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 국회토론 KTX 승무원들 참석 막아 무산
        2006년 09월 15일 05: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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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단병호, 심상정, 이영순 의원이 공동주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관련 토론회가 국회사무처의 KTX 승무원들에 대한 출입 저지로 결국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KTX 승무원들과 전경들 사이은 국회 정문을 사이에 두고 여러 차례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민주노총 공공연맹의 조직활동가 1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날 국회 도서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기대효과와 개선방안’ 토론회’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확정되기 전, 정부 대책의 문제를 지적하고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단병호 의원은 이날 <레디앙>과 통화에서 “지난 8월 8일 정부가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 시행과정의 문제들을 보완하는 국무총리 훈령 초안이 나왔다”며 “정부 대책이 확정되기 전에 정부 정책을 따져보고 대안을 토론하는 자리로 이번 토론회는 시기적으로 아주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후 2시 토론회가 열리기 앞서 국회 정문에서는 경위들이 토론자로 초청받은 KTX 승무원 노조 한효미 서울부지부장을 막아섰다. 곧이어 전경들은 국회 정문을 닫고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뒤이어 도착한 승무원 70여명의 출입을 가로막았다. 승무원들이 지난 4월 국회헌정기념관 점거 농성을 벌였던 ‘전력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 KTX 승무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열리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관련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했으나 국회 측에서 점거 가능성을 이유로 출입을 저지하고 전경들이 승무원들을 에워싸고 있다.  

    한효미 서울부지부장은 “누가 막으라고 지시나 물었더니 경위들이 단병호 의원실에서 여승무원은 토론회 참석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는 거짓말까지 했다”며 “단병호 의원실 보좌관이 나와서 항의하니까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비난했다.

    토론회장에서 이같은 소식을 접한 단병호 의원은 국회 사무총장에 연락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하고 승무원들의 국회 출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사무총장은 출입을 지시했는데 경위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일관했으며 경위들은 끝내 승무원들의 출입을 가로막았다.

       
    ▲ KTX 승무원들이 국회 정문을 넘어가려 하자 경찰들이 방패로 승무원들을 위협하고 있다.(왼쪽) 국회 정문 밖에서 전경들과 승무원들의 몸싸움이 벌어지자 이미 국회내에 있던 승무원들이 안타깝게 이를 지켜보며 항의하고 있다. (오른쪽)

       
    ▲이미 국회에 들어가 있던  KTX 승무원들이 동료 승무원들의 출입 저지에 항의하며 정문 위에 올라앉아 있다.

    이 과정에서 승무원들과 전경들 사이에서는 여러 차례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일부 승무원들이 국회 정문을 타고 오르자 이를 막고 끌어내리는 전경들 사이로 승무원들의 비명이 쏟아져 나왔다. 전경들이 방패로 그 밑을 촘촘히 막고 섰고 승무원들이 방패 위로 떨어지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1시간이 넘도록 승무원들의 출입이 막혀 토론회가 지연되자 일부 지방에서 올라온 토론 참석자들은 “토론회가 열리기 힘들 것 같다”며 자리를 뜨기도 했다. 마산, 창원, 통영 지역에서 올라왔다는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KTX 승무원들을 가로막은 전경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는 “있어 봐야 전경들하고 싸움밖에 더 하겠냐”며 고속터미널로 향했다.

    결국 오후 3시 30분쯤 토론회가 무산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토론회장에 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30여명도 국회 정문 앞으로 나와 승무원 출입 저지에 항의하며 농성을 벌였다. 굳게 닫힌 국회 정문을 사이에 두고 밖에서는 젊은 여성 비정규직 승무원들이, 안에서는 나이든 남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분노하며 함성을 내질렀다.

       
    ▲ 2시간 30여분 끝에 결국 공공부문 비정규직 토론회가 무산됐다. 국회 정문 밖에서는 KTX 승무원들이, 정문 안에서는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농성을 벌이고 있다. 뒤로 국회의사당 지붕이 보인다.

       
    ▲ 토론회 무산 후 국회 정문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KTX 승무원.

    1시간여 농성 끝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진 해산했으며 연행됐던 공공연맹 활동가도 곧 석방됐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이번에 우리를 막는다면 앞으로도 점거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국회 출입을 막을 것이 분명하다”며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단병호 의원은 “국회에서 의원이 공청회, 토론회를 하는 것은 입법이나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어떤 이유로든 제약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단 의원은 “토론회가 무산된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국회에서 강력하게 항의하겠다”고 밝히고 “사무총장의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 하고 이후 다시는 의원 입법활동 제약에 대한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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