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 증인 빠지기 수법 1위 "총수는 출장 중"
        2006년 09월 18일 10: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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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서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래 지난 2005년까지 국정감사와 국정조사에 채택된 일반 증인 2,152명 중 17%에 달하는 370명이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벌기업 대표들의 경우, 해외출장이나 건강 상의 이유를 들어 출석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에서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1988년부터 2005년까지 국정감사와 국정조사에 피감기관 관련자를 제외하고 사회적 물의와 사건에 대한 조사차원에서 채택된 일반 증인 2,152명 중 370명이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에는 증인출석 요구를 받은 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그동안 증언을 거부한 370명 중 22%인 81명만이 해당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해 고발조치 됐다. 또한 고발된 증인 중 실제로 처벌된 경우는 약식기소 19명, 100~200만원의 벌금형 15명 뿐이었다. 나머지는 무혐의(26명), 기소중지(6명), 기소유예(5명), 수사연기(10명) 등으로 처벌받지 않았다.

    노회찬 의원은 “각 상임위에서는 여야가 치열하게 싸워 증인으로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불응하는 증인에 대한 고발은 22%에만 그치고 처벌의 정도도 솜방망이 수준”이라며 “사회적 현안과 국민적 관심에 대해 입법부가 과연 제대로 된 국정감사의 의지가 있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사실상 국회법을 어긴 자들에 대한 법원의 강력한 처벌과 국회 차원의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 대표와 고위 경제관료의 출석 거부 사유

    특히 노회찬 의원은 “그동안 국정감사에 출두하지 않은 증인들의 경우 대부분이 삼성 이건희 회장처럼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며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된 사건에 대해서는 관련 해당 기업체 대표 전체가 무더기로 국감 기간에 해외로 출국하는 사례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2002년 현대그룹 특혜 지원 관련,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과 김운규 현대아산 대표, 김충식 전 현대상선 총재가 해외출장의 사유로 출석하지 않은 것을 포함해 같은 해 현대자동차 위장계열사 관련 조사, 2003년 분식회계, 휴대폰 발신자 표시 서비스 관련 조사, 2004년 카드사태, 국민은행 분식회계,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 관련 조사에서 해당 기업체 대표들이 모두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지난해에는 해외출장은 물론 건강 상,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기업체 대표와 고위 경제 관료들이 무더기로 출석을 거부했다. X-파일 사건, 삼성차 채권단 관련 조사로 각각 법사위와 재경위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대우그룹 분식회계와 정치권 로비와 관련 조사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정희자 필코리아 리미티드 회장 역시 건강 상의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두산그룹 분식회계 및 비자금 조성 건에서는 김홍구 두산 산업개발 대표와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은 해외출장을 들어 불참했다. 대우매각관련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해외출장 사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재경위에서 P-CBO 발행 관련 증인으로 채택된 이근경 전 재경부 차관과 진념 전 재경부 장관은 각각 수사 중, 해외출장을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으며 대한 생명 헐값 매각 의혹 관련 조사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남종원 전 메릴린치 서울지사장이 재판 중이라며 증언을 거부했다.

    노회찬 의원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경우 지난해 건강상의 이유로 국정감사에 출두하지 않았기 때문에 X-파일 증인은 유효하다”고 주장한 후 “올해는 또 어떤 핑계로 국정감사를 피해갈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이어 두 번이나 입법부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국민들을 속이는 일이 생기질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법사위와 재경위에서 이건희 회장에 대해 고발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국회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재벌회장들의 증언 기피를 더 이상 방조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물의가 빚어졌다면 성역없이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노 의원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정감사 권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대의 기관으로서의 자격에 대해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며 “헌법상 권리와 의무를 스스로 포기하려 한다면 더 이상 국회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출석을 거부하는 증인에 대해 상임의 의결을 통해 동행명령권을 발동할 수 있다. 노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IMF 환란 청문회 사건과 동방금고 불법 대출사건, 굿모닝 씨티와 굿모닝 게이트 사건, 대통령 친인척 금융비리관련 의혹 사건 등 전체 27차례에 걸쳐 동행명령장이 발부됐다.

    노 의원은 “지난해에 이어 국정감사를 앞두고 비밀리에 출국한 이건희 회장과 재벌 기업 임원들에 대해 올해는 반드시 동행명령장을 발부해야 하고 이에 불응할시 사법부의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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