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총선평가와
정의당 혁신을 고민하며
[기고] 평가 통해 '새로운 사회계약을 위한 100가지 길'을 만들자
    2020년 05월 15일 04: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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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총선 평가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평가와 함께 당 혁신방안과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도 제기되면서 7월 당대회와 혁신위, 비대위 전환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양경규 전 공동선대위원장과 나경채 광주시당 위원장을 포함하여 당 활동가들이 연명으로 평가 및 이후 전망에 대한 의견을 기고 글로 보내왔다. 연명한 당원들의 명단은 글 마지막에 넣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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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선거대책위 발족식 모습(사진=정의당)

21대 총선, 정의당은 무엇을 평가하고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새로운 사회계약을 위한 100가지 길>을 만들자.

21대 총선이 끝났고, 정의당은 전면적인 당 쇄신과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 재구성을 위한 평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의당이 받아 든 성적표의 결과를 무엇이라고 규정하든 쉽지 않았던 선거구도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던 각 지역의 당원들과 후보들, 당 지도부와 각 급 당 간부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보낸다.

정의당은 지지율 9.67%를 얻어 20대 총선의 7.23%보다 97만8천명의 지지자를 더 확보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석수는 지역구 1석을 포함하여 6석에 머물렀고, 180석에 육박하는 거대여당의 출현을 고려하면 원내 영향력은 훨씬 협소해졌다. 당의 공식 평가서를 비롯하여 대부분 출마후보들과 지역 선거운동본부의 선거평가는 큰 이견 없이 우리의 실패를 말하고 있다.

우리가 어디에서 실패했고,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열띤 토론과 혁신의 몸부림이 필요한 때이다. 이 글이 의미있는 몸부림으로 평가에 참고가 되길 바란다.

21대 총선은 민주대연합이라는 한 시대의 조류가 마감될 계기가 된 선거였다. 그러나 정의당은 여기에서 조차 주체가 되지 못했다.

촛불혁명 이후 세 번의 선거(대선, 지방선거, 총선)가 마무리 되었다. 촛불연합이 박근혜를 탄핵시킨 후 첫 선거인 대선에서 민주당은 정권교체라는 과실을 얻었다. 정의당은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내세워 진보정치의 존재 근거, 확장 가능성, 미래 전망을 획득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형성된 사회지형의 재확인이었다. 민주당은 압승했고, 정의당은 조금 더 성장했다. 지방선거를 전후로 한반도 평화이슈에서 급격한 정세의 변화가 있었으며, 민주당의 노동존중 노선의 변화, 국정운영100대 과제로부터의 이탈,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의 이동 등 민주당의 급격한 노선변경이 뚜렷해 졌다.

평화정세의 퇴조와 민주당의 노선변경이 이루어 지던 시기에 정의당은 민생경제, 노동의제, 기후위기와 불평등이라는 시대의 문제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정치노선을 분명히 수립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이런 주제는 정의당의 핵심과제가 되지 못했고, 연동형비례대표제도의 도입과 이를 위한 협상이 가장 우선시 되었다. 그 결과 조국 장관 임명 동의 당론 결정과 그 후폭풍에 휩싸였고, 그 후 제도 도입을 위한 협상국면에서 ‘정의당 욕심론’의 근거가 되고 말았다.

총선 본선이 시작되기 직전에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원칙을 지킵니다’는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이것은 민주대연합 노선으로부터의 탈피, 즉 진보정치의 독자성에 대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결정의 뒤에도 당 대표의 주요발언은 ‘정의당을 키워야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다’와 같이 민주대연합 노선의 언저리에 위치해 있었다. 오히려 인천과 창원에서 단일화를 거부한 민주당이 민주대연합 노선의 종말을 예고하면서 정의당을 내몰았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하여 정의당을 압박하는 선택을 함으로써 민주대연합의 시대가 마감되었다는 인식을 실행했으며, 정의당은 지향 없이 민주대연합 노선으로부터 밀려났다고 보아야 한다. 민주당 중심의 거대여당 체제에서 민주당은 다음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촛불과 대선의 약속에서 계속 이탈할 것이고, 정의당은 이 새로운 체제에 시간낭비 없이 적응하여야 한다.

정의당의 총선준비, 준비에서부터 실패한 선거

정의당은 비례대표 후보의 외부영입 전략이 두드러 졌었다. 진보정치를 안에서부터 성장시켜온 인물을 배제하고 당 바깥에서 사회적 명망을 쌓아온 인사들을 영입하여 총선의 전면에 세우려고 했던 것은 전형적인 이벤트 정치였다. 영입인사가 당의 새로운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것은 순전히 우연적 요소가 되어 버렸다.

개방형 경선의 실시와 개방할당 시도는 1인 중심 당운영 시스템과 만나면서 진보정치의 근간이 되었던 진성당원제와 조직운영원리를 심각하게 훼손하였다. 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경선 전체를 진보파의 담론 경연장이 아니라 조직동원을 위한 먼지 나는 운동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특정인에게 지나치게 중심성을 허용한 당 시스템은 당내 민주주의와 비판의식을 상당히 억압하는 요소였다.

개방형 경선은 당이 수단화되는 과정이었다. 당비대납과 허위입당에 무력했고 특정 향우회 조직이나 협회조직, 심지어는 당적 전망을 꾸준히 공유하지 않았던 대형노조까지도 동원되었다. 이마저도 행정적으로 잘 관리하지 못했으며 입당원서나 선거인단 가입원서는 누락되기 일쑤였고, 그 규모는 비례대표 순위를 뒤바꿀 만한 것이었지만 누구도 정치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의 세부사항을 협상하던 과정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석패율제를 둘러싸고 정의당 욕심론이 한창일 때 당내에서도 현역 의원들의 석패율 적용제외를 결의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협상 지도부가 끝내 이것을 외면한 것은 당 내부의 일체성과 사기에 악영향을 미쳤다.

당은 준비한 대부분의 의제에 대한 의제화에 실패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그린뉴딜 정책과 코로나뉴딜 국면에서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이슈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지 못했다. 1년 전부터 연구소를 중심으로 ‘600조 예산 시대를 열자’는 기획과 정책 패키지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우리 당 또한 균형재정론의 압박을 이기고 확장적 재정론을 밀어붙이지 못했고, 실기했다. 이는 많은 부분 사회운동과의 단절적 상태에서 기인한다고 보아야 한다. 노동운동, 사회복지운동, 여성운동, 소수자운동, 지식인 운동 등 사회운동과의 연결 없이 담론투쟁에서 진전을 보일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지역구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들에게 당이 일차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은 진보정당으로서의 뚜렷한 정체성 포지셔닝과 핵심적인 선거담론이어야 했다. 소수정당일수록 이것이 더욱 중요하지만 결과적으로 비례대표 경선에 매몰되어 지역후보들을 소외시켰다. 권역별로 가장 높은 득표를 한 후보에게 주는 다음 비례대표 선거에서의 가산점 약속과 4천만원의 선거지원금이 후보와 당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전자는 진보정치의 전망을 개인적 욕망으로 치환하는 것이었으며 앞으로 당운영의 독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후자, 4천만원의 선거지원금은 고스란히 중앙당의 30억 부채로 남아 앞으로 당운영의 족쇄가 될 것이다.

개방형 경선 정책검증단장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정의당 후보들을 검증했던 책임자가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가 되었다. 우희종 교수는 원래 지식인 중 조국 지키기 서초동 촛불의 핵심인사이기도 했다. 조국 사태에 대한 대표의 반복적 사과에도 불구하고 당이 얼마나 일관되지 못했고, 철저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증거이며, 앞으로 민주당 이중대론을 철저하게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한 상징같은 사건이었다.

당의 선거조직체계 구축은 체계적이지 않았다. 지역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지역에서의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와 대책이 미흡했고, 부문단위의 선거운동을 위한 조직화도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못했다. 선거를 불과 열흘 앞두고서 겨우 부문선본이 구성되고 그것도 제한된 범위에서 구성되어 그 활동이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당이 총선을 위해 얼마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선거운동을 준비했는지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주요 지지기반으로 삼아야 할 계급 계층에 대한 선거전략이 있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세대와 계급, 지역 등 어디에서도 정의당이 의미 있는 지지기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확인된 선거였다. 20대와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평균 득표율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고 하지만 진보정당으로서 유의미하다고 평가할 만한 지지율의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청년과 여성의 정당,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내세우는 당이 의미있는 득표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당이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당의 정체성과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본선 직전 중앙당의 핵심메시지와 메신저를 모두 교체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재난지원금 국면에서의 일관되지 못한 대응과 심상정 대표의 한계가 지적되는 과정에서 제시된 주장이었다. 어쩌면 이미 늦었을 상황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상황을 반전시킬 마지막 기회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돌이켜 보면 이것을 수용하지 않았던 당대표도, 더 책임있게 주장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았고, N번방 이슈에서 최소한의 제목소리를 냈다는 것, 정당득표수가 상승했다는 점 등 일부 성과적 지표들이 존재하지만, 이번 총선의 과정과 결과가 당 전체에 미친 영향을 종합 평가하자면 원내 영향력이 극단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것과 사회운동과의 적극적인 접합을 통한 새로운 당활동의 전형을 만들어갈 축적된 경험이 별로 없다는 점, 이견이 쉽게 표출되고 토론되기 어려운 구조가 내부의 민주주의를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될 수 밖에 없다.

진보정당 노선의 확립

민주대연합의 길과 독자적 진보정당의 길에서 부유하던 정의당과 진보정치가 다시 독자적 진보정당의 길 위에 서 있다. 비록 축출된 것에 가깝지만 여기가 원래 우리가 서 있어야 할 곳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노선의 정립이 필요하다.

총선 이후 매체들을 통해 정의당의 노선에 대한 여러 제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들 조언의 핵심은 사회운동정당이나 캠페인정당(장석준) / 울분을 아는 활동가 정치, 운동정치(김수민) / 거대한 소수 전략이라는 전례, 6411정신 (김민하) / 이라는 말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우리도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이러한 문제의식의 구체적 모델을 실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실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당의 노선과 지도체제, 리더십을 만들어 가야 한다.

여러 가지 사회지표들은 우리사회가 극단적인 불평등과 빈곤을 치유하지 않으면 사회 존속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것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180석의 거대여당이 선거가 끝나자 마자 쏟아내고 있는 아젠다는 종부세 완화, 원격의료나 원격교육 등 비대면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금융분야와 상속 및 기업승계 관련 규제완화, 안전뉴딜이라는 이름의 대형 SOC사업 예고 등 하나같이 사회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집권 후반부는 과거 보수정권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던 각종 숙원사업이 해결되는 기간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100대 과제’의 길이 아니라 자유한국당이 비명처럼 토해낸 ‘민부론’의 길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 진보정당을 자임하는 정의당이 걸어야 할 혁신의 길은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지금 당장 노동운동과 만나 코로나 해고를 막아낼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의 대안과 실천계획을 수립하자. 지금 당장 여성운동을 만나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긴급처방을 마련하자. 지금 당장 사회복지운동의 전선으로 달려가 거대한 불평등의 장벽을 무너뜨릴 방책을 만들자. 지금 당장 빈곤 당사자의 곁으로 뛰어가 묻고 대답하고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내놓자. 지금 당장 녹색운동의 곁에 앉아 우리 문명의 문제와 대안에 대해, 지구별의 미래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리해내자. 지금 당장 당원모임을 소집하여 이 모든 일의 주체로 어떻게 정의당을 다시 세울 수 있는지 토론을 하고, 결과를 공유하자.

우리는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이 반복 속에서 <새로운 사회계약을 위한 100가지 길>을 만들자. 이것을 정의당의 목표로 만들고, 다음 대통령 선거의 강령으로 삼자. 이것을 가장 진지하게 실천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을 정의당의 새로운 리더로 육성하자.

“올바른 총선평가와 당의 혁신을 고민하며”

권수정, 김동윤, 김세규, 김승무, 김용래, 김정화, 김진석, 김창인, 김태진, 나경채, 양경규, 이근원, 이성우, 이현정, 장진, 정재환, 홍명교(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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