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후보 조기 가시화" vs "지금 때 아니다"
        2006년 09월 15일 12: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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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내에서 대선후보 조기 가시화론이 제기됐다.

    방석수 민주노동당 기획조정실장(대선기획단 간사)은 당 기관지 <진보정치> 최근호에 기고한 글에서 "정파적 관점에서, 자기조직의 이익을 기준으로 대선후보를 결정하지 않고 당원 전체의 요구에 맞게, 일반 국민의 요구에 맞게 대선후보를 결정할 수 있으려면 대선 후보들 스스로가 판단의 기준을 내놓아야 한다"며 "주저하지 말고 과감하게 당의 혁신과 발전을 위해 온 몸을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예비 후보들이 ‘커밍아웃’하고 보다 공공연하게 당 안팎의 현안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방 실장은 "대선기획단에서도 ‘당의 대선 후보는 단순히 자기조직의 이익, 정파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어떻게 후보를 만들고 어떤 후보가 되는 것이 대선 승리에 기여하고 당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가를 기준으로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에 이심전심으로 공감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방 실장은 "민주노동당의 분위기는 모난돌이 정을 맞고, 정치적 의욕이 출세주의로 오해 받기 쉬운 풍토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침묵과 기다림이 미덕이 아니라, 과감하게 당의 위기 극복 방안과 대선 승리의 방향에 대해서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 실장은 또 "당 혁신 방안, 대선의제 등에 대해 과감하게 말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당원의 이해를 구하는 대선 후보를 당원들은 갈구하고 있다"면서, 대선 주자들이 비정규직 문제, 국민연금 개혁 문제, 한미FTA 투쟁 등 당면 현안을 주도하고 그를 통해 당 안팎의 지지세를 구축하는 것이 당과 후보자는 물론 당면 현안의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보였다.

    방 실장은 "대선 후보들이 앞장서서 당원과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당의 정체와 어려움은 극복되고 대선 승리의 기틀이 다져질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당의 복잡한 정파구조를 극복하고, 당을 위기에서 구하고, 당의 지지기반을 대중적으로 넓히는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방 실장은 15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도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분들은 당 안팎의 주요 현안에 대해 보다 책임있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좀 더 의식적이고 공공연하게 활동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방 실장의 이 같은 문제제기는 그러나 민주노동당 내에서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 실장은 "당 내에서 나오는 여러 주장 가운데 하나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며 "한 두 명으로부터 취지에 공감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대선후보 가시화라는 민감한 이슈가 던져졌음에도 당내 반응이 이렇게 조용한 것은 당이 조기에 대선국면으로 들어서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각보다 폭넓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대선후보 가시화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면 그것이 곧 당이 대선국면에 접어드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구체적인 반응 자체를 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내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A의원측 관계자는 "지금 대선후보 공론화는 하반기 투쟁에 장애가 될 뿐"이라며 "하반기 투쟁(정기국회) 이후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권후보로 얘기되는 B의원측 관계자는 "지방선거 후 일상적 정당활동이 아직 정착되지 않고 있는데 다시 선거 국면으로 가는 건 당의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또 "선거 전술적인 면에서도 지금 후보를 가시화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초기에 반짝하다 시간이 지나면 주목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초 정기 대의원대회를 전후로 대선 후보 선출 시기와 방법을 정하고, 내년 3월 이후 각 후보 진영의 대권행보가 본격화되는 게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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