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개혁 부활 꿈꾸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
    [그림 한국교회] 2017년 부활절에 봉헌, 양평 청란교회
        2020년 05월 12일 12: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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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배웠다. 모든 시간이 정지되었다. 일상이 사라졌다.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만나도 경계부터 해야 한다.(중략) 비로소 나는 일상이 기적이라는 것을 배웠다.(중략) 나는 배웠다. 죽음이 영원히 3인칭일 수만은 없다는 것을, 언젠가는 내게도 닥칠 수 있는, 그래서 언제가 준비되어 있어야만 하는 것이 죽음인 것을 배웠다.(하략)

    요즘 많이 회자되는 송길원 목사님(청란교회 목사, 하이패밀리 대표)의 “코로나가 가져다준 선물”이란 글입니다. 이 글이 코로나19로 혼란을 겪고 이들에게 자기성찰의 선물이 되었는데, 저에게는 다른 선물도 있었습니다. 송 목사님의 초대로 아내와 함께 경기도 양평에 있는 종합가정치유센터 ‘하이패밀리’를 방문하여 환대를 받은 것입니다.

    4월 1일, 벚꽃이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때라 아쉬운 마음으로 북한강변을 운전했습니다. ‘뉴스엔조이’에 연재하는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의 첫 작품인 ‘문호교회’ 근처에서 우회전하여 가다가 언덕길을 오르니 독특한 청란교회가 맞이하여 주었습니다. 행복전도사 송 목사님이 모든 공간을 친절하게 안내하여 많이 배웠습니다.

    카페, 힐링캠프 온돌방, 동굴같은 기도실, 와인창고, 예배당으로 나아가는 어둡고 좁은 계단, 종교개혁 500주년기념교회 예배당….. 한결같이 의미 있는 스토리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문화공간 W’(way, worship, wisdom, wish) story라고도 부르나 봅니다.

    2017년 부활절에 봉헌한 종교개혁 500주년기념교회 설립취지에 새로운 신앙공동체의 지향이 잘 담겨있습니다. 가정사역이 있는 교회, 미학 속의 교회, 대자연 속의 교회, 예전이 살아있는 교회, 영성으로 가득찬 교회, 생명의 신비로 가득한 교회, 사회적 공헌으로 넘쳐나는 교회, 꿈으로 넘쳐나는 교회를 지향하는 까닭입니다. 기념교회 예배당에 들어서자 건축가 정시춘 대표의 발언이 실체로 다가왔습니다.

    “교회건축이 하나님 백성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의 복음과 기독교문화를 표현하는 중요한 상징이라면, 상업화된 교회당이나 과거로 회귀하는 교회당 모습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다. 교회건축이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는 교회론 신학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할 것이다.”(『세계의 교회건축순례』(도서출판 발언, 2009. 7. 5, 40쪽)

    “교회건축은 하나님의 임재와 임도하심을 느끼고, 하나님의 섭리하심을 깨닫도록 도와주는 공간이어야 하며, 이것은 인간의 문제이며 동시에 신학적인 문제 곧, 영적인 문제로 귀결된다.”(『교회와 신앙』, 2010년)

    품위 있는 예배당에서 첫 눈에 들어온 것은 전면의 십자가상이었습니다. 예수 열두 제자를 상징하는 물고기 12마리와 성령의 비둘기 형상을 가미한 십자가는 널찍한 창문을 배경으로 두드러졌는데, 태양의 위치에 따라 예배당 벽면에 다양한 십자가상을 연출한다고 합니다. 홍성훈 오르겔바우마이스터가 루터시대의 것을 재현했다는 파이프오르간에서 연주되는 선율은 분명 예배당을 꽉 채우고 교우들을 천상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송 목사님의 서재에서 대화를 나누며 이곳 암탉이 낳은 푸른빛의 달걀(청란)을 만져보았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기념교회 흰색 외벽에 부조된 예수님과 아이들이 강강술래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이곳의 지향성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상징하는 50개 계단 아래에 기독교 초기부터 영적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기도하며 걷는 미로인 라브린스(Labyrinth)가 있고, 부활과 생명, 희망을 상징하는 달걀모양의 청란교회(Capella Ovi, 계란의 교회)가 매혹적으로 서 있었습니다.

    2012년에 건축한 초소형의 블루그린 청란교회를 보는 순간, 학창시절에 읽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읽은 한 구절이 기억났습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다. 새롭게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알을 깨고 나오듯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한국교회의 낡은 틀을 깨고 “다시 태어나자!”는 의지를 담아 청란교회를 세웠을 것입니다.

    그림=이근복

    작은 예배당에 들어가자, 창에서 쏟아지는 빛이 하나님 은총이 임하는 것 같았고, 주님의 품에 안긴 듯 평안해졌습니다. 이 둥그런 공간이 어머니의 자궁 같아서인가! 높이 9.7m, 바닥 5평, 나무 벽의 둥근 공간, 여기에 공들인 작품인 초소형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공명이 대단할 이 파이프오르간에 맞추어 서로의 호흡을 느끼며 찬양만 하여도, 아무리 관계가 힘든 가족이나 친구들이라고 할지라도 너끈히 화해하고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란교회 지하에는 세계적인 예술가가 타조알로 제작한 지극히 아름다운 나전칠기공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지역에서 이름난 식당에서 정갈한 음식을 먹으며, 송 목사님 못지않게 많은 치유사역을 진행하고 있는 부인 김향숙 교수님(하이패밀리 공동대표)에게서 신체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23년간 정신간호를 가르치다가 지난 2월에 정년퇴임한 제 아내와 말이 잘 통했습니다.

    식사 후 우리 부부는 문화공간으로 되돌아가, 센터를 관리하는 부 목사님의 안내를 받아 뒷동산에 조성한 2.1km의 주기도문길을 순례하였습니다. 주의 기도는 예수님이 친히 가르쳐준 기도로서 그리스도인의 삶과 신앙의 표준인 만큼, 중간 중간에 설치한 상징물과 말씀이 이 길의 의미를 잘 밝혀주었습니다. 정상에는 도자기로 만든 큰 십자가 작품이 있고, 마을과 북한강의 풍광이 잘 보였습니다. 아쉽게도 새로운 장례문화를 선도하는 수목장에는 가지 못하고 하직인사를 했습니다.

    송길원 목사님은 “코로나가 가져다준 선물”의 마지막에 “나는 배웠다. 가장 큰 바이러스는 사스도 코로나도 아닌 내 마음을 늙고 병들게 하는 절망의 바이러스라는 것을. 나는 배워야 한다. 아파도 웃어야만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아니 그게 진정한 인간 승리임을. 나는 기도한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되게 해 달라고.”고 썼습니다.

    이 뜻으로 절망의 시대에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서 송 목사님은 『죽음이 배꼽을 잡다』(하이패밀리, 2020. 4. 20)을 출간하고, 제게 선물로 보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살아내기가 버거운 코로나 환난시대에 유익한 힘과 면역력이 되길 바랍니다.

    남편과 잔소리꾼 아내가 성지 이스라엘로 여행을 떠났다가 여행 중에 불행히도 남편이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다. 장의사가 아내에게 말했다. “남편의 시신을 800만원을 부담하고 본국으로 보낼 수도 있고, 거룩한 땅인 이스라엘에 200만원의 처리비용으로 묻을 수도 있습니다.” 아내는 잠시 고민하더니 그냥 본국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장의사가 물었다. “무려 4배가 되는 비용을 부담하시게요?” 아내가 대답했다. “아주 먼 옛날 한 남자가 이 땅에 묻혔다가 사흘 후에 부활한 적이 있다죠? 저는 그런 도박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135쪽)

    필자소개
    성균관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 전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 역임. 전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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