계속 말씀하신 당 대표의 어떤 관한 문제 [독점 문제점] 또는 자유로운 토론의 부족, 지적하고 그랬는데, 진보정당이, 한국에 있는 다른 어떤 조직에 비교해서 이 당에서만 할 수 있는 매력, 이런 게 흐려졌거나, 계속 만들지 못한다, 이게 이제 현상적으로 나타난 진단이라고 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논의들을 계속 해야 되는 데 안하고,

    김정진: 고령화 문제도 있습니다 . 지역구 후보자 평균 연령을 내봤는데, 50대가 제일 많아요. 이제 나이가 드니까, 하기 싫어지잖아요.

    원시: 그런 부분도 있죠. 굉장히 고생했고.

    김정진: 뇌 전두엽 노화가 와서,

    원시: 새로운 걸 하기도 싫고, 그럴 것 같아요. 연령문제를 좀 크게 보시는군요?

    김정진: 그렇죠. 저희 같은 사람도 하기 어렵죠. 어차피 안 되는 걸, 뭐 하려고 해, 이렇게 되잖아요. 새로운 시도라는 게, 될지 안 될 잘 모를 때 하는 거지.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새로운 시도를 하겠어요? 그런 거 비슷한 거죠.

    원시: 그러면 ‘일 했던 것들에 대한 보람’ 이런 거, 근데 이게, 그 김정진 변호사님도 지금 이야기했던 것 중에 하나가 기회는 한두 번 올 것 같다.

    김정진: 한 번일 것 같아요.

    원시: 하하. 딱 한 번?

    김정진: 세 번 이상 안 줄 것 같은데

    원시: 어떻게 변화될지 그거는 잘 모르겠어요. 저도 그거 예측은 좀 불가능한데요.

    김정진: 한국 정치를 예측하는 게 어려운 일이고,

    원시: 그 다음에 이제 제가 저번에 김종철 후보랑 이야기할 때 몇 번 이야기했었는데 우리가 볼 때는 지금 제일 많이 노쇠화되었죠, 진보정당 구성원들이요. 그렇지만 다른 나라와 상대적으로 비교해 봤을 때는, 이런 정치적 운동 경험을 가지고,진보정당을 만들어 가지고, 소수지만 의회에도 진출하고 또 지지율이 이렇게 한 10% 안팎으로 되는 그런 정도 정당은 많지는 않아요. 최근에 들 수 있는 게 독일 좌파당 (링스 파타이: Linkspartei) 하나 들 수 있겠네요. 독일은 한국과 다르지만, 선거제도가 워낙 소수 진보정당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김정진: 70-80년대부터 형성된 사회운동에 그 자기장 안에 있는 것이거든요. 제가 민주노동당 와서, 딱 들었던 느낌이 ‘아 여기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가지 않는, 소위 말해서 운동권 세력들이 다 모였구나’ 웬만한 정파들이 다 들어와 있다. 개인적으로 들어와 있던 게 아니고, 세력으로 민주노동당에 들어와 있었거든요. 다 모여있었어요. 그 사회운동 에너지가 상당 부분 민주당으로 가버렸지만, 이쪽으로도 온 거죠. 한 20% 정도는. 제가 보기에는. 근데 그 에너지가 지금 거의 소진되어가는 과정인 거 같아요. 막바지가 아닌가 싶어요. 사실은. 무슨 새로운 뭘 만드는 것도 아니고요.

    원시: 살릴 방법은 없는가요? 살릴 방법이나 그 저기 뭐죠 재활 공장장이 필요할 것 같아요.

    김정진: 궁하면 통한다고. 또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봐야겠죠. 근데, 하여튼 기회를 한번 올 거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기회가 한번 올 것 같은데, 다들 너무 기운이 빠져서 못 잡지 않을까 이런 걱정이 있고요. <계속>

    김정진 변호사 (전 정의당 정책연구소장, 전 민주노동당 정책국장)
    인터뷰 날짜, 2020년 5월 11일 월요일 오후 8시
    대화 및 질문자: 원시

    • 김정진 전 정의당 연구소장 약력

    1996년 제38회 사법시험 합격
    1997-1999년 사법연수원 재직
    2002-2004 민주노동당 정책부장
    2004년 민주노동당 총선 선대본 법률지원단장
    2004-2005 민주노동당 법제실장
    서울대 법과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세법전공)
    2010-2011 진보신당 부대표
    2015 정의당 중앙선관위원장
    2016-2019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장

    필자소개
    정의당 평당원. 레디앙 국제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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