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현대재벌 한편이 되다?
By tathata
    2006년 09월 15일 08: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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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과 현대자동차가 ‘한 편’이었고, 노동부와 경총, 한국노총이 또다른 ‘한 편’이었다.

민주노총과 현대차는 산별시대를 열어가기 위해는 복수노조 허용이 반드시 시행돼야 하고, 민주노총이 빠진 ‘합의’는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반면, 노경총과 노동부는 9.11 합의의 ‘성과’를 부각시키며 반드시 국회에서 입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15일 ‘노사관계 법 ․ 제도 선진화 입법 관련 토론회’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 토론회는 이전의 노사관계 토론회에서 보인 양노총과 사용자, 정부의 ‘3자 구도’가 아니었다. 민주노총과 사용자인 현대차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서 한 목소리로 이번 합의를 비난했고, 노경총과 노동부는 이구동성으로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의 합의’였음을 강조했다.

적어도 노사관계 로드맵 합의에 대한 노사정간의 구도는 각 주체의 실리에 따라 대결구도가 달라 매우 복잡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었다.

노경총 · 노동부 ‘이구동성’, 합의안 자찬

말문은 노민기 노동부 정책홍보관리본부장이 열었다. 노 본부장은 지난 2004년 노사관계 로드맵의 수립부터 9.11 합의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개괄했다. 그는 “노사정 대타협은 현실을 고려한 고심 어린 결단으로 헌법보다 고치기 어렵다는 노동법을 합의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자평한 후 “합의안의 내용은 국제노동기준에도 어긋나지 않으며,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은 유예하는 것이 아니라 3년 뒤를 위해 준비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당해고 직접처벌 조항이 삭제되기는 했으나, 노동위원회 구제명령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했기 때문에 실효성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 1,00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100인 이상 정리해고를 할 경우 45일 전에 통보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이하의 경우에는 30일 전에 통보할 수 있도록 지난 14일 입법예고한 것에 대해서는 “정리해고의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기업의 부담을 덜어줬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과 경총도 노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양보로 이룩한 합의’에 저마다 스스로를 높이 평가하며 만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원칙만 주장하다 투쟁하면 편할 수는 있겠지만, 양보 없는 협상은 있을 수 없다”며 정리해고 요건완화와 해고 시 서면 의무화, 직권중재 폐지와 대체인력 투입은 양보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정부가 9월 7일, 11일 입법예고일을 정하고 압박해 시일이 촉박한 조건에서 복수노조와 전임자를 연계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동응 경총 전무이사는 “대타협은 가히 혁명적인 내용으로 기업으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극찬했다. 이 이사는 “서민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정간 협력적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다”며 “해고 시 서면통보와 정리해고 시 3년 후 재고용 의무는 기업으로서는 받아들이기 매우 혁명적 조치이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합의정신은 존중돼야 하고 비정규입법과 같은 갈등과 대립이 또다시 국회에서 재연돼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 현대차, 복수노조로 산별시대 맞아야

노경총과 노동부의 한 목소리에 민주노총과 현대차는 강하게 반박했다. 그리고 국회에서 로드맵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지기를 간곡히 호소했다.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노사정 3주체의 한 축인 민주노총에게 연락도 하지 않은 채 이뤄진 이번 합의는, 상황은 다르지만 김영삼 정권 당시의 노동법 날치기를 연상시킨다”며 “참여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던 참여정부가 사회적 대화 체제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당혹감과 배신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복수노조 허용을 유예시킨 것은 대기업 이기주의와 비정규 보호를 주장하던 정부가 스스로의 말을 위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리해고 요건을 60일에서 30일까지 단축한 것은 “노동자에게 실업과 이직의 준비 기간을 전혀 주지 않고, 경영상의 편의만 고려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필수공익사업장의 범위 확대와 최소유지업무 의무화, 대체인력 허용은 “사실상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을 제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부당해고 문제가 노동위원회 사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벌금조항을 삭제한 것은 노사관계의 안정화를 해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권수덕 현대자동차 이사는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유예의 최대 피해는 현대차에게 돌아온다는 입장이다. 권 이사는 산별노조 시대에 단일노조는 앞뒤가 맞지 않는 법체계이며, 정부가 산별노조에 대한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사 선진화, 무노조 유령노조 회사 위해 추진하는 거 아니다

그는 “민주노총이 반대했는데 어떻게 노사정 합의라고 할 수 있냐”며 "정부가 한국노총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했기 때문에 ‘합의’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 이사는 “노사관계 선진화는 무노조나 유령노조가 있는 기업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차와 기아차와 같은 대규모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선진화에 맞춰지는 것이 옳다”고 전제했다.

그는 2백여명에 이르는 노조 전임자로 인해 연간 120억원에 이르는 임금 지출은 물론 과도한 전임자로 인해 불필요한 경영 참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적어도 대기업에서는 전임자 임금은 반드시 금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임자 임금을 중단할 경우 노조의 존치가 위태로운 중소노조와 99억원에 이르는 적립금이 있는 대기업 노조는 당연히 분리해서 유예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산별노조 시대에 단위 사업장의 복수노조 금지는 동시에 성립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노동운동을 견인하는 민주노총 금속연맹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모멘텀으로 활용하여 산별노조 전환을 결정했는데, 이것이 유예되면 현대차는 전임자 임금은 종전처럼 지급하면서 산별노조를 원조하는 이상한 양상이 빚어진다”고 말했다.

권 이사는 “일시적 혼란이 예상된다하더라도 현대차노조의 12개의 이념별 계파의 난립을 복수노조로 정리하는 것이 중장기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9.11 노사정 합의’는 이제 국회의 입법화라는 링 위에서 2라운드를 맞이한다. ‘합의’는 있었지만 ‘반쪽짜리, 야합, 폭거’라는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물론 재계인 현대차마저 합의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어 ‘본선’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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