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간호사의 날 맞아
    “간호사 안전권·노동권 위해 투쟁”
    보건의료노조 “코로나19 최전선의 간호사들이 딛고선 간호현실 참혹”
        2020년 05월 13일 12: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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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을 마시고 방호복을 입으면 화장실을 편하게 갈 수 없기에 일할 때에는 물도 제대로 마음껏 마시지 못한다. 간호사들은 10분이 넘게 시간이 걸려 입던 보호복도 이제는 모든 것이 적응해나가는 단계라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환자들의 무례한 요구와 폭언이다” (천안의료원 간호사)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8시간이지만 인력이 부족해서 1시간 전 미리 출근하는 것이 당연시 되어있다. 퇴근시간 이후 2~3시간씩 남아서 근무하는 일이 다반사라 실질적으로 10시간에서 12시간 가량 근무한다. 임산부나 산후 1년 내의 간호사들에게는 초과근무를 시켜놓고도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며 수당 신청을 하지 못하게 한다. 오랜 시간 서서 일하며 교대근무를 하다 보니 임신 중, 조산이나 유산을 경험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있다” (건양대병원 간호사)

    사진=보건의료노조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보건의료노조는 1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코로나19 최전선에 선 대한민국 간호사들의 신 나이팅게일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와 싸우는 간호사의 안전권과 노동권 보호를 위해 투쟁할 것을 선언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간호사들의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고 있지만 간호사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은 그대로”라며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간호사들의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투쟁을 본격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회 각계각층에서 의료진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간호사가 안전해야 환자가 안전하다. 덕분에 챌린지는 캠페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사의 사회에의 공헌을 기리는 목적으로 지정된 기념일인 ‘국제 간호사의 날’은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탄생일이다. 특히 올해 국제간호사의 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간호사의 해’이기도 하다.

    노조는 선언문을 통해 ▲간호사 안전권과 노동권 보호 ▲간호사 인력확충 ▲인력부족으로 인한 불법의료행위 근절 ▲의료현장 폭언·폭행·성희롱·집단 괴롭힘·감정노동 강요 근절 ▲의료영리화·민영화 반대와 보편적 공공보건의료체계 구축 등을 요구했다.

    간호사 인력부족으로 인한 과로노동, 대리수술과 대리처방 등 불법의료 문제 등은 이미 수차례 지적돼왔다. 만성적 폭언, 폭행, 성폭력에도 시달리고 있다. 노조가 지난해 진행한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를 보면, 간호사 79%가 폭언 피해를 경험했다. 폭행 피해를 경험한 비율도 16%나 됐고, 성폭력 피해 경험도 14.5%에 이른다.

    인력부족으로 인한 과로노동 등은 간호사들의 잦은 이직을 부추긴다. 노조에 따르면, 2018년 36개 병원의 1~3년차 간호사 이직률은 66%가 넘었다. 전문 면허를 가진 간호사들의 대량 이직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활동 간호사 비율은 49.6%로 OECD 최하위권이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간호사들은 “코로나19 최전선에 선 간호사들을 영웅으로 칭송하지만 간호사들이 딛고선 간호현실은 참혹하다”며 “환자가 안전한 병원, 코로나19 극복과 감염병 대응을 위해선 간호사의 희생과 헌신을 넘어 간호사 보호대책과 지원대책,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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